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붓으로 해방기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과 예술가의 사명을 끌어안았던 화가 이쾌대(1913-1965)의 대규모 회고전이 선보인다. 올해로 타계 50년이 된 작가의 생애와 예술적 업적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다. 대표 걸작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0년대)으로 알려진 이쾌대. 그가 남긴 그림들은 대략 1930년부터 1950년 무렵까지 20여 년에 걸쳐 제작되었는데, 이 시기는 일제강점기, 해방기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한국의 암울한 근현대사와 겹친다. 비극적인 시대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그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선 유족이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드로잉 300여 점 가운데 150여 점도 선보인다. 또한, 잡지 표지화, 삽화 등도 함께 소개해 다양하고 풍성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카드놀이하는 부부> 1930년대
캔버스에 유채 91.2×73cm 개인소장
전시의 첫 번째 파트인 ‘사랑을 그리다: 1929~1937’에서는 이쾌대가 휘문고보 시절 그린 수채화 <정물> (1929)부터, 제국미술학교 졸업 작품 <무희의 휴식>(1937)까지 학습기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였던 아내 유갑봉을 모델로 그린 드로잉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파트 ‘전통을 탐구하다:1938~1944’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신미술가협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술을 시도했던 모색기의 작품을 다룬다. 이 시기는 그가 제국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화가로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은 때이기도 하다. 초기의 어둡고 침통했던 분위기의 그림과 달리, 귀국 후 밝고 명랑한 색채를 사용하거나 검은 필선을 강조하는 등 당시 예술적 실험을 시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대를 끌어안다:1945~1953’은 해방 이후 그동안 갈고닦은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적 리얼리즘 미술 세계를 구현한 전성기를 조명한 파트다. 그의 인물화 기량과 조형감각이 돋보이는 역동적인 군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월북화가라는 곱지 않은 시선 탓에 그동안 이쾌대를 조망한 전시는 드물었지만, 이번 기획전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삶과 예술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7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 문의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02-2022-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