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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7, Oct 2019

안느 임호프
Anne Imhof

불안, 파우스트 그리고 섹스

'Faust'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이미 나는 여러 기사와 에세이에 이 작품을 언급했지만, 안느 임호프(Anne Imhof)를 정식으로 소개하는 글을 새로 쓴다고 전혀 다른 주제로부터 글을 구성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나에게 'Faust'는 낯설고 강압적이며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전에 없던 감정을 유발시킨 블록버스터 드라마였기 때문이며 도저히 그 작품과 작가를 분리해 서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가 개막하기 이틀 전, 자르디니 공원에 서둘러 도착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내게 속삭였다. “독일관은 건축을 아예 다시 하나봐.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걸까?”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The Artist and Galerie Buchholz 제공

Eliza Douglas in Anne Imhof, Faust, German Pavilion,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Photography: Nadine Fraczkowski,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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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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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개막 전 기자들에게 비엔날레 국가관 관람 기회가 주어지자, 나처럼 미리 소문을 습득한 사람들은 바로 독일관으로 발길을 모았다. 땅으로부터 붕 뜬 유리바닥, 그 사이 공간은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개방돼 있고 공간의 사방도 역시 유리이거나 거울로 둘러싸여, 이를 데 없이 환하고 확장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나는 아주 운이 좋았다. 내가 선 자리를 중심으로 퍼포먼스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는 연기자는 약에 중독된 듯 웅얼거리고, 몇몇은 천장을 바라보며 몸을 늘어뜨린 가운데, 그들 사이로 누군가 대차게 달려 나와 무릎을 꿇는다. 다른 군중으로 둘러싸인 곳에는 유리 바닥에 얽힌 연기자들이 잔뜩 등장하고 이들은 남성과 여성이란 성적 차이 없이 서로 맞물려 있다


레슬링을 하듯 격렬하게 움직이던 무리는 갑자기 서로를 애무하고 유리와 스틸 지지대로 구성된 건축의 맨 위에 있던 인물은 아래로, 맨 아래에 놓였던 이는 위로 움직이며 시선을 뒤집는다. 또 다른 순간, 두 공연자가 서로 손을 댄 채 핸드폰을 맞잡더니 이내 서로의 목을 쓰다듬는다. 계속 서로를 문지르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 너른 복판에서 나도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경이 복잡해졌다. 마찬가지로 이 모든 제스처는 작가가 설계한 것일까, 아니면 연기자들 서로 강력하면서도 느슨하게 디렉션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Eliza Douglas in Anne Imhof, Angst II, 

2016, Hamburger Bahnhof Berlin, 

Photography: Nadine Fraczkowski,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New York





그림과 조각, 설치, 건축을 종합한 공연으로 현재의 불안과 미래의 경계를 말하는 안느 임호프. 켜켜이 이미지를 쌓은 스케치로 <Faust>를 기획한 그는 독일관의 건축 계획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작곡가이자 공동 작업자인 빌리 불스힐(Billy Bultheel)과 작품 중심에 개방성을 두기로 한 채 도저히 하나의 고정된 해석이 불가능한, 매혹적인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이 압도적인, 너무나도 압도적인 작품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을 본 대부분의 이가 비엔날레 기간 내내, 싸늘하게 차가운 건축에서 움직이는 아름다운 몸과 공간에 펼쳐진 지하의 지하, 방 내부에 걸린 워홀(Andy Warhol)의 실크 스크린과 중독적인 음악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예술이자 동시에 혁신이었던 작품은 황금사자상까지 임호프의 손에 쥐어줬다. 임호프의 작품 속 시간은 섹시하고 생경하다. 연기자와 한 치 앞에 마주선 관람객들은 그들을 보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전체 이야기를 파악하고자 애쓴다. 연기자들의 강력한 움직임이 지적 체계를 방해하는 까닭에 보는 이는 작품을 실제 현실처럼 받아들이는데 임호프는 이렇듯 다른 시선과 광경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Eliza Douglas in Anne Imhof, Sex, Tate Modern, London, 

Photography: Nadine Fraczkowski,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New York 





