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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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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Environment

● 기획 편집부 ● 진행 김미혜 기자, 김진 프랑스통신원, 문진주 컨트리뷰터, 이한빛 콘텐츠 큐레이터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Vladimir Part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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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리면 마음만은 이미 겨울방학이다. 뜨듯한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와 반대로 해외에서 보내는 화려한 연말, 연초를 꿈꾸며 밀린 업무를 해치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뉴욕, 파리, 밀라노, 어디든 좋다. 만성 피로와 권태를 날려버릴 무언가가 있다면.

비단 예술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고 싶은 도시의 아트 스페이스 한두 곳은 마음속 한켠에 점찍어두기 마련. 유서 깊은 미술관도, 젊고 과감한 신생 갤러리도 좋지만 이 둘 사이 어딘가, 전통과 현대를 교차하며 독특한 실험을 해 나가는 곳도 놓치지 말자. 바로 아트 파운데이션(Art Foundation)이다.


이들은 대중과 예술을 연결하고 참신한 예술을 후원한다는 공통의 미션을 가지면서도 저마다의 철학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는 특징이 있다. 이번 특집은 세계 곳곳의 아트 파운데이션을 집중 조명한다. 본 기획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예술계를 움직이는 생생한 힘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SPECIAL FEATURE 1
그들 각자의 아트 파운데이션 _이가진  

SPECIAL FEATURE 2_김미혜, 김진, 문진주, 이한빛
-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 (Dia Art Foundation)
- 반스 파운데이션 (The Barnes Foundation)
-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Fondation Louis Vuitton)
- 에르메스 파운데이션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 까르띠에 파운데이션 (Fondation Cartier)
-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Fondation Beyeler)
- 로에베 파운데이션 (Loewe Foundation)  
- 악조노벨 아트 파운데이션 (AkzoNobel Art Foundation)  
- 프라다 파운데이션 (Fondazione Prada)  
- 피노 컬렉션 (Pinault Collection)
- 도이치뱅크 아트 (Deutsche Bank Art)



론 뮤엑(Ron Mueck) <En Garde> 2023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s Vue de
 l’exposition Ron Mueck à la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Courtesy Thaddaeus Ropac 
Photo: Marc Domage




Special Feature No.1
그들 각자의 아트 파운데이션
●  이가진 미술 저널리스트


만약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가 오늘날을 살았다면, ‘메디치 아트 파운데이션’을 설립해서 미술관을 세우고, 이탈리아 예술을 더욱 융성하게 하진 않았을지 상상해본다. 르네상스의 열렬한 후원가였던 ‘일 마니피코(il magnifico, 위대한)’는 수많은 고전을 수집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미켈란젤로(Michelangelo)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 및 지식인, 학자들을 지원하며 피렌체라는 도시를 예술 중심지로 만들었다.

메디치 가문이 부흥했던 시절의 업적이 가득한 피렌체의 역사 지구는 훗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피렌체가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Gallerie degli Uffizi)의 경우도 ‘오피스’라는 이름의 기원 그대로 코시모 데 메디치 1세(Cosimo I de’ Medici)가 집무실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그곳에 소장된 방대한 르네상스 시대의 명작 역시 몇백 년 동안 메디치가에서 소장해 온 것을 ‘피렌체 밖으로 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기증받은 것. 지나간 역사의 인과관계를 매끈하게 설명할 도리는 없으나 유럽의 여타 대형 박물관에 비하면 작은 규모의 우피치 미술관이 명성을 얻고, 피렌체라는 작은 도시가 예술과 문화 허브의 대명사로 여겨지기까지 메디치 가문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게 조부 대에 시작된 부(富)를 토대로 정치적, 문화적 야망을 꽃피웠다는 이야기는 어쩐지 낯설지 않은 줄거리다. 다만 그 결말이 메디치 가문의 뜻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어 가기 위해 ‘아트 파운데이션(Art Foundation)’을 창설한다는 것으로 끝나야 할 것 같달까. 로렌초 데 메디치의 스토리에 전사지를 올린 채 떠올리는 또 다른 인물은 20세기 모던 아트의 강력한 후원자이자 전설적인 컬렉터였던 페기 구겐하임(Peggy Guggenheim)이다.



Installation view of <White Death> 2023 
Courtesy of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Nacása & Partners Inc.



구겐하임 집안은 구리 광산을 사들여 막대한 재산을 모았고, 마이어 구겐하임(Meyer Guggenheim)의 손녀 페기도 20대 초반에 거액을 상속받았다. 여러 영화, 도서를 통해 알려진 대로 페기 구겐하임은 유럽의 예술가들과 미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고, 그의 정신을 계승한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은 근현대 미술을 수집·보존·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뉴욕, 베니스, 빌바오, 아부다비(2025년 개관 예정)에 구겐하임 미술관 및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단이라고 번역되는 아트 파운데이션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기업처럼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해 이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재단 또는 사립 재단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문화재단이란 문화예술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전시, 공연, 축제, 예술가 지원, 문화 교류, 문화 시설 운영 등의 일을 전담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미술 분야에만 한정한 예술재단보다는 더 큰 범주의 문화 사업에 관여하는 곳들이 대다수다. 가령 금호문화재단, 대림문화재단, 삼성문화재단, 송암문화재단, 송은문화재단 등이 사업의 일환으로 미술관을 운영 중이다.

공익이나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공공 재단 외에 민간 문화재단의 설립에는 기본적으로 자본금이 요구된다. 전술했듯,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이 아니라 돈을 쓰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민간 예술재단은 자선가, 컬렉터, 작가 등 개인이 설립한 곳 혹은 기업이나 브랜드 차원에서 운영하는 곳들로 나뉜다. 앤디 워홀 재단(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저드 재단(Judd Foundation), 칼더 재단(Calder Foundation) 등이 고인이 된 예술가의 유지를 받들어 작가의 레거시(legacy)를 보존하고 학술 연구, 전시, 출판 등을 후원 및 진행해 나가는 대표적인 미술재단이다.



