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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명
Hong S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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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아주 작은 단서도 놓치지 말 것.” 추리물의 기본 원칙이다. 셜록(Sherlock)과 코난(Conan)이 보여준 신박한 추리는 항상 스쳐버리기 쉬운 주변의 작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동시에 ‘큰 그림’을 본다. 언저리에 의미 없이 놓인 듯 사소해 보이는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결국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부분과 전체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라는 교훈을 제대로 증명하는 셈이다. 그런데 철학의 범주에서는 이 둘의 관계가 그렇게 명쾌하지만은 않다. 특히, 둘 중 무엇이 우선하는가에 관한 논쟁은 플라톤(Plato)의 『파르메니데스(Parmenides)』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형이상학』 이래로 난제 중의 난제다.
● 이가진 기자 ● 사진 서지연

'Yeosu. May 29. 2012' 2013 캔버스에 유채 300×6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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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명은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 연작에서 세계의 파편을 모아 그것과는 무관한 듯 보이는 장면을 구성한다. 그 이미지의 본래 출처는 보도사진이다. 전 세계의 통신사에서 뉴스와 함께 쏟아내는 이미지들은 테러, 전쟁, 기근, 자연재해처럼 무거운 사건사고의 삽화이지만, 그는 자신의 작업이 “기본적으로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다만 말 그대로 옆 풍경, 주제에서 비켜난 곳의 풍경을 사건에서 소재로 가져올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어떤 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관한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정치·경제·사회·외교를 아우르는 복잡다단한 이슈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흔히 요점이나, 주제처럼 갈무리하기 쉬운 정보를 추려내려고 애쓴다


화면 속에 분명한 포인트가 맞춰져 있고, 나머지는 부차적으로 남겨진 보도사진은 그러한 요구에 정확히 부응한다. 작가는 ‘한 문장에서 향기를 빼면 정보만이 남는다’는 말을 인용한다. 정보만을 원하고, 그것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할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삶에 다시 향기를 가져오고 싶었단다. 그래서 정보 대신 향기를 남기는 작업을 한다. 그것은 주객전도(主客顚倒)일까. 그에겐 처음부터 주와 객 자체가 불분명한 것 같다. 별다른 특색 없이 곁을 차지하고 있는 듯한 것들의 존재감을 제대로 살려 놓는 홍순명에게 처음부터 정해진 주연과 조연 따위는 없다. 





<Diamond Forever-다이아몬드 광산> 2017 캔버스에 유채 200×480cm




그런 그도 때론 사건 자체를 주제로 하는 작업을 선뵌다. 세월호 사건이나 밀양 송전탑 문제, 여수의 기름유출 사고처럼 구체적인 장소에서 현장의 기억을 담고 있는 오브제를 가득 실어왔다. 이 물건들을 얼기설기 엮어 형태를 잡고 그 위에 뒤집어씌운 천에 현장의 사건이나 풍경을 그려낸 ‘메모리스케이프(memoriscape)’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꽁꽁 싸매진 조각물은 시간 앞에선 허약해지기 마련인 기억처럼 덩그러니 선 채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품들은 ‘진실’을 갈구하면서도 어둡고 힘들면 쉽게 외면해버리는 사람들의 이기적 자의식 앞에서 자신(오브제)들이 목격하고 체험했을 사건의 진실을 말없이 증거 한다. 우리는 쉽게 ‘팩트(fact)’를 말하지만, 미디어가 보여주는 소위 사실이란 것도 실상은 재구성된 가상현실일 뿐이라는 것을 일깨우며 말이다. 


최근 선보였던 ‘장밋빛 인생’ 연작은 보다 냉소적으로 비슷한 시각을 드러낸다. 분홍빛을 주조로 삼은 회화 이미지는 분명 지구상의 온갖 문제들을 담고 있는데, 표현의 방식은 아름답고 기묘하다. 예의 몽환적이고 나른한 분위기는 ‘사이드스케이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캔버스를 물들인 붉은색은 좀 더 강렬하게 본래 사건, 배경 혹은 인물의 개성을 소거시킨다. 덕분에 특정한 무엇을 묘사 혹은 상징하기 위한 봉사를 멈추고 보다 건조하게 이미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자연 상태에 불과했던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풍경은 인간과 만나면서 의미를 가진 환경이 된다. 작가의 풍경화는 환경이 인간에 반응하는 한 부분을 감지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Seoul-131122> 2013 캔버스에 유채 65×53cm 




