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34, Nov 2017
윤희
Yoon-Hee
고립의 아틀리에에서 태어난 관계의 조각
라틴어 ‘스쿨페레(sculpere)’는 우리가 잘 아는 어떤 단어와 닮았다. 바로 ‘조각(sculpture)’이 여기서 나왔다. 단단한 재료를 깎거나 쪼고 새기는 것을 뜻하는 스쿨페레는 ‘彫刻’이라는 또 다른 문자와도 의미가 꼭 들어맞는다. 로댕(Auguste Rodin)은 “조각이란 구멍과 덩어리의 예술이다(Sculpture is the art of the hole and the lump)”라고 말했다. 예술이 예술임을 자각하지 못하던 때에도 인간은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그리곤 했다. 나무, 돌, 금속 등의 덩어리를 뾰족한 도구로 쪼아 인간을, 동물을, 풍경을 혹은 그 무엇도 아닌 상상의 대상을 구현해냈다. 이처럼 조각은 여타 장르보다 유독 물질적이고, 예술가의 물리적 희생을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정신적이며 상징으로 가득하다.
● 이가진 기자 ● 사진 서지연
'Blanche' 2005 Acier 70(h)×300cm(diamè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