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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5, Aug 2014

이치하라 아트×믹스 톺아보기

To Search Everywhere
of Ichihara Art×Mix

지난 3월부터 5월 두 달 남짓되는 기간에 도쿄 근교 지바(千葉)현의 이치하라(市原)시에서 ‘이치하라 아트×믹스’라는 이름의 예술제가 열렸다. 이 행사를 기획한 기타가와(北川) 프람 팀은 이 행사를 에치코츠마리 트리엔날레,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와 함께 매년 번갈아 열리는 트리엔날레로 만들기로 하였다.
● 기획·진행 안대웅 기자 ● 글 최효준 경기도미술관장 ● 사진 이치하라 아트×믹스 제공

사토시 이와마의 작품. 죽순이 많이 나는 츠키데(月出)소학교 뒷산 자락에 수평으로 쓰러진 거목을 길게 자른 대나무 쪽들이 재생을 염원하듯 휘감고 있다. 어느 자연미술 작품보다 강렬하였다. photo : Osamu Nakam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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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준 경기도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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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하라시는 도쿄 인근 지바현 보소 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인구 28만명의 도시이다. 1957년부터 시작된 산업화로 해안 지역에 대형 석유화학 콤비나트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과거의 농어촌은 공업지구로 변하고, 북부 지역은 수도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으로 개발되면서 인구가 급증하였다. 한편 사토야마(里山;우리의 마을숲에 해당되는 미개발 숲지역)와 푸른 자연이 남아있는 남부 지역은 농업의 퇴조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전후 일본의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이 지역에서 열게 된 이치하라 아트×믹스 2014 예술제는, 남부 사토야마 지역을 중심으로 ‘참여’의 축제, 일상과 예술의 혼합 시도(아트×믹스), 예술을 활용하여 지역 자원을 부각시키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다양한 부문 종사자들의 협력 유도 등을 통하여 수도권 근교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 해결해 나가려는 의도 하에 출범되었다. “이제 마을에는 젊은 사람이 없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마을이 없어진다. 떠난 자식들이 마을에 다시 돌아오는 때는 장례식 때다.” 집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마을에 사람이 북적이게 만들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 순간이라도 즐거웠던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재미있는 추억을 새로 만들게 하는 것이 기타가와의 소박한 그리고 일관된 꿈이었다. 



린 티안미아오(중국)가 ‘물건의 집적’으로 ‘기억의 집적’을 꾀하였다. 

이치하라 호반미술관이 아트×믹스와 행사와 거의 같은 시기에 기획한 
<기억의 집적(記憶의 集積; Collective Memories)> 전시의 대표 작품이다. 
연장, 뼈, 주운 물건 등이 모아져 미술관 벽에 걸렸다. 
우치다 소학교의 <백귀야행> 작품과도 맥락이 통한다. 
photo : Osamu Nakamura 



기본적으로 공공사업을 통해 작품을 겸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남긴다. 산업 폐기물이 방치되었던 을씨년스러웠던 강가 숲이 아름다운 공원이 되었다. 기획단계부터 작가와 건축가가 참여했다. 지역주민들이 적극 참여하여 애착 있는 공공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공원, 도로, 주차장, 화장실, 편의시설 등이 아트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아트와 지역 기동차가 만났다. 예술제의 기획팀은 문화예술시설 리노베이션 제안 공모를 실시하였는데, 그들은 문화예술시설을 단일 시설로 보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유기체로 보았다. 여러 분야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상, 미술, 문학, 음악, 연극, 요리, 스포츠, 학습, 세미나, 축제 등이 혼합되어 벌어지고 누려지는 커뮤니티의 장(場)을 만들려고 하였다. 지역의 다양성을 외부의 다양성과 교차 연결시키고 지역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살려, 수도권의 오아시스(oasis), 도시 문명의 해독제로서 기능하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려 하였다. “날씨가 개이면 이치하라에 가자”라는 표어는 그런 뜻을 상징적으로 담았다.

인구 감소로 남부 지역의 소학교(초등학교)들은 대부분 통폐합되고 폐교되었다. 가타가와 프람은 이것이 피하기 어려운 추세지만, 백년 넘게 지역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던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등대의 불빛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추세에 과감히 대적하고자 하였다. 초등학교의 입학식, 운동회, 학예회, 졸업식 등은 모든 지역민의 기억을 구성하는 것이며 특히 운동회는 학령 자녀가 있는 세대뿐만 아니라 지역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축제였다. 그 축제 성격에 주목하여 기타가와 팀은 그것을 예술제의 한 파트로 아주 재미있게 부활시켰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지역에서 그것은 역으로 매우 신선하고 중요한 행사가 된 것이다. 폐교는 자유로운 커뮤니티 교육 기능을 가지고 다른 이름으로 부활되고, 미술 전시, 연극, 강연, 먹을거리 장터, 상설 식당과 카페 운영 등이 함께 이루어져 주민들, 학동들이 버글거리던 그 때 그 느낌이 살아나 축제에 참여하는 이들 안에 “왜 우리가 다시 이렇게 살 수 없을까?”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해 준 것이다.