Fondazione Prada, Venice Ca’ Corner della Regina
 2019 Courtesy Fondazione Prada
 Photo: Delfino Sisto Legnani 
and Marco Cappelletti



프랑스 최초의 사립 예술기관으로 기록된 매그 재단(Fondation Maeght)은 갤러리스트 겸 컬렉터, 출판인 애매 매그(Aimé Maeght)가, 삼다니 재단(Samdani Art Foundation)은 나디아와 라지브 삼다니(Nadia & Rajeeb Samdani) 부부가 방글라데시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11년에 설립했는데, 그들은 『아트뉴스(Art News)』에서 선정한 2023년 ‘톱 200 컬렉터스(Top 200 Collectors)’에 선정된 바 있다.

‘문화예술 증진에 기여한다’는 궁극적 목표는 같지만, 기업에서 출자해 설립한 미술재단은 기업 이미지 제고나 마케팅 전략의 차원에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럭셔리 패션 분야다. 헤리티지(heritage)를 강조하는 브랜드일수록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협업을 꾀하거나, 전시를 조직하고 재단을 운영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 소유주의 개인적인 관심부터 브랜드 활동에 문화자본이나 창의적 유산을 투자하려는 의지까지 계기는 다양하다.

동시대 미술 신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곳들로는 까르띠에 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카를라 펜디 재단(Carla Fendi Foundation),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로에베 재단(Loewe Foundation), 에르메스 재단(La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 등을 꼽을 수 있다. 재단을 통해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



ST SONGEUN Building 
© Jihyun Jung All rights reserved



예컨대 “예술, 창의성, 과학 및 기술을 장려하기 위한 문화 행사를 기획, 지원하고”(카를라 펜디 재단),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홍보하는 데 전념하며”(까르띠에 재단), “대중에 봉사한다는 사명으로 모든 사람이 예술과 문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루이비통 재단), “기술과 노하우의 전수, 새로운 예술작품의 창작, 환경 보호, 연대 활동의 장려를 통해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르메스 재단)이다.

럭셔리 비즈니스가 포용적인 이미지로 대중과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특별함과 독점성을 재확인하는 주요 방식으로서 예술을 채택하는 것이라는 비평도 있지만, 실제로 세금, 공적 자금 등으로 운영되는 공공 미술관, 작품 판매가 필수적인 상업 갤러리와 달리 민간 재단은 상당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기관의 방향성이나 특정 관심사에 집중할 수 있다. 창작, 상상력, 연구, 실험에 너그러운 덕분에 결과적으로 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술생태계의 주요한 축을 이루는 아트 파운데이션들이 각 기관 고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전제하면서도 공통적으로 견지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프라다 재단 설립 초기부터 아티스틱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했던 아스트리드 웰터(Astrid Welter)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핵심 질문은 ‘문화 기관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이다.

완전하고 최종적인 대답은 없지만, 오늘날 문화 기관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재단으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싶다. 우리는 예술과 문화가 매우 유용하고, 필요하며, 매력적이라고 믿는다. 예술과 문화는 우리의 일상과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PA


글쓴이 이가진은 국어국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예술과 텍스트라는 두 가지 영역을 잇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며 글을 쓰고, 출판 및 콘텐츠 기획을 한다.



View of the exhibition of Noel Varoqui
<on n'est forteresse> La Grande Place
(Saint-Louis-lès-Bitche) 2023 © Olivier H Dancy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Special Feature No.2
●  김미혜, 김진, 문진주, 이한빛


1 .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 Dia Art Foundation
미니멀아트의 메디치가를 꿈꿨던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


• 국가: 미국 뉴욕
•  주소: Dia Beacon: 3 Beekman Street, Beacon, New York, 12508, United States Dia Chelsea: 537 West 22nd Street, New York, New York, 10011, United States 외
•  관람시간: Dia Beacon_금요일-월요일 10:00-16:00 Dia Chelsea_수요일-토요일 12:00-18:00
•  홈페이지: diaart.org


가정해보자. 미술사적 지식이 풍부한 당신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아트딜러로 시장에 대한 안목도 있었고, 석유 산업계 ‘공주’가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를 도와줄 마음 맞는 큐레이터도 있다. 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가정이 아니다. 1974년, 아트딜러 하이너 프리드리히(Heiner Freidrich)와 훗날 그의 아내가 된 석유시추 재벌인 슐랭베르제(Schlumberger) 그룹의 상속녀 필리파 드 메닐(Philippa de Menil), 미술사가인 헬린 윙클러(Helen Winkler)의 이야기다. 잠시나마 ‘미니멀아트의 메디치가’로 불렸던 디아(Dia)의 시작이다.

디아의 목표는 명료했다. ‘성격이나 규모 때문에 자금 조달원이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이 심플한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 프리드리히는 르네상스 시대의 패트론(patron)과 같은 제도를 만들려 했다. 그는 1996년 『베니티 페어(Vanity Fair)』와의 인터뷰에서 “20세기는 르네상스와 비견할만한 시각이 지배하는 시대다.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와 어깨를 나란히 할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있고, 미켈란젤로(Michelangelo)와 비교할만할 댄 플래빈(Dan Flavin)이 있다. 도나텔로(Donatello)?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가 있다. 이것이 디아를 시작한 이유”라며 동시대 작가들과 세기에 남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캡션: 앤디 워홀(Andy Warhol) ‘Shadows’ 
1978-1979 Acrylic and silkscreen ink on canvas 
193×132cm each of 102 paintings 
 ©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사진: 이한빛



10년의 꿈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처럼 디아도 작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플래빈과 마리아,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존 챔버린(John Chamberlain), 라 몬테 영(La Monte Young), 마리안 자질라(Marian Zazeela) 등 전통 회화와 조각의 한계를 넘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이들이 디아의 대표 작가였다. 재단은 약 12명의 작가에게 연간 최대 500만 달러를 10년간 지원했다.

지원 규모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로덴 분화구 프로젝트를 위해 애리조나주의 화산 분화구를 구입했고, 1인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은행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는가 하면 4인 미술관, 기획전시장을 위한 건물과 땅을 사들였다. 재단 설립 10년 만에 900개 이상의 작품과 3,000만 달러가 넘는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이쯤 되자 미술계 모두가 디아를 주목했다. 메닐은 “우리의 급성장과 성공의 비결은 돈을 아끼지 않고 쓴 것”이라고 인터뷰 할 정도였다.

