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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과 낙관이 혼재된 곳, 쾌락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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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2019.7.26-2019.12.1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급변하는 지구환경에서 인류의 역사는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2000년부터 지질학자와 기후환경학자, 인류학자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던 질문은 근래 현대미술에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엠블럼(emblem)을 붙여 자주 논의되고 있다. 인류세는 인간을 뜻하는 ‘anthropo’와 새로움을 뜻하는 ‘cene’이 결합한 것으로, 빙하기 이후 현재까지의 시간을 일컫는 ‘홀로세(Holocene)’와 구분하기 위해 제시된 지질시대 개념이다. 시점은 인류의 산업 활동이 기후변화와 생물 종의 멸종 위기를 야기시킨 때부터.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로 인해 인류 또한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예측 불가한 다양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이 상반된 세계가 변증법적으로 그려내는 제3의 풍경 말이다. 마틴 그로피우스바우(Martin-Gropius-Bau)의 기획 전시 '쾌락의 정원(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은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의 회화에서 그 힌트를 얻은 것 같다.
● 박은지 독일통신원 ● 사진 Martin-Gropius-Bau 제공

Pipilotti Rist 'Homo sapiens sapiens' 2005 Audio-Video-Installation (Videostill) © Pipilotti Rist Courtesy: die Künstlerin, Hauser & Wirth und Luhring Augu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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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 정원>은 현재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에서 소장 중이다. 전시장 초입에 걸린 <쾌락의 정원>은 보쉬 사후 그의 화풍을 따르던 화가들에 의해 제작됐다. 세 폭 제단화인 원작과 달리 에덴의 동산을 묘사한 좌측 패널과 지옥의 풍경이 그려진 우측 패널이 생략되었다. 대신 극락과 지옥이라는 좌우의 상반된 두 세계가 혼합된 모습으로 속세를 표현한 원작의 중앙 패널화만이 거의 동일하게 그려졌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의 정원에는 이국적인 세계를 환기시키는 기괴한 생물들이 등장한다. 나체 상태인 인간은 초현실적으로 묘사된 동식물들과 한데 어울리거나 비인간의 생물 종과 결합한 기괴한 모습으로 쾌락과 고통의 순간을 동시에 맛보고 있다. 동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정원을 키워드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폭넓게 고찰한 작가 20여 명의 작품을 소개했다. 작품에서 정원은 보쉬의 회화처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혼재된 풍경이기도 하고, 인간이 다른 생물 종과 새롭게 관계 맺는 대안적인 장소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미시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의 축소판이자 실험 예술의 장이기도 하다.





Hicham Berrada <Mesk-ellil> 2015 Installation, 

Ensemble von 7Glasterrarien, Cestrum Nocturnum,

 Gartenbaubeleuchtung, Mondlicht, Timer Ausstellungsansicht

 Paysages a circadiens kamel mennour, Paris,

2015 Collection macLyon Hicham Berrada © Foto: Archive kamel

mennour Courtesy: der Künstler; kamel mennour, Paris /

 London & VG Bild-Kunst, Bonn 2019

 




태국 출신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는 보쉬의 <쾌락의 정원>을 보고 자신의 꿈속 장소를 떠올렸다. 그의 꿈속에 등장하는 정원도 낙관과 비관의 세계가 끊임없이 교차한다. 그의 영상 작품 <2012-2555>는 라파엘로(Raffaello Sanzio)의 회화 <아테네 학당>을 차용한 무대와 2채널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작품명은 제작연도의 서기(2012)와 불기(Buddhist Calendar, 2555)를 기재한 것이다. 그는 조부모의 정원에서 잘 가꿔지지 않은 일부를 촬영하고, 2008년부터 수집한 장면들과 편집한 후, 완성본을 다시 조부모에게 보여준다. 영상에는 정원에서 일상을 보내는 조부모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지고, 뒤이어 2011년 태국의 대홍수 장면과 도시재건 모습, 종교와 제례 의식 등을 연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작가는 2011년 태국의 대홍수로 인해 세계가 끝날 것 같았던 두려움과 2012년이라는 새해를 맞이했던 상반된 심리적 경험을 이 작업의 시작점으로 언급했다


