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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Kang Yo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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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끌어내고 새긴다

코끼리를 본 적 없는 이에게 코끼리를 설명하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코가 2m는 되고, 귀가 장정의 등짝보다 크고, 다리는 늙은 가로수 둥치 같다고 했을까? 지금처럼 사진으로 코끼리를 볼 수 없던 시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괴생물체를 그림으로 설명해야 했던 데서 한자어 ‘코끼리 상(象)’의 어원을 찾는다. ‘상’이란 글자는 형상, 인상, 추상, 표상, 대상, 상징 등 다양한 단어들과 결합해 변주되며 코끼리 외의 상들을 표현해 왔다. 인상은 상을 각인하는 일, 추상은 상을 끌어내는 일, 심상은 상을 마음에 새기는 일이다. 강요배식 미술사전에 따르면 그렇다. “어?”하고 인상을 받아, “아하!”하고 깨달은 상을, “이야~!”라는 감탄이 나올 때까지 끌어당긴다. 화가는 이렇게 깨달은 상을 관람객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야 한다. 타인에게 작가가 포착한 상이 전해지고, 그 상이 또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감응이 오래간 새겨질 정도의 완성을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붓을 움직인다. 그 표현과정에는 붓 대신 돌과 빗자루, 칡뿌리가 동원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에는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정공법만이 유일한 길이다.
● 이나연 객원기자 ● 사진 작가 제공

'깊고 깊은 바다 밑' 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 197×333.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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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업 50년이 넘은 강요배에게 새삼 코끼리가 화두다. 5월 말로 다가온 개인전의 제목은 <상을 찾아서>. 2년간 찾아낸 상에 대한 고민들이 23점의 신작에 담겼다. 강 화백에게 인상, 추상, 심상은 미술사에서 정의하는 바와 조금씩 닮기도 다르기도 하다. 인상주의란 찰나의 인상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인상 이후에 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더 정확하게 새기는 일이다. 추상이란 사실 세상 모든 사물을 보는 방식이다. 사물을 제각각의 시선으로 보는 이상, 모든 사물은 추상화된다. 머릿속에서 1차로 추상화된 상을 화면에 옮기는 과정은 코끼리를 좀 더 정확히 끌어내고, 그림을 명료화하는 일이다. 구상이 눈으로 보는 정확한 상을 표현하는 일이고, 추상은 구상을 벗어난 애매한 형상들이라는 막연한 이해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는다.  




 <십자가> 1992 캔버스에 유채 112×193.9cm

 




<돌아오지 않는 길냥이> 20분 만에 화면으로 끌어낸 길냥이(길고양이)의 상이다. 몇 달간 사귄 길냥이를 마음에 새겼다가, 화면으로 끌어내는 일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눈을 가진 모두는 각자의 시각과 방식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에 모든 사물을 보는 방식은 추상화를 동반한다. 특정 장소의 특수한 대상은 중요치 않다. 시선이 중요하다. 화가의 일이란 이 시선을 전하는 것. 사물의 표면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시선으로 관통한 느낌과 기운을 강조해 끄집어내는 일이다. 이 느낌을 끄집어내고, 자잘한 것들을 버림으로써 형성된 어떤 상, 이것이 곧 그림이 아닐까. 기억에 남는 인상을 그리는 일이란 정직한 화가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시간에 잡아낸 상 앞에서 화가는 많은 시간을 자기검열과 자기비판에 쏟는다. 관람객이 공감대를 찾아낼 수 있는 지점, 앞에서 말한 ‘아하!’ 지점을 놓치지 않도록 긴 시간을 그림 앞에서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는 시간이 아니라 찾는 시간, 즉 손을 움직이는 시간이 아니라 관람객의 마음에 그림이 전달되는 지점을 찾는 시간이다.