사실 ‘Dia’는 그리스어로 ‘전달자’를 뜻한다.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은 프리드리히의 말을 빌려 “영원하진 않겠지만 예술 작품이 장기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라는 의미로 임시로 쓰려고 했던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였을까, 디아가 초창기 멤버와 함께 성장한 시간은 10여 년에 불과했다.

이후 오일쇼크와 함께 메닐의 슐랭베르제 주식이 폭락하면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동시대 작가들을 지원했던 디아의 자금도 끊기게 된다. 작가들은 떠났고 재단은 소송에 휘말렸다. 1985년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며, 메닐과 프리드리히, 윙클러가 꿈꾸던 메디치가는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이들이 수집한 작품과 부동산 대부분은 현재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의 근간이 됐다.  


북미대륙과 유럽, 12곳의 디아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이 관리하는 사이트는 총 12곳에 달한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2022년 발매한 솔로 앨범 ‘인디고’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더욱 유명해진 디아 비컨(Dia Beacon) 외에도 예술교육 센터로 활용되는 뉴욕 맨해튼의 디아 첼시(Dia Chelsea), 플래빈 작업이 영구 설치된 디아 브리지햄튼(Dia Bridgehampton)이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 건물 모두 쓰임을 다한 낡은 산업 공간을 리모델링해 예술 공간으로 활용, 건물 자체는 물론 주변까지 변화시킨 사례로 꼽힌다. 2003년 개관한 디아 비컨은 원래 뉴욕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의 디컨 지역에 위치한 스낵 제조 기업 나비스코사의 공장 단지였다. 인쇄 공장이었던 이 건물은 오픈 이후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이하 MoMA)와 비견할만한 거대한 현대미술 전시장이 됐다.

2015년 디렉터로 부임한 제시카 모건(Jessica Morgan)은 『아트넷(Artnet)』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건물을 랜드마크 기관으로 활용하는 구겐하임이나 MoMA와 달리, 디아는 항상 예술가들이 우리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왔다”고 설명한다. 살롱에서 선보였던 전통 회화, 조각이나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된 모던 작품들과 달리 미니멀아트는 오래된 산업 구조물을 전시장으로 낙점, 자신들만의 언어를 구축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디아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댄 플래빈(Dan Flavin)
 <untitled (to you, Heiner, with admiration and affection)> 
1973 Dia Art Foundation; Gift of Louise 
and Leonard Riggio 사진: 이한빛



뉴욕서 1시간 떨어진 폐인쇄공장
미니멀리즘과 대지미술의 성지로

디아 비컨에서는 파운데이션이 소장한 1960-1970년대 실험적이고 선구적이었던 작가들의 작품, 특히 미니멀리즘과 대지미술 작업을 선보인다. 1층 메인홀을 장악한 워홀의 연작 ‘Shadows’(1978-1979)도 눈길을 끌지만 2층 방에 숨듯 자리한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Crouching Spider>, 반지하 공간을 묵직하게 채우는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Torqued Ellipses’ 연작이 인상적이다. 특히 세라의 작품은 보통 야외에 설치되는데, 이 작품은 실내에 들어올 정도로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럼에도 공장건물의 긴 창문과 그 창에 투과된 햇살이 작품 위로 긴 빛 그림자를 드리울 때, 작품과 건축의 공명을 경험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전시하는 작업들에 이어 미니멀리즘의 미술사적 발전과 확장도 파운데이션의 주요 관심사다. 일본 모노하 운동의 시초로 평가되는 이우환의 개인전도 이곳에서 2019년 5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이어졌다. 디아가 소장한 초기작 ‘관계항’ 시리즈 3점(1969, 1971, 1974)을 비롯 다른 관계항 2점이 전시됐다. 모건 디렉터는 “1960년 시작한 일본의 모노하 운동은 미니멀리즘과 상호 연결된 성격을 드러낸다. 이우환은 미니멀 및 포스트 미니멀 조각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은 공공미술 작품 9점을 관리 중이다. 뉴욕시에 자리한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7000 Oaks’ 시리즈, 유타주 그레이트 베이슨 사막에 설치된 낸시 홀트(Nancy Holt)의 <Sun Tunnels>, 뉴멕시코 퀘마도에 설치된 마리아의 <The Lightening Field>, 독일 카셀에 영구 설치된 <The Vertical Earth Kilometer> 등이 그 예다.



The Barnes Foundation, Room 13, North Wall 
© The 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2. 반스 파운데이션 The Barnes Foundation
‘마이웨이’로 일군 수천억 규모 컬렉션 반스 파운데이션

• 국가: 미국 필라델피아
• 주소: 2025 Benjamin Franklin Parkway, Philadelphia, PA 19130, United States
• 관람시간: 목요일-월요일 11:00-17:00
• 홈페이지: barnesfoundation.org

필라델피아의 대표 공립미술관이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이라면, 사립 대표는 반스 파운데이션(The Barnes Foundation)을 꼽을 수 있다. 위치도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Benjamin Franklin Parkway)를 따라 약 15분가량 걸어 내려오면 도착한다. 미술관을 돌며 필라델피아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관람객들이 택하는 일반적 루트는 오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보고 점심식사를 한 뒤, 반스 파운데이션으로 이동하는 경로다. 두 미술관 사이 위치한 로댕 미술관(Rodin Museum)도 볼거리다.

그러나 반스 파운데이션을 한 번이라도 와봤다면, 두 번째부터는 거꾸로 일정을 잡기 마련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 컬렉션 181점을 비롯해 폴 세잔(Paul Cezanne) 69점,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59점,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46점,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6점, 앙리 루소(Henri Rousseau),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유화까지 20세기 초반 유럽 작가들의 수작만 모였다.

