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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6, Sep 2019

고캔디_포트레이츠

2019.8.14 - 2019.8.25 상업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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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원 씨알콜렉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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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치다



끼적끼적 어린아이들의 서툰 낙서 같은 드로잉 작업들이 전시장벽에 걸려 있다. ‘TAKE ONE 가져가셔도 돼요라는 관람 유도 문구와 함께 ‘EAT SHIT’이라는 욕이 그려져 있는 메모들, “가져가기 싫겠지만 감수하고 가져가시오~”라고 하는 듯 기꺼이 관람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된 작품이다. 고캔디(Candy Koh)는 전시기간 중내킬 때 화랑에 들러서 끄적끄적 퍼포먼스(인스타그램 @ohmycandyy에서)’를 예정했다. 한껏 진지한 개인전에서 작가는 무의미해 보이는 낙서들과 함께 비정기적으로 전시장에 출현, 슬랭이 적힌 메모를 나눠주는 등 일견 쿨한 소통의 제스처를 취한다.


하지만 항상 무의미함 속에서 유의미함을 찾는 우리는포트레이츠(portraits, 초상화들)’이란 전시명 아래 드로잉들 속에서 익명의 얼굴을 찾는다. 그리고 초상의 의미를 찾는다. 이 절실함은 바로 배반되지만 그래도 우리는 뭔가 의식이 실수로 남겨놓은 흔적을 통해 단서를 찾으려 애쓴다. 그러고는 작품을 관통하는 어떠한 정서나 작가의 고뇌 깊은 의식 저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구상적으로 표현된 작품 <메탈테이블(Metal Table)>은 검고 위협적인 그림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테이블 앞의 노란머리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드로잉들마다 날짜를 기록하여 일상의 기록, 감정의 기록임을 드러낸다. 이렇게 대부분의 드로잉작업은 일상을 살아가는 고뇌를 풀어내듯 추상형식을 유지한다. 좀 더 들여다보면, 단호하게 그은 검은 선들은 강압적인 무엇을, 붉은 선과 터치들은 피해자의 분노내지는 저항을 느끼게 한다. 끼적끼적 방향 없는 선들, 악마의 형상이랄까 로봇이랄까 어두운 존재의 위협, 디테일 없는 사람들, 불안한 병치의 전율로 이루어진 고캔디의 드로잉들은 평범함을 거부한다. 강압에 대한 내적 불안을 불편하고 서툰 낙서의 제스처로 위장하여 냉정함의 외연을 유지하려는 듯하다.


이 전시는 조명상가가 즐비한 을지로 3가 한복판, 이미 입소문을 타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상업화랑에서 열리는 고캔디의 개인전 <포트레이츠>. 고캔디는 작가이자, 비평가, 번역가, 변호사로 언어적으로 재능 많은 뉴요커다. 이러한 작가 개인사 및 배경을 굳이 연결시키지 않더라도 이번 전시에 사용된 언어는 변호사로서의 이성적 언어가 아닌 추상표현주의자들의 것이다. 의식 저편 비개인성을 담보하는 이들의 선과 면, 그리고 형상(figure)은 어떠한 지시도, 방향도 거부한다. 다만 이러한 추상형식과 함께 연필, 사인펜, 크레용 같은 것으로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 표현적인 내용이, 즉 작가의 심상(imagery)을 드러내는 흔적들이 심상치 않다. 비록 작가는 내적으로는 분노와 함께 대응 불가능한 무력감에 몸부림치지만 외적으로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강한 소통의 통로를 열어놓는다. 끊임없이 포트레이츠들을 통해 형식과 내용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존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 큐레이터 최재원은 이러한 비개인적 무의식을정오의 유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프레시안의 기고자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를샤먼(shaman)’으로 비유한다. 어떠한 표현이 되었던 유령이나 샤면과 공존하는, 비존재를 통해 존재를 이야기하는 삶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소 유아적인 제스처가 아쉽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소통을 갈망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작가의 삶이 느껴지는 전시다.        


 

*<Metal Table (20190414)> 2019 아카이브 페이퍼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57×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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