 <동백꽃 지다> 1991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6×162.1cm





2017년과 2018년 초반에 걸쳐 작업한 신작 23점들은 길냥이처럼 화가의 시선에 잡힌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담았다. 바람, 구름, , 바다, 눈 등 주변의 인상을 남겼더니 자연이 담겼고, 세상이 담겼다. 그림은 당연하게도 작가가 마흔 살에 귀향해 살고 있는 제주의 풍경을 닮았다. 제주의 이야기를 하자면, 강요배를 대표할만한 4.3사건을 취재한 연작을 이어 말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는 신작 위주로만 말을 잇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서양미술사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고,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싶다. 아직도 그의 신작들은 새롭고, 앞으로 나올 작업들도 새로울 것이다. 매초 변하는 바람과 빛, , 파도처럼 강요배의 그림이야말로 반복을 거듭할 새가 없다. 평론가 최석태는 강요배의 이 경지에 대해 ‘모험’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땅에서 오래전부터 알게 모르게 몸으로 익히고 있는 미학에 근거한 모험”이라는 것이다. 지구 위에서 가장 연교차가 큰 우리의 기후조건과 팍팍한 사회 환경 속에서 위태로운 삶을 겸허히 살아가는 미학을 온몸에 익혀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요배에게 화가가 되는 일이란, 평생에 걸쳐 작업하는 일이란 모험이 아니라 순리에 가까워 보였다.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란 겸손한 발언을 차치하고서라도, 화가가 되는 과정에 그 어떤 불편함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에겐 태어나면서부터 인상을 잡아내고 화면에 새기는 일은 자연스럽고도 쉬운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그 좋은 손은 깊은 시각을 만나 세상이 만들어내지 못했던 화면을 선물했다. 이제 또 한 번 선물을 받으러 가는 시간이 왔다. 그의 새로운 시선을 담은 신작을 볼 수 있는 <상을 찾아서>전을 마친 뒤엔 릴레이로 구작도 한 번 더 소개한다.





 <꽃비> 2004 캔버스에 아크릴릭 160×130cm 




<상을 찾아서> 이후에 열리는 <Memento-동백>전은 제주 4.3을 그린 이전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가는 구작에 대해 말하기는 주저하는 듯했다. 젊은 평론가의 글로, 굳이 신작을 기록하길 원하는 화백의 말 사이에서 나는 취재 전에 읽은 글들을 더듬고 있었다. 4.3 유족들의 증언을 듣고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기간, 화백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쳤다고 했다. 약해진 체력이 다시 제주로 귀향해 버린 이유였다고도 읽었다. 화가가 직접 적은 글도 읽었다. 30대 후반,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심신은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고. 그렇게 제작한 작품들이 『동백꽃 지다』라는 책으로 엮인 증언과 그림일 것이었다


어떤 슬픔은 언어화되고 형상화되기 어렵다. 제대로 말하기엔 슬픔의 크기가 너무나 크기에, 전달과정에서 모든 것이 희석되고 일반화될까봐. 섣부르고 부정확한 전달에 대한 공포를 안고 작업을 하는 이들은 틀림없이 많이 앓았으리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화백은 여전히 그 작품들을 언급하는 것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에 가서 전하는 말은 결국 절망 속 희망이다. 화집 『동백꽃 지다』에 쓴 작가의 글 마지막엔 이런 문장이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의 그림자를 끊임없이 걷어내는 일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언제나 천하에 가득할 것이다. 절망을 딛고 올라서는 곳에, 새봄의 꽃처럼 생이 있는 게 아닐까?





 <흙 노래> 1995 캔버스에 유채 162.2×259cm





강요배의 작업실을 찾는 일엔 막걸리가 동행돼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제주의 바닷가 마을 귀덕에서도 한갓진 계곡 옆, 바람이 많이 부는 움푹 들어간 지대에 놓인 작업실에 찾아가는 덴 예의처럼 막걸리를 잔뜩 사 들고 가야 한다고 들었다. 빈손으로 터덜터덜 찾아갔지만, 과연 화백은 인터뷰 끝 무렵 막걸리를 청했다. 비행기 시간과 밀린 마감 같은 속세의 일정에 시달리는 이들은 끝내 거장과 술을 마시는 기회를 뒤로 미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허수경의 시 <불취불귀>를 떠올렸다. 너무 쓸쓸한 듯하여, 너무 고귀하여, 조금은 내게 초현실적으로 느껴진 그 작업실은 취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길, 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주의 4.3, 혹은 그와 연관해 그려놓은 그의 작업들이 화백에겐 불취불귀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막걸리와 함께라야 『동백꽃 지다』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겠구나라는 짐작도 했다. 짐작은 했지만, 취하지 않았음에 돌아가지 않았다.  

 

 

 

강요배




작가 강요배는 1952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197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1982년에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 ‘현실과 발언’ 동인이 된 이후 사회의 모순을 다룬 작품을 발표하며 민중미술의 중심에 섰다“제주 4.3은 내 화폭에 담아야 할 운명”이라고 여기는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감춰진 역사의 진실을 주제로 한 회화연작으로 4.3 사건에 관한 관심을 환기시킨 바 있다제주현대미술관대구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열린 수많은 전시에 참여했으며, 1998년 민족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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