호레이스 피핀(Horace Pippin)과 같은 미국 흑인 작가 컬렉션, 아프리카 조각품, 가면, 가구, 동양화, 이집트 조각, 그리스·로마 예술품도 전체 소장품에 상당한 부분을 점한다. 방대한 규모와 퀄리티에 앞서 들렀던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투자의 천재? 알버트 C. 반스

반스 파운데이션은 의사이자 화학자, 기업가였던 알버트 C. 반스(Albert C. Barnes)가 1922년 필라델피아 메리온에 설립했다.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사의 길을 가지 않고 화학자로 진로를 바꾼 그는 신생아 실명 예방에 사용하는 질산은 소독제 아르지롤(Argyrol)을 개발했다. 제품이 크게 성공하자, 뉴욕의 제약회사 조나이트(Zonite)가 반스의 회사를 인수했다. 1929년 7월의 일이다. 이로부터 약 2달 뒤 대공황이 시작됐으니 반스로서는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매도에 성공한 셈이다.

반스가 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02년이며,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1912년부터 본격적으로 컬렉터의 길을 걷게 된다. 고등학교 동기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글라켄스(William Glakens)의 도움으로 파리에서 작품을 구매했고 이때부터 인상파, 후기인상파, 근대 초기작업들을 차근차근 사들였다. 현재 반스 파운데이션의 소장품은 약 4,000여 점에 달하는데 모두 반스가 평생에 걸쳐 소장한 것들이다.



Exterior view of The Barnes Foundation 2017 
© The 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Photo: Michael Perez



뒤죽박죽 이상한 나라의
반스가 제안하는 미술 감상법

가난한 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명석한 두뇌와 타고난 사업 감각으로 엄청난 부를 일궜던 반스의 스타일은 미술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특히 미술품을 감상하는 방법에서 두드러진다. 반스 파운데이션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작은 방에 작품이 너무 많아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고 연대나 사이즈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화작품과 가구, 문의 경첩 따위가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어 기획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반스가 원했던 감상법이다.

과학자였던 반스는 객관성과 사실에 기반한 분석이 가장 정확하다고 봤고, 미술 작품 감상에서도 이와 같은 접근을 시도했다. 실제 작품을 가까이서 눈으로 보고, 경험하고, 연구하고, 성찰하는 것이 예술사에 근거한 복잡한 해석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했던 것. 이러한 결론에는 절친한 친구가 된 철학자이자 교육개혁가인 존 듀이(John Dewey)의 영향도 있었다. 반스는 자신의 예술 감상법을 책으로도 내고(『The Art in Painting』), 회사 직원들과 날마다 2시간씩 작품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재단을 설립하고 나서는 교육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마구잡이로 섞여있는 듯한 작품들도 천천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규칙성이 보인다. 작품 안에 반복되는 도상이나 이미지가 좌우 대칭 형태로 걸려있고, 이미지는 심지어 문고리나 경첩, 가구에서도 반복된다. 자신의 안목에 자신 있었던 반스는 컬렉션은 물론 작품 큐레이션까지 본인 스타일대로 밀고 나갔다. 현재 필라델피아 프랭클린 파크웨이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반스가 죽기 전 자신의 집(이자 갤러리 공간)에 걸어놨던 그대로다.

반스는 유지로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전시하라’고 했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반스 파운데이션 건물은 2012년 개관했는데, 메리온에 있던 반스의 집을 거의 복제해서 지었다. 심지어 마티스에게 커미션 한 거실 천장 벽화도 가져왔다. 필라델피아 시내로 옮긴 것은 원형 그대로를 고수하라는 유지에는 어긋나는 셈이지만, 대중 접근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건물의 외양은 회색의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중정에 연못을 넣은 현대적 모습이나 내부는 반스가 살았던 그대로다.

폴 앨런 쇠라는 쁘띠 사이즈…
반스 컬렉션 하이라이트

반스의 소장품 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작품은 마티스의 1906년작 <Le Bonheur de Vivre>다. ‘삶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가로 240.7cm, 세로 176.5cm에 달하는 대작으로 2층 전시장 메인에 걸려있다. 마티스가 1906년 앙데팡당전에 출품한 것을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이 첫눈에 반해 사들였고, 오랜 기간 거트루드와 레오 스타인(Leo Stein)의 대표 컬렉션으로 걸려있다 반스의 손에 넘어왔다.

거트루드가 “그 시대의 모든 화가에게 흔적을 남길 새로운 색상 공식을 만들었다”고 평했을 정도로 작품은 파격적이다.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춤추고 음악을 연주하며 어울리는 아르카디아(Arcadia) 소재는 일반적이었지만 색상이나 사이즈, 인체의 왜곡은 새로운 시도였다. 제작된 지 100년이 훌쩍 넘었기에 색상이 전반적으로 많이 바랐으나 보존 컨디션이 좋은 편이라 노란 카나리아색, 형광에 가까운 초록 등 생생한 색감을 짐작해보기엔 충분하다.

1층 메인 로비 위쪽엔 쇠라의 <모델(Les Poseuses)>(1886-1888)이 전시돼있다. 가로 249.4cm, 세로 200cm에 달하는 대작으로 지난해 단일 컬렉션 경매로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폴 앨런(Paul Allen) 컬렉션에 포함됐던 작품과 같은 시리즈다. 해당 작품은 1억 4,940만 달러(한화 약 2,000억 원)에 낙찰됐는데, 사이즈는 가로 50cm, 세로 39.3cm였다. 이외에도 고흐의 <Joseph-Étienne Roulin>, 세잔의 <Les Joueurs de cartes>, 루소의 <Éclaireurs Attaqués par un Tigre>, 피카소의 <Acrobate et jeune Arlequin> 등도 주요 컬렉션에 포함됐다.

반스 파운데이션은 소장품전과 동시에 20세기 초반 미국과 유럽 미술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기획전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18년에는 인상주의 여성 화가인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의 미국 첫 개인전 <Berthe Morisot: Woman Impressionist>를 개최했고, 2020년엔 프랑스 기업가이자 패트론이었던 마리 커톨리(Marie Cuttoli)를 주인공으로 <Marie Cuttoli: The Modern Thread from Miró to Man Ray>를 통해 그의 기여를 살피는 기획도 선보였다.