‘고스게1-16’의 <호수의 비행기> 설치. 

뚜껑이 날아간 채로 호수에 불시착한 듯한 
비행기 모양의 섬 같은 설치물로 배를 저어 접근 할 수 있다. 
photo : Osamu Nakamura 



사람의 이동 수단은 철도에서 자동차로 급속하게 변화되었다. 그러나 1925년 이래 90년간 이 지역을 달려온 고미나토(小溱)철도는 교통수단으로서도 중요하지만 무인역을 포함한 옛 모습 그대로의 역사(驛舍)들이 지역의 쇼룸, 주말 지역 특산물 주말 장터로 되살아나 지역민 교류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었고 ‘아트×믹스’를 통하여 그런 변화에 방점을 찍어 주었다. 유채꽃, 벚꽃이 만발한 시절에 달리는 객차 안에서 특산 도시락을 드는 ‘요리 열차’ 운행 등 명품 프로그램이 ‘아트×믹스’ 행사를 통해 다시 부각되었고 홍보되었다. ‘움직이는 극장’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독특한 작품도 등장했다.(열차내공연사진참조) 사람의 수송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서 철도와 역, 역사(驛舍)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하고 새로운 개념을 구현해 준 것이다. 타임슬립을 할 수 있는 이 오래된 철도는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수단이자 교류의 장이 되고 옛스러운 역은 그 거점이 되었다. 그 효과는 두 달 남짓한 축제 기간 후까지 지속될 것이다.

음식은 그 지역 고유의 성격을 반영하며 지역과 방문자를 가장 끈끈하게 연결한다. 이 예술제는 역, 학교를 비롯한 모든 가능한 장소에서 음식 프로젝트를 운영하였다. 음식도 훌륭한 예술이다. 음식을 이용한 작품이나 이벤트는 수요가 높다. 그리고 지역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주먹밥을 나누어주고 방문객들은 마을 어머니들과 이야기 하면서 주먹밥을 먹는다. 방문객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 작품은 완성된다. 아티스트와 운동선수 등 생업으로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 관련된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것을 전업으로 하여 생활할 수 있는 수요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 농업 생산의 여건은 되어 있으나 일손이 부족하여 자원이 전면 가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사람과 장소를 함께 결합하면 고령화 지역에 희망적 전망을 제공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지역의 방문자들에게 스포츠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운동선수들이 농사를 짓고 모두가 전원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이치하라 인생 극장에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오감 전개 운동회에 이 모든 이들이 어우러진다. 예술은 일상에 녹아들고 많은 분야의 장점들이 융합된다. 그것을 이름하여 ‘아트×믹스’라 하였다. 



옛 시라토리(白鳥)소학교 

복도가 대나무 공예 풍의 짜임 터널로 싸여 있다. 

다카시 니시보리와 위트 핌칸차나퐁(일본/타이랜드)의 공동작품. 
대나무 터널이 전기 장치로 천천히 미세하게 움직여 살아 
숨쉬는 것 같다. 죽었던 소학교가 살아 난 것처럼… 
photo : Osamu Nakamura



살기 위한 생업이 있고, 먹고, 마시고, 입고, 잠자고, 정원을 가꾸고, 축제에 참여하고 예술적인 것을 즐기는 등 많은 행위는 모든 습관, 의식 등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술을 매개로 생업과 그 이외의 모든 행위를 포함한 인간 활동과 생활 전체를 다시 연결하려는 시도가 ‘아트×믹스’이다. 이는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꽃 만발한 마을에, 벽들 가득히 공업용 페인트의 꽃그림 벽화를 채우거나, 작가가 늘 하던 풍의 작품을 맥락과 무관하게 산과 들에 그대로 옮겨 설치하는 상투적인 마을 미술, 자연 미술 행사와는 다르다. 이번 예술제는 40세 전후의 아티스트가 중심 역할을 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물건 만들기, 소프트웨어 만들기, 운영프로그램 만들기 등을 지역의 어린이로부터 노인까지 참여하게 유도하며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였다. 이것이 바로 공공미술 개념에서 ‘공익 속의 미술(art in public interest)’일 터이다. 현대에 여행, 노동, 문화예술행위, 취미활동 등을 이유로 사람들은 다양한 양상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기획팀은 ‘아트’를 매개로 하여 많은 사람들을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닌 의미 있는 교류를 하게 도울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은 것이다.