<Faust>보다 한 해 앞서, 임호프는 <Angst>를 선보였다. 연기가 자욱한 방에 그래픽 티셔츠를 입은 여성 혹은 남성이거나 이도 저도 아닌 젊은이들이 가득 있다. 미니멀한 몸매에 스포티한 차림의 그들은 서로 밟고 올라서거나 누가 누구를 떠 매고 움직이며 알 수 없는 기호들을 나열한다. 다이어트 콜라 캔과 바세린 통, 면도기와 면도 크림, 침낭, 아이폰(iPhone), 스프레이 페인트를 비롯해 드론까지. 연관이 모호한 이 머티리얼들을 연기자에게 불안정하게 매치한 후 빌리 불스힐이 작곡한 악보를 동원한 임호프의 작품은 여러 매체를 통해 초현대적 오페라로 호명되기도 했다. 2016 6월 스위스 쿤스트할 바젤(Kunst-halle Basel)에서 시작해 9월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Hamburger Bahnhof)에서 두 번째 공연을 펼쳤고 그 해가 가기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Angst>는 다시 한 번 선보였다. 서로의 등이나 자신의 배를 반복적으로 면도하거나 미로를 헤매는 것처럼 벽에 부딪히고 죽음을 수행하듯 다른 사람의 손에 걸려 넘어지는 청춘들. 이 불안한 인물들은 때때로 아주 고요하게 앉아 청중을 응시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위태로운 사람들 사이에 임호프의 연인 엘리자 더글라스(Eliza Douglas)도 존재했다. 서른 세 살의 더글라스는 임호프의 기획을 명확히 표현하고 전달하는 장본인이다. 6ft가 넘는 길쭉한 체형과 구불구불 긴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은, 특정한 성과 정체성으로 구분되길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글라스와 작가의 관계를 전혀 몰랐을 때에도 나는 공연을 보며 바로 저 사람이 뮤즈라고 확신했다. 뉴욕에서 태어나 할머니와 아버지가 자란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더글라스는 고등학교 사진 수업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 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의 학업은 순조롭지 않았으며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나 친구 이발소의 접수원으로 일하며 20대를 보냈단다. 30세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려고 했던 노력대로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단 사실에 놀랐다고 술회한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불안을 말하려는 임호프의 레이더에 더글라스가 포착된 것 말이다.





Installation view of Anne Imhof, Sex, Tate Modern, London, 

Photography: Brotherton  Lock,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New York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불안은 종종 젊은이들에게 적용되는 광범위한 감정이지만, 당신에게 가장 불안한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은 임호프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처음부터 그 단어를 좋아했다. 오랫동안 이 단어로 작품의 이름을 지정하고 싶었다. 물론이 이는 젊음이나 성장한다는 류의 의미와 진부하게 엮여있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큰 것을 보고 더 넓은 느낌을 말하고자 했다. 어쩌면 임호프가 말하는 젊음 혹은 사람이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이방인』의 뫼르소를 통해 말하려는 존재와 비슷하다. 사람이란 그저 하나의 복잡한 오브제이며 사람이라고 절대적으로 존중받기만 할 수는 없다는 뉘앙스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말이다. 가장 최근 그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탱크에서 <Sex>를 선보였다. 낮에는 전시회이며 밤에는 라이브 공연 5편으로 구성된 작품은 단호하며 격정적인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함으로써 더 큰 관심을 집중시켰다. <Angst>(2016) <Faust>(2017)의 어법을 따르면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 <Sex>. 역시 더글라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 보이지만 읽을 수 없는 여러 몸짓들로 뒤범벅돼 수많은 아티클을 생성시켰다. 작가는 우선 여러 그룹이 거주하는 환경을 구성했고 그들은 음악, 그림 및 안무와 제스처를 결합한 공연으로 탱크를 접수했다. 특히 스트로브 조명과 노골적 내용이 포함된 저녁 공연은 테이트 모던이 이례적으로 여러 제한을 둔 채 진행됐다





Installation view of Anne Imhof, Sex, Tate Modern, London, 

Photography: Brotherton  Lock,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New York

 



애초 임호프는 탱크에 선보일 작품을 구상하며 데스 위시(Death Wish) 또는 대망(Great Expectations)이란 타이틀을 구상했었단다. 그러나 자신의 지난 작업들을 보며 깨달았던 일련의 감정들을 녹인 작품을 만들며 Sex만큼 적절한 단어는 없다고 생각했다. <Sex> 출연자들은 당신의 존재를 환영하는지 불확실하게 느끼게 하며 더러 눈이 마주치면 골똘히 쳐다보거나 뜻 모를 표현으로 긴장시켰다. 어두운 구석으로 시선을 돌리면 여자는 대담한 표정을 지으며 유혹하고, 그런 가운데 어떤 남자는 마치 상스러운 욕 같은 몸짓을 취한다. 섹스 클럽에 있는 것 같은 공간이지만 에티켓들은 존재했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거나, 방해하지 말고, 동의 없이 만지지 마시오 정도의. 그런데, ! 한 남자가 관람객에게 파고들어 팔꿈치로 몸을 건든다. 임호프가 만드는 한계는 무엇일까? 그의 작품 안에서 나는 어떤 존재일까? 눈으로 보는 것은 실재일까 허구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과연 우리는 언제쯤 받아볼 수 있는 걸까? 

 

 


안느 임호프

Photographed by Nadine Frazzkowski

 



안느 임호프는 1978년 생으로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그리고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2017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을 대표하여 작품 <Faust>로 황금사자상(Golden Lion)을 수상했다최근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Chicago) 그리고 카스텔로 디 리 볼리(Castello di Rivoli Museo d' Arte Contemporanea), 리 볼리-투린(Rivoli-Turin)이 공동 의뢰한 프로젝트의 세 장 중 첫 번째 장 <SEX>를 선보인 그는 시각 예술가안무가로서 역량을 끊임없이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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