2021년엔 근대 프랑스 화단의 이단아였던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을 소개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의 개인전을 2024년 1월 21일까지 진행한다. 격동의 20세기 초반, 여성들 사이의 여성을 포착한 작업이 인상적이다.







3.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Fondation Louis Vuitton

• 국가: 프랑스 파리
주소: 8, Avenue du Mahatma Gandhi Bois de Boulogne, 75116 Paris, France
관람시간: 수요일-월요일, 일별로 운영 시간 상이
홈페이지: fondationlouisvuitton.fr

프랑스에서 미술재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핫한 곳, 바로 루이비통 재단이다. 파리를 찾는 많은 관광객이 꼭 들러야 할 장소로도 손꼽히는 이곳은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Moët Hennessy Louis Vuitton, 이하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 기획하고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hery)가 설계한 건물로, 파리 16구 북서쪽 블로뉴 숲(Bois de Boulogne) 중심부에 위치하며 약 1만 2,000㎡ 규모다. LVMH가 자금을 지원하는 이 미술관은 파리시가 2007년 1월 1일부터 55년 동안 재단에 임대한 땅에 지어졌으며, 다양한 컬렉션과 전시를 할 목적으로 3개 층에 11개의 갤러리를 만들었고, 전시를 위한 공간까지 모두 더하면 3,700㎡에 이른다.



Exhibition View of
<Basquiat × Warhol, à quatre mains> 
2023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2023 ©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Licensed by ADAGP, Paris, 2023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사실 루이비통 재단은 2006년 이탈리아 베니스에 설립된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에 대한 대응으로 세계 1위 럭셔리 기업 LVMH가 경쟁적으로 만들었다는 풍문이 있다. 2014년 건물 개막식에는 문화예술 분야의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했으며,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과 독일 일렉트로 그룹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콘서트가 열렸고, 당시 파리 시장은 물론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도 자리했다. 건물을 본 올랑드 대통령은 “구름인가요? 아니면 빙산? 범선?”이라고 추측했지만, 게리의 구상은 12개의 유리 돛으로 구성된 배 모양이었으며 이는 크리스탈 궁전으로도 불린다.

루이비통 재단은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친숙한 사람 모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방문객에게 독특한 장소와 작품 컬렉션을 감상하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재단과 미술관을 설립하는 프로젝트에 들인 예산은 수억 유로로 추산되지만, 아르노 회장은 정확한 수치를 발표한 적이 없다. 그는 “꿈은 수치화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더 큰 미래를 본다. 재단의 목적은 예술과 문화의 번성을 촉진시키고 LVMH 그룹이 하는 메세나 활동을 영속시키는 데 있다.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에 강한 의지를 표현하며 이에 집중하는 것이다. 



Interior view of Fondation 
Louis Vuitton Photo: Iwan Baan



국내 및 국제 수준에서 현대예술 창작을 장려하기 위해 루이비통 재단은 영구 컬렉션, 아티스트 커미션, 근대 및 현대미술 특별전시를 진행하고 토론, 회의, 세미나, 마스터 클래스를 위한 장소가 되기도 하며, 라이브 쇼, 영화, 비디오를 호스팅하는 무대도 가지고 있다. 강당은 좌석 300개, 입석 1,000개까지 수용할 수 있는 크기며 음향 역시 게리와 함께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작업한 나가타 아쿠스틱스(Nagata Acoustics)가 맡았다.  

현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기획한 대형전시마다 선풍적인 흥행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 시작은 2016-2017년 진행된 20세기 초 러시아의 예술 후원가이자 수집가였던 슈스킨(Shchukin) 컬렉션 전시로, 방문객 120만 명 이상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개관 후 2014-2015년에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과 게리의 전시가 있었고 2016-2017년에는 변화의 격동 속에 있는 중국 예술가들을 소개했으며, 아프리카 미술 특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7-2018년에는 <Being Modern: MoMA in Paris>전, 2018-2019년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에곤 실레(Egon Schiele)를 비롯해 인상주의 미술품 최고 수집가로 꼽히는 사무엘 코톨드(Samuel Courtauld) 컬렉션을 기획했고, 2020-2021년에는 신디 셔먼(Cindy Sherman) 개인전 그리고 슈스킨 가문과 예술품 수집에 있어 경쟁 관계에 있던 모로조프(Morozov)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외에 앤디 워홀(Andy Warhol),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등의 특별전을 통해 세계 각지에 있는 작품들을 끌어모아 자본력만이 기획할 수 있는 대형전시를 선보이는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새로운 전시의 지평을 열고 있다고 평가된다.


Exterior view of Fondation
Louis Vuitton Photo: Iwan Baan




4. 에르메스 파운데이션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 국가: 프랑스 파리
• 전시장소: Atelier Hermès: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Le Forum: 8F Maison Hermès, 4-1, Ginza 5-chome, Chuo-ku, Tokyo, Japan     
La Verrière: Boulevard de Waterloo 50, 1000, Brussels, Belgium     
La Grande Place: 22 Rue Coëtlosquet, 57620 Saint-Louis-lès-Bitche, France
• 홈페이지: fondationdentreprisehermes.org

럭셔리 패션 기업 에르메스(Hermès)가 그동안 지속해온 수년간의 예술 후원 운영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하기 위해 2008년 설립한 재단이다. 이들의 문화 활동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해 디자인, 조형예술, 공연예술 등 가능한 가장 광범위한 예술 분야에서 창작을 지원하고, 장인의 기술, 문화재와 같은 문화유산 컬렉션의 홍보와 보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시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는 대신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 지원에 힘쓰고 있으며, 한국 서울 아뜰리에 에르메스(Atelier Hermès), 벨기에 브뤼셀 라 베리에흐(La Verrière), 일본 도쿄 르 포럼(Le Forum), 프랑스 생루이 레비쉬 라 그랑드 플라스(La Grande Place) 등의 전시 공간에서 전문 큐레이팅을 통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Répétitions de PANORAMA par les étudiants
 boursiers de la première promotion 
Artistes dans la Cité, avec Cyril Teste / 
Collectif MxM, Théâtre de la Cité internationale, 
Paris, 2022  © Simon Gosselin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에르메스 재단은 ‘우리의 행동은 우리를 정의하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는 신념을 따른다.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 커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재단은 내일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9개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 창작, 노하우 전달, 환경 보호, 사회적 연대 장려에 필요한 조건을 지원한다. 이러한 행동은 집단지성을 고취시키고, 진보와 공동복지를 결합하며, 사람을 사회의 중심에 두겠다는 인본주의적 목표를 충족시킨다.