여기서 조부모의 정원은 생과 사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윤회하는 삶의 표상이 응축된 장소다아룬나논차이의 작업은 주로 그의 출생지인 태국과 예술가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서구(런던과 뉴욕)의 문화적 혼종성을 다룬다. 그리고 이를 청각화, 시각화하는 기표로 힙합 음악과 춤, 청바지가 등장한다. <2012-2555>의 영상에서 힙합 음악과 안무하는 손동작이 삽입되었다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회화에는 퍼포머 두앙자이 잔사우노이(Duangjai Jansaunoi)의 신체가 그대로 담겼다. 잔사우노이는 영국에서 시작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태국 버전 <타일랜드 갓 탤런트(Thailand’s Got Talent)>의 참가자였다. 그는 오디션 무대에 캔버스를 들고나와 춤을 추며 상체를 활용해 그림을 완성했고, 이 방송 이후 외설 논란에 휩싸여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 작가는 동서양의 문화교류와 충돌의 한 단면을 보여줬던 이 사건을 영상 작품 <2556>(2013)에서도 푸티지로 활용했다. 이 밖에도 캔버스에는 워싱 처리한 듯한 색채와 불 이미지, 그리고 불에 그을린 청바지 조각들이 혼합되었다. 자신을 스스로데님 화가(denim painter)’라고 불렀던 작가에게 청바지는 서구문화의 권력을 상징한다.






Yayoi Kusama <With All My Love for the Tulips, I Pray Forever> 

2013 Installationsansicht Garten der irdischen Freuden, 

Gropius Bau, Berlin, 2019 © Foto: Mathias Völzke Courtesy: 

Ota Fine Arts, Tokyo / Singapur / Shanghai YAYOI KUSAMA 

 




룽기스와 쿤타(Lungiswa Gqunta)의 작업에서 정원은 꿈속의 몽환적인 장소도, 호기심 가득한 이국적인 세계도 아니다. 그저 담벼락 밖의 세상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어쩌면 낙원에 대한 열망은 현실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방증하는 것일지 모른다. 정원의 시초로 알려진 고대 페르시아의파이리다에자(Pairidaeza)’는 건물과 벽으로 둘러싸여 그늘과 시원한 물이 흐르는 파라다이스였지만, 사막지대의 기후의 악조건과 맹수들의 습격이 없었다면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잔디(Lawn 1)>는 깨진 콜라병으로만 설치된 단조로운 작업이다. 전시장 바닥을 가득 메운 빈 콜라병은 빛이 투과되어 초록빛의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 오브제들은 콜라병도, 잔디도 아닌 그저 위협적인 무기일 뿐이다. 이 작품은 실제로 남아프리카 마을 주민들이 흑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백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깨진 병으로 정원의 담벼락을 세운 것에서 착안했다. 정원은 일반적으로 대립 관계에 놓여있는문화자연을 모두 수렴한다. 식민지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정원문화는 앞서 보았듯 사회·정치적 이해구조를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설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일지라도 그 안에 조성된 생태계만큼은 인간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정원의 시계는 기후와 토양의 기질에 맞춰 돌아가고,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들 또한 이에 맞춰 생의 주기를 그린다. 이 작은 자연 안에서 인간은 정복자라기보다 무수한 생명체의 한 구성원일 뿐이다. 그러므로 문명사회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다른 생명체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이 이곳에선 가능하다. 홍콩 베이스의 작가 쩡 보(Zheng Bo)는 인간과 다른 생물 종이 새롭게 관계 맺기를 제안하는데, 그 방식이 조금 파격적이다.





