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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1, Dec 2020

정연두_여기와 저기 사이

2020.10.8 - 2020.10.25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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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고재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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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진행된 정연두의 개인전 <여기와 저기 사이>는 작가가 프랑스 MAC/VAL 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머물며 만난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로 구성되었다코트디부아르 출신 타후 세일레르, 알제리 출신 하비바, 한국 출신 최옥경, 튀니지 출신 카트린, 말리 출신 살림 다고 등 총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프랑스에서 살게 된 계기와 자신의 꿈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내전으로 인한 망명, 결혼을 통한 이민, 세상에 대한 호기심, 경제적 어려움, 학업에 대한 성취 등의 이유로 이민자의 삶을 선택하였는데, 그중 공부를 하기 위해 프랑스에 머물게 된 한국인 최옥경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북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코트디부아르, 알제리, 튀니지, 말리, 그리고 이번 전시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인터뷰를 진행했던 모리셔스의 하잠이나 콩고 출신의 기에, 과들루프의 마기까지 확대하면, 작가가 마주한 이민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프랑스의 식민지였거나, 현재까지 프랑스령인 나라들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특히 알제리의 경우는 무려 130년이나 프랑스의 식민지 통치 아래에 있었다. ‘알제리 민족 해방 전선 1954년부터 8년간의 독립전쟁을 치룬 이후에야, 1962년에 비로소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 프랑스가 식민지에 남긴 잔재들이 현재를 사는 이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습을 인터뷰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언어에 대한 익숙함과 부유한 삶에 대한 동경 등, 선진국에 대한 만들어진 환상들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흥미롭다. 과거 식민지였던 이민자들의 고향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작품 속 주인공들을 프랑스로 이끌었다는 점은 여러 관점에서 고민해볼 지점이다.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는 현상과,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언어를 고수하고 퍼트리려 하는 국가들의 욕심을 자연스럽게 유추하게 된다.




<여기와 저기사이 - Habiba> 2015 

C프린트 사진콜라주, 사운드 62.5×98.5×13cm




정연두는 미국 레지던시 시절, 뉴욕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종에 대한 이야기를 <식스 포인츠(Six Points)>(2010)를 통해서 소개한 바 있다. 여섯 개의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 매체로 보여주었던 이 작업에서, 작가는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 연장선에서, 현지인과 외지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은 이번 전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사람들의 삶과 꿈을 무대로 연출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 레이어로 겹쳐 보이는 사진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설치된 무대 위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는데, 결국 이 사람들을 선정해서 무대 위로 소환하는 것은 작가의 선택일 것이다. 여기서 슬며시 몇 가지 의문점들이 떠오르게 된다.


레지던시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타지에 머무는 이방인의 시점으로 바라본, 여기와 저기 사이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 단순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프랑스 식민지에서 온 프랑스 이민자들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연관되어 떠오른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을 전시를 통해 유추해보며, 작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았다.코로나19로 국가 간의 벽이 높아진 2020 11월 현재. 굳이 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민자들에 대한 배척이 심화되고 갖은 차별에 대한 국제뉴스들이 종종 수면 위로 올라오는 현 시기에, 각자의 이유로 타지에서 살아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희극과 비극이 얽혀있는 삶의 무대에서, 적어도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그들이 바라본 자신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와 저기사이 - Catherine> 2015 C프린트 사진콜라주, 사운드 62.5×98.5×1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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