메종 에르메스의 철학에 기반해 운영되는 수많은 예술지원활동들은 엄격하고 탁월하게 제품을 제작하는 장인과 예술가들의 헌신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바탕으로 이 노하우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인류애를 보여준다. 재단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4개의 기치 아래 이루어지는데, 이는 “(특정 물건들을 만들어내는데 인류가 도달한 노하우를) 전달하고, 보호하며, 창작하고, 장려한다”는 것이다.

먼저 에르메스 재단은 지속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장인적 기술 노하우를 후세에 전달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젊고 재능을 가진 지원자들의 만남을 촉진하고 직업기술전수를 실행함으로써 서로 발전하고 완벽성에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다. 재단은 전문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장벽을 제거하고 전반적 단계에서 이들을 지원한다. 에르메스 재단에게 ‘창작한다’는 것은 생산과 동시에 대중에 공개되고 유통될 수 있음을 포함한다.



View of the exhibition of Cristof Yvoré 
<Coi> La Verrière (Bruxelles) 2023
 © Isabelle Arthuis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또한 이들은 사진이 우리의 세계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전제로 현대사진 창작을 돕고자 레지던시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2014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사회적 연대를 ‘장려’하는 것은 에르메스 재단의 4대 가치 중 하나이며, 재단은 인본주의적 가치에 중점을 둔 ‘H3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는 ‘Heart’, ‘Head’, ‘Hand’의 H를 딴 것으로 Heart는 사회적 연대, Head는 미래를 위한 전망, Hand는 (기술의) 전달을 뜻한다. 에르메스 재단의 메세나 활동은 매우 타깃화된 방식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인류애를 바탕으로 행해진다. 특히 에르메스 재단은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의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며 생태학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쏟는다. 예술이나 디자인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활동에도 재단이 심혈을 기울인 액티비티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View of the exhibition of Anne Marie Laureys
 <Bise> La Verrière (Bruxelles) 2023
 © Isabelle Arthuis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5. 까르띠에 파운데이션
Fondation Cartier

• 국가: 프랑스 파리
• 주소: 261, Boulevard Raspail, 75014 Paris, France
• 관람시간: 화요일 11:00-22:00, 수요일-일요일 11:00-20:00
• 홈페이지: fondationcartier.com

까르띠에 재단은 1984년 당시 회장이었던 알랭 도미니크 페랭(Alain Dominique Perrin)에 의해 설립됐는데 이는 기업이 설립한 최초의 재단 중  하나로 꼽힌다. 페랭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동시에 문화계에서 까르띠에라는 이름을 영속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친구이자 조각가인 세자르 발다치니(Cesar Baldaccini)가 전시공간을 만들 것을 제안하자 예술재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1984년 설립 당시에는 베르사유 근처 주이-엉-조자스(Jouy-en-Josas)에 공간이 만들어졌으나, 1994년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디자인한 투명한 유리 건축물을 파리 14구에 세우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은 아티스트 로타르 봄가르텐(Lothar Baumgarten)이 구상한 특별한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전시실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숲속의 유리 공간에 들어온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재단 이름부터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인 것처럼 이들은 현대미술 전시와 후원에 집중하는데, 이는 페랭이 열정적인 현대미술 수집가였던 점에 기인한다. 회화, 비디오, 사진, 패션, 라이브 공연 등 모든 형태의 현대미술 창작을 장려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해 미술을 더욱 개방적이고 접근 가능한 공동의 문화유산으로서 공유하기 위해 재단은 매년 주제별 또는 개인전을 계획하고 아티스트에게 의뢰해 풍부한 전시 컬렉션을 마련한다.



론 뮤엑(Ron Mueck) <Mass> 2017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s Ron Mueck 
pendant le montage de l’exposition à la Fondation Cartier 
pourl’art contemporain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 Felton Bequest, 2018 
Photo: Michel Slomka / MYOP / Lumento



또한 시각예술과 현대 창작의 다른 표현방식인 공연 예술과의 만남 ‘노마드 이브닝(Nomad Evenings)’을 진행하는데, 연간 1,000만 달러(이중 80%는 까르띠에 제공이며 나머지는 기타 기부금이다) 예산으로 집행되며 2023년 현재 1,5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외국 기관과의 협업으로 까르띠에 재단 활동에 국제적인 차원을 부여하는데 한국, 이탈리아,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일본 등에 이어 최근 중국에서도 소장품 일부와 함께 특별기획전시를 선보였다.

페랭 회장은 공상가인 동시에 전투적인 인물이다. 미술재단으로서는 최초로 여겨지는 까르띠에 재단을 연 것도 혁신적인 프로젝트였다. 그는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이 너무나 느리고 본질적으로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페랭은 “프랑스에서 예술 부문 프로젝트가 공식화되고 의사결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실현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회사가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5주면 충분하다”고 단언하며 예술가 지원에 대한 국가 측의 계속되는 무관심에 대해 피력해왔다.