빈집이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든다. 잊혀진 물건, 버려진 물건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빈집을 갤러리 겸 식당으로 만든다. 지역 특산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에치고츠마리 예술제 통산 2만 2천명이 식당에 다녀 갔다. 빈 집,  빈 학교는 시나브로 가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거기에 모든 예술 작품들은 ‘장소특정적’이 아닐 수 없다.
옛 문화유산, 산업유산, 빈집과 폐교를 이용해서 옛날에 그 곳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지내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 그것을 목표로 예산 3억 5천만엔에 비록 기간은 짧았고 규모는 작은(방문객 8만7천명) 행사였지만, 다른 트리엔날레에서보다 이치하라 아트믹스에서 그 개념이 가장 실감나고 효과적으로 구현되었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그 효과가 지속되고 확대될 수 있는 비전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성과라고 본다.  



‘아콘치 스튜디오

(미국; 비토 아콘치, 프랜시스 비톤티, 쥴리안 로즈)’ 
제작 <미술관-계단/ 바늘과 핀의 지붕> 작업은 
이치하라 호반미술관(市原湖畔美術館)옥상과 계단에 700개의 
흔들리는 파이프를 설치하여 건물의 촉수와 같은 금속의 숲을 
만들었다. photo : Tadashi Endo 



에치고츠마리 예술제의 경우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같은 장소는 없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나오시마의 마술관들과 새롭고 특별한 데시마미술관 등이 중요한 집객 포인트가 되었다. 이치하라 아트×믹스의 경우 이치하라 호반미술관은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였다. 세 경우가 모두 달랐다. 결국 논객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술관 미술’은 ‘공공 미술’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술관은 지역민이 누리고 지역민과 외래인이 교류하는 거점, 하나의 특별한 인프라일 뿐이다. 미술관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운영이 문제이다. 엘리티즘과 헤게모니 논리에 빠지지 않고 그것을 사회적, 공공적으로 어떻게 잘 운영하느냐가 문제이다. 아트×믹스 행사 개념을 제도 속에서 미학적, 효과적으로 구현하여 아치하라 아트×믹스의 간판 역할을 한 이치하라 호반미술관의 올해 프로그램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제가 없는 기간에도 그곳에 상존하여 맥을 잇는다.

‘미술관 미술’이든 갤러리에서 이루어지는 ‘상업 미술’이든(기타가와 프람은 도쿄에 세 개의 갤러리를 운영하여 함께 일하는 작가들의 삶을 더불어 기획한다) ‘공공 미술’이든 서로 간 기본 성격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고 그 운영의 목적과 구현 방식이 어떠하냐가 문제일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바른 목적, 효과적인 방식과, 그렇지 않은 것을 변별하는 것이다. 이웃나라의 사례를 톺아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고문의 작성에 기타가와 프람 감독과 아트 프론트 갤러리 스탭들의 도움이 컸다. 감사드린다. 또한 『이치하라 아트×믹스 2014 공식 가이드북』, 에치고츠마리 역대 예술제의 카탈로그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공식 가이드북』, 기타가와 프람 저, 『미술이 지역을 연다 - 대지예술제의 열가지 사상』, 2014. 1., 현대기획실간 등과 여러 관련 리플렛을 참조하였다.


글쓴이 최효준은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국제적 기업의 플래닝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아트스튜던트리그에 드나들다가 각별한 뉴욕의 기운에 감염되어 좋아하던 미술을 일로 만들어 아트컨설턴트가 되었다. 삼성문화재단 현대미술 수석연구원, 서울시립미술관 수석큐레이터를 겸한 전시과장을 거쳤다. 서울대 미술사학 석사과정과 원광대 조형미술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전북도립미술관장 시절 관람객과의 소통에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했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장 겸 창작스튜디오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경기도미술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치하라 아트×믹스 안내 홍보물




[인터뷰]

기타가와 프람 박스인터뷰

Q: 에치고츠마리 트리엔날레,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에 이어 올해 이치하라 아트믹스가 열렸고 내년에 에치고츠마리 행사가 다시 열리며 매년 세 가지의 행사가 번갈아 열리게 되었다. 에치고츠마리 트리엔날레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고 그것을 벤치마킹한 행사도 진행되고 선생도 한국에서 여러 차례 그에 관한 강연도 하였다.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오곤 하였다. 한편 올해 시작한 이치하라 아트믹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규모도 작고 기간도 길지 않았다. 그러나 매우 알찼고, 개념적 밀도가 높았고, 기억의 집적과 복원을 통해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도시 중심의 현대적 삶에 대한 성찰을 효과적으로 유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치하라 아트믹스와 다른 두 트리엔날레 행사를 비교해 달라. 다른 두 트리엔날레 행사와, ‘트리엔날레’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은 이치하라 아트믹스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A: 지금까지 에치고츠마리와 세토우치에서는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왔다. 이치하라에서는 지역 활성화보다는 ‘지역에 더 참여 한다’라는 목적을 가지고 지역과 다양한 것들 간의 관계의 깊이를 추구하고자 했다. 트리엔날레가 아니라 ‘아트믹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아트’라는 것의 근처에 있는 음식, 축제, 생활예술 같은 지역의 다양한 일들과 예술을 ‘혼합’시킨다는 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치고츠마리 트리엔날레와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도 내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를 더 진화시켜 이치하라에서는 ‘문제 해결형’의 예술제를 하려고 생각했다.