그렇다면 홍순명의 풍경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오로지 부분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을까. 그가 포착하는 ‘부분’ 혹은 ‘언저리’ 혹은 ‘버려진 사물’이 단지 지엽적인 세부에 집착하는 행위만은 아니다. 구태여 부분과 전체 사이에 층위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재고할 수 있도록 던지는 질문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각자에 이미 내재한 총체성이 있음을 일깨우며 관습적으로 규정된 위계를 흐트러트리고, 교란을 일으키며 자신의 문법으로 재구성한다.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홍순명에겐 어느덧 40여 년의 공력이 쌓였다. 오랜 세월동안 한 우물만 파기보다는 다양한 실험을 섭렵한 덕에 입체와 평면은 물론이고 영상, 사진, 설치 등에 두루 익숙하다. 연대기적으로 보면 판화-설치-회화로 이어지는데, 최근에는 여러 장르의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대학에서, 그리고 프랑스 유학 시절까지만 해도 판화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판화 공부를 위해 떠났던 유학이 오히려 그것을 그만두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판화를 벗어나 설치에 도전하면서부터 그는 마음껏 재료와 방식을 갖고 모험하게 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런 그가 뒤늦게 집중한 것이 회화라는 점이다. 보통 그림에서 시작해 다른 장르로 가지를 뻗는 케이스는 제법 있어도, 반대의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Moscow. Dec 22. 2011> 2012 캔버스에 유채 130×162cm





2004년 즈음부터 십여 년 동안은 회화만 팠다.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제대로 도전한 까닭에 자신의 스타일을 찾으려다 보니 엽서 크기 캔버스를 10년 동안 매일매일 그렸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은 어느 날 3,000여 점에 달했다. 작은 하나하나의 캔버스를 채워가면서 형태 없이 색과 터치에 집중하는 ‘그리기의 순수한 기쁨’을 만끽한 시간이기도 했다. 메시지나 배경 사건과 무관하게 터치, , 분위기 등이 어우러진 결과물의 아름다움은 회화 그 자체를 즐기며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판화에서 출발해 회화에 이르기까지 한계 없는 활동을 해온 그는 작년에 ‘제17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가 됐다




<Yeosu. May 29. 2012> 2013 캔버스에 유채 300×600cm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오랜 시간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업 방식으로 예술에 임하고 있는 홍 작가의 진취적인 태도가 이번 수상에 결정적인 동기를 부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 상의 취지가 ‘회화를 중심으로 확장된 개념의 회화 작업을 아우르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중년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기에, 홍순명은 더없는 적임자란 설명이다. 상이라는 것이 주는 칭찬과 격려의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그는 중견 혹은 중년 작가라는 수식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보다는 끊임없이 깨어있고, 변화하는 현업 작가이길 원한다.




<사소한 기념비> 2015 <아티스트 포트폴리오>전 사비나 미술관 전시 전경




홍순명은 작년 10월 아프리카 르완다에 다녀왔다. 르완다는 1994년 후투족 출신 쥐베날 하브자리마나(Juvénal Habyarimana) 대통령이 전용기 격추 사고로 숨진 사고로 후투족과 투치족 간 종족 전쟁으로 제노사이드(genocide)의 비극을 겪은 나라다. 600만이 채 안 되는 인구 중 80만에서 100만 명 정도의 사람이 겨우 석 달 만에 학살당한, 거의 모든 국민이 경험한 민족적 참사는 이방인 작가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까운 과거에 일어난 엄청난 슬픔의 현장에 서서 그는 예술가의 역할과 위치를 생각했다. 이런 사건 앞에서 예술이, 미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떠올렸다. 사후에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혹시 그런 일을 방지하는데 일조할 수 있지는 않은지 자문했다


미술가 혼자만의 조용한 실천이든, 다른 분야와의 협력이든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미술도 나름의 할 일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이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하는 미술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만큼 미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로서 문제의식을 품고 파고들어 거기에서 건져낸 이미지를 화폭에 풀어내는 홍순명.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안경을 올려 쓰는 명민한 탐정이 되고 싶다. 작품이라는 단서를 쥐고 세상을, 그리고 작가가 바라본 또 다른 세상을 제대로 포착해 무릎을 ‘탁’ 치며 전시장을 나서고 싶어진다. 

 

 


홍순명




작가 홍순명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예술의전당,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대구 미술관 등 국내를 비롯해 파리 그랑팔레, 런던 라운지 갤러리, 베이징 송장미술관, 베를린 논베를린 등 해외에서도 다수의 전시를 가졌다. 2015년에 전혁림 미술상을, 2016년에는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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