“우리는 럭셔리 상품을 통해 예술자금 조달에 문을 열었다”고 말하는 그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물질적, 재정적 가능성을 갖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전시가 기획되면 이를 위해 특별히 작품 제작을 추가로 의뢰하고 직접 구입하기도 한다. 그에게 있어 럭셔리 브랜드들의 상업 활동 이익의 일부가 미술 작품 창작을 위해 재분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하이엔드 상품 제작에 있어 재단의 수혜를 받은 예술가와의 협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재단은 예술가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그들을 이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론 뮤엑(Ron Mueck) <En Garde> 2023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s Ron Mueck 
pendant le montage de l’exposition à la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Courtesy Thaddaeus Ropac
 Photo: Michel Slomka / MYOP / Lumento



최근 개최된 대표 전시로 지난해 호주 원주민 예술가인 살리 가보리(Sally Gabori)와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론 뮤엑(Ron Mueck)의 개인전을 들 수 있다. 가보리는 2005년 약 80세의 나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빠르게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다. 재단은 노년의 나이에 강렬한 창작 욕구를 느껴 생생한 색상의 독특한 추상화 작업을 해온 그의 작품을 파리로 가져와 소개했다. 그런가 하면 극사실주의 호주 조각가인 뮤엑은 2005년, 2013년 2회에 걸쳐 초청돼 까르띠에 재단에서 단독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올해는 그간 프랑스서 소개되지 않았던 일련의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특히 100개의 거대한 두개골 조각으로 이루어진 <Mass>(2017)는 호주를 떠나 처음으로 해외에 전시돼 단번에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놀라운 크기와 충격적인 기이함이 특징인 그의 작품들은 상당한 제작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뮤엑은 25년 동안 48개의 작품을 만들었고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은 지난봄에 겨우 완성됐을 정도다.

올해 연말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는 인도 건축가 비조이 자인 / 스튜디오 뭄바이(Bijoy Jain / Studio Mumbai)의 <건축가의 숨결(Le souffle de l’architecte)>전이 기획되어 있다. 예술과 건축, 재료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비조이 자인이 물, 공기, 빛에 중점을 두고 호흡과 리듬에 맞춰 발전시킨 그의 예술적 건축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Exterior view of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 Martin Argyroglo
and Jean Nouvel / ADAGP Photo: Luc Boegly





6.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Fondation Beyeler

• 국가: 스위스 바젤
• 주소: Baselstrasse 101, CH-4125, Riehen/Basel, Switzerland
• 관람시간: 월요일-일요일 10:00-18:00, 수요일 10:00-20:00, 금요일 10:00-21:00
• 홈페이지: fondationbeyeler.ch

스위스 바젤의 소도시 리헨에 위치한 바이엘러 재단은 갤러리스트 부부 에른스트 바이엘러와 힐디 바이엘러(Ernst & Hildy Beyeler)가 1997년 개관한 미술관이다. 1년 365일 문을 여는 이 근현대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모더니즘에서 후기 인상주의, 근대미술과 동시대 미술을 아우르는 컬렉션은 스위스는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잡아끈다.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 <The Actress Margarita>
 Oil on oilcloth 115.9×94cm  The Collection of 
Shalva Amiranashvili Museum of Fine Arts of Georgia,
 Georgian National Museum, Tbilisi 
© Infinitart Foundation



바이엘러 재단에 처음 당도했을 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아름다운 나무와 풍경 그리고 주변에 위치한 유서 깊은 저택이다. 걷다 보면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렌초 피아노(Renzo Piano) 건축물,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에 도착하게 된다. 아름다운 정원, 수련이 자라는 연못, 포도원과 산기슭, 세월이 깊이가 느껴지는 저택과 야외 조각들이 배치된 미술관 부지는 재단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가 자연과 예술, 건축의 조화에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단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건축과 풍경을 결합하며 미술관 내부에는 자연광이 마치 온실과 같이 각 전시관을 비추는데, 이는 바이엘러 재단에 놓인 작품들이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도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직접적으로 작품과 교감하는 기회를 가진다.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 <Giraffe> Oil on oilcloth, 
137.4×111.7cm  The Collection of Shalva Amiranashvili Museum 
of Fine Arts of Georgia, Georgian National Museum, Tbilisi 
© Infinitart Foundation



미술관에는 400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이 있으며, 대부분 19세기에서 21세기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컬렉션으로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폴 세잔(Paul Cezanne), 에드가 드가(Edgar Degas), 앙리 루소(Henri Rousseau)부터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있다. 컬렉션과 더불어 전면을 유리로 구성해 관람객 또한 살펴볼 수 있는 보존 스튜디오(Conservation Studio)는 미래를 위한 예술 유산의 보존 또한 중요함을 일깨운다.

바이엘러는 다양한 방식의 관람객 참여 이벤트로도 유명하다. 기본적인 전시 연계 퍼블릭 투어는 물론 3세부터 6세 어린이들이 참여 가능한 스토리텔링 카펫(Storytelling Carpet)과 아이들 대상의 워크샵, 직접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 기획전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작품과의 대화(A Work in Conversation)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Portrait of George Dyer Riding a Bicycle>
 1966  Oil and pastel on canvas 198×147.5cm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 2017, The Estate of Francis Bacon/ProLitteris, 
Zurich Photo: Peter Schibli, Basel



특히 매달 두 번째 월요일에는 미술 교육가들이 참여하는 주제별 투어가 인사이트(Insights)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금요일마다 실시하는 프라이데이 바이엘러(Friday Beyeler)에서는 저녁 9시까지 미술관을 운영하며 영화 상영, 음식 나눔, 제과 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을 매주 다르게 선보인다.

현재 바이엘러 재단에는 2023년 하이라이트 전시로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의 개인전이 준비돼있다. 조지아 출신 작가인 피로스마니는 특유의 초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일상과 동물을 자주 그렸지만, 독특하고 활력 넘치는 터치는 그의 작품이 자국과 예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는 데 한몫 했다.

국내에서 ‘백만송이 장미’로 알려진 유명한 노래, 알라 푸가체바(Alla Pugacheva)의 <Million Roses> 속 남자주인공이 피로스마니라는 이야기도 내려져 온다. 그의 작품은 서양과 동양의 교차점에 위치한 나라, ‘동방의 파리’로 예찬됐던 도시 트빌리시(Tbilisi)에 대한 기록을 보여준다. 생애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은 작가에 대한 역대 가장 포괄적인 전시는 지난 9월 시작해 2024년 1월 28일까지 이어진다.