Q: 이치하라 아트믹스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우치다(內田)미래학교의 여러 작품들은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우리 당대의 피할 수 없는 변화 즉 도시화와 고도산업화 같은 것이 정말 불가피한 것이었나,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치다 백귀야행(內田百鬼夜行) 작품은 “잊혀진 것은 귀신이 된다”는 설화와 옛 그림을 소재로 과거 기억에 대한 복원을 유도하고 잊혀진 것, 사라진 것의 소중한 가치를 환기시켜 주었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주는 고미나토(小溱)철도를 활용한 것은 정말 효과적이었다. 스펙터클과 기상천외함도 적절히 가미되었다. 옛 츠키데(月出)초등학교의 여러 작품들 중 사토시 이와마의 수평으로 누운 거대한 나무 작품의 강렬함도 충격적이었고 양로계곡역 인근 두더지 티브이 방송국의 발상의 신선함도 놀라웠다. 곳곳마다 좋은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세련된 아트 상품을 접할 수 있어, 이러한 예술제가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할 수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치하라시의 경우 동경과 인접해 있어 아트믹스 행사 후에도 메트로폴리탄 지역으로부터의 많은 방문객의 유치가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떤 계획이 있는지?

A: 일본의 지방 도시는 대체로 지역 내부의 문제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 있다. 이치하라시는 도쿄 인근의 베드타운이며 해안에는 공업 지대가 위치하여 있고 아트믹스가 개최 된 남부 지역은 인구과소화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역의 내부의 문제가 보이지 않도록 되어있는 구조에 대응하여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려 했다. 철도나 폐교 시설을 예술제의 무대로 하고, 음식 관련 프로젝트에 역점을 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인구과소화라는 문제가 있지만, 도쿄 중심의 수도권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이 지역의 역할이 있다. 그것은 도쿄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토야마의 풍경을 도쿄 근처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게 하여 이 지역을 수도권의 오아시스로 자리매김시키고자 하였다. 그래서 “날씨가 개이면 이치하라에 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붙였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상업적인 테마 파크가 아닌, ‘오아시스’인 것이다. 수도권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이치하라 같은 지역을 그렇게 자리매김시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지역이 도시 안에 살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새롭게 보이는 장소가 되고 그래서 도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계획을 세워 가고 싶은 것이다. 이 때에 이치하라 호반미술관은 상시적으로 그 기반이 되는 시설로 기능하게 된다. 보통의 미술관은 하지 않는 것, 도쿄 한복판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도시를 보강한다는 차원에서 해나가고 싶다.

Q: 내년에 개최되는 에치고츠마리 트리엔날레는 어떤 새로운 개념을 가미할 것인지 궁금하다. 예술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더 확산되거나 심화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떤 계획이 있는지?

A: 지금까지는 각 시설을 중심으로 예술제를 진행해 왔지만 다음부터는 에치고츠마리라는 지역 안에서 더 세분화된 지역을 설정하고 각 영역의 특색을 전면에 내세우는 진행 방식을 취하려 한다. 한편 서포터즈와 지역 주민들이 개별 작품에 대해 지원하게 하는 대신 지역 전체의 행사를 포괄적으로 지원하게 하는 방법을 택하려 한다. 각 지역 내의 서포터즈와 지역 주민들이 특정 지역 너머 타 지역과 모든 지역 전체를 종합적으로 생각하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방식이고 어떤 통일성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귀결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공연 예술 계열의 프로젝트를 많이 도입하는 것도 내년 행사의 한 특징이 될 것이다. 에치고츠마리, 세토우치, 이치하라 지역의 예술제가 연속적으로 개최되면서 각 지역에서 매회 지속적으로 행사에 참가하는 아티스트와 서포터즈와 팬들이 생겼다. 각 예술제 사이의 연속성과 지역들과의 상호 관계도 향후 더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트페스티벌에서 아티스트와 서포터즈의 이동과 협력은, 가상 세계화 시대의 가상성과 대비되는 현실성과 구체성을 지닌 사람의 움직임으로서 새롭고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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