Rashid Johnson <Antoine's Organ> 2016 

Installationsansicht Garten der irdischen Freuden, 

Gropius Bau, Berlin, 2019 © Foto: Mathias Völzke 

Courtesy: der Künstler und Hauser & Wirth 

 




<Pteridophilia 1-4>는 작가가 2016년부터 진행 중인 영상 작업으로, 작품명은 그리스어로 양치류 식물을 뜻하는 ‘Pterid’와 사랑을 의미하는 ‘-philia’가 결합한 것이다. 작가는 대만 내 식물 종의 서사를 역사와 정치적 쟁점과 긴밀히 연결 짓고, 이를 성적 암시를 담은 신체 행위를 통해 선보였다. 대만에서 양치류 식물은2차 세계대전이후 본국으로 돌아가던 일본군이 이를 대체식량으로 삼으면서 서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만의 숲에는 국민당 초기 총재였던 장개석의 애호에 따라 매화나무가 대거 식수 되기도, 관광산업 개발을 명목으로 벚나무가 확대 조성되기도 했다. 특정 식물 종이 다수 분포되고 외래식물이 귀화하게 된 이면에는 이처럼 인간 중심주의의 자연관과 세계관이 자리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작가가 영상에서 제시하는 인간과 식물의 관계 맺기는 스크린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넘어서 정치적인 맥락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나체 상태인 퍼포머는 숲속을 거닐며 식물들과 교감한다


관찰이 아닌 교감이라고 부른 이유는 퍼포머가 식물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그들은 볼 뿐만 아니라 만지거나 핥기도 하고, 성기를 이용해 식물과 접촉하면서 원초적이고 쾌락적인 유희를 즐긴다. 인간과 주·객체의 관계에서 초연해진 식물이 감각과 욕망을 통해 다시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는 상상은 더없이 기발하고 유머러스했다정원을 메타포로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현재를 탐구하겠다고 밝힌 이번 전시는 단순히 인류와 지구의 멸종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데 그치지 않았다전시 참여 작가들은 정원을 해석학적 툴로 활용하여 우리가 ‘인류세라고 불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통과해야 할 것인지 재고하고다시금 이 세계를 새롭게 감각해보기를 제안했다이를 위해 전시 기획자 스테파니 로젠탈(Stephanie Rosenthal)는 정원에서 파생된 개념들과 작품 간의 연관성을 관람객에게 직접적으로 제시했다통상 전시 안내문에 작가명과 작품명작품 설명작품 위치 등이 실려 있다면이번 전시에서는 작품명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생략하고기획자가 제시한 맥락 안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매칭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문을 디자인했다.





Nach Hieronymus Bosch <Garten der Lüste (Mitteltafel)> 

1535–1550 Öl auf Holz, auf Leinwand übertragen, 

182×168 cm Privatsammlung





 텍스트의 대부분은파이리다에자(Pairidaeza)’, ‘인류세(Anthropocene)’, ‘쑬루세(Chtulucene)’, ‘도시 자연’, ‘식민주의등의 개념들을 설명하는데 할애되었고, 각각의 개념과 매칭되는 작가의 이름에 동일한 기호를 매겨 관련성을 시각화했다.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할 때 그 배후에 해당 맥락이 함께 읽히도록 전시를 텍스트로 선행학습 시킨 것이다. 알다시피 전시 관련 정보를 사전에 많이 제공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품을 자유롭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시장을 빠져나오면서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던 기획자의 전략이 어느 정도 주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개의 작은 방들이 사각으로 둘러싸인 전시장은 테마별로 섹션을 나누기보다 한 공간에 한 작품만을 설치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전시 공간은 안내문에서 강조했던 맥락과 무관하게 오로지 작품 한 점, 한 점에 몰입하여 그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사전에 제공된 정보들은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작품들이 편향적으로 감상 되지 않도록 가이드 할 뿐이었다. 다음 달에도 인간과 자연, 생태계, 인류의 생태학적 책임을 대대적으로 다루겠다는 비엔날레와 전시들이 줄지어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들과 비교대조 해볼 만한 몇 가지 기준점을 여기에서 발견한 것 같아 앞으로도 몇 번은 이 전시를 참조할 생각이다.   

 

 

글쓴이 박은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인턴을 거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국제교류를 위한 전시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UDK) 미술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아티스트 북을 리서치하고 그것에 관한 이론 및 전시기획론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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