Exterior view of Fondation Beyeler
Designed by Renzo Piano
Photo: Mark Niedermann






7. 로에베 파운데이션
Loewe Foundation

• 국가: 스페인 마드리드
• 홈페이지: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craftprize.loewe.com     
The Room: theroom.loewe.com

럭셔리 패션 브랜드 로에베(Loewe)가 설립한 로에베 재단은 예술, 장인정신 그리고 문화유산에 대한 브랜드의 열정을 보여주는 증거다. 로에베 가문의 4세대인 엔리케 로에베 뢰스베르크(Enrique Loewe Roessberg)에 의해 1988년 세워졌고 현재 엔리케의 딸인 셰일라 로에베(Sheila Loewe)의 지휘 하에 운영되고 있으며, 공예, 디자인, 시, 무용, 사진 분야에서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 주력한다. 현대의 예술과 전통의 장인정신을 잇는 수년에 걸친 노력으로 로에베 재단은 2002년 스페인 정부로부터 ‘미술 공로 금메달(Gold Medal for Merit in the Fine Arts)’을 수상하기도 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에 의해 2016년부터 시작된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은 도자기, 보석, 직물, 목공, 유리, 금속 등 현대 공예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공헌을 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매년 작가, 에세이스트, 큐레이터,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독창성과 비전, 혁신 등을 고려해 30점의 후보작을 선정한다. 디지털 플랫폼 더 룸(The Room)에서 후보로 지명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Craft Prize Exhibition 2019 
The Sogetsu Art Center (Tokyo, Japan)



1826년, 가죽 장인이 설립한 브랜드 로에베는 오늘날 브랜드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가치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작품들에 주목한다. 재단의 공예상 제정 배경에는 직물, 금속 세공, 가죽 세공 등 공예기술 자체에 대한 로에베의 경의가 담겨 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패션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사실상 그 제작 기술에 있고,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이를 잊지 않고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현대 작가들과 공유하며 전통을 새롭게 계승한다.

지난해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진행됐는데, 116개국 3,100여 명 작가들 중 정다혜가 우승을 차지했다. <성실의 시간>은 주로 갓을 만들 때 사용되던 말총을 바구니 모양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투명하고 섬세한 형태가 눈길을 끈다. 500년 전의 공예 기술을 부활시킨 이 작품은 현대에서의 공예의 가치를 되짚고, 전통을 되살리는 부분을 주요한 심사 요소로 보는 ‘로에베 재단 공예상’의 핵심 가치와 일치하는 작품이었다. 우승작 외에도 도자, 나무, 섬유, 가죽, 유리 등 다양한 공예 분야로 구성된 최종 선정작들은 소재에 대한 이해와 혁신적인 작업 방식으로 새로운 제작 공정을 보여주었다.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2022 서울공예박물관



그런가 하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뉴욕 퀸즈 노구치 미술관(The Noguchi Museum)에서 ‘2023 로에베 재단 공예상’의 최종 후보작 30점이 전시됐다. 2,700명 이상이 지원한 지난 공예상은 앤더슨 디렉터와 루브르 디렉터 올리버 가벳(Oliver Gabet) 등 유수의 미술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이나자키 에리코(Eriko Inazaki)의 작업 <Metanoia>가 우승을 차지했다.

결정화된 원석과 같은 세라믹 조각품은 복잡하게 구성된 꽃가루 혹은 산호를 연상케 하며 작가의 소재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기교를 인정받았다.  ‘2024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지난 10월 25일에 접수 종료 후 심사 중에 있으며, 최종 후보 작가 30명과 우승자는 내년 봄, 파리 전시 오프닝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최종 수상자에게는 5만 유로가 수여되며, 특별 언급(special mentions) 2명에게는 각각 1만 유로가 수여될 예정이다.



Craft Prize Exhibition 2018
London Design Museum (London, UK)





8. 악조노벨 아트 파운데이션
AkzoNobel Art Foundation

• 국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주소: AkzoNobel Center, Christian, Neefestraat 2, 1077 WW, Amsterdam, the Netherlands
• 관람시간: 월요일-금요일 9:00-18:00
• 홈페이지: artfoundation.akzonobel.com

악조노벨 아트 파운데이션은 네덜란드의 화학 및 도료 제조기업인 악조노벨이 1996년 세운 비영리 예술기관이다. 설립과 동시에 컬렉션을 구성해온 재단은 2016년, 암스테르담에 새롭게 둥지를 튼 사옥 악조노벨 센터(AkzoNobel Center) 입구에 개방형 예술 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악조노벨 예술 재단의 컬렉션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루며, 각각 ‘색채와 연구(Color and Research)’, ‘개인과 사회(Individual and Society)’, ‘공간(Space)’과 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보통 네덜란드 현대미술, 특히 젊은 예술가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다양성과 포용성, 지속 가능성과 같은 주제를 일찍이 받아들인 악조노벨의 컬렉션은 50% 이상이 여성 작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 10만 점 이상의 컬렉션을 보유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Stedelijk Museum Amsterdam) 컬렉션에서 여성 작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4%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하면 기록적인 수치다.



Exhibition View of <EARTH - A Collective Landscape> 
includes artworks by Mirte van Laarhoven, 
Bob Bonies, Hadassah Emmerich, Job Koelewijn, 
Monika Michalko, Alejandra Venegas, Kyra Sacks 
and Michelle Piergoelam Photo: Martin van Welzen



악조노벨 예술 재단은 작품을 시대정신의 이정표로 여기고 글로벌·디지털화되는 세계의 변화와 함께 위협받는 환경을 주시해왔다. 설립 초기부터 이러한 변화를 가시화하고 질문해온 재단은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해왔으며, 작품은 때론 비판적이기도, 낙관적이기도 했다. 2021년 재단 컬렉션 25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획전 <All Eyes>의 중심은 ‘인간’이었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관람객은 작품은 물론 관람 중인 또 다른 관람객을 주시하고, 그 누구도 관찰자로 남을 수는 없다. 제작 시기와 주제가 상이하고, 때로는 한 번도 함께 걸리지 않았던 작품들은 인간과 인류애를 기반으로 하는 전시 테마 아래에서 마치 한 작가의 작품처럼 기능했다.

한편 2020년 발행한 잡지 『WE ARE THE COLLECTION!』은 기업 컬렉션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누가, 무엇이 컬렉션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Thierry Vanlancker, Anna Tilroe, Dirk van Weelden, Niña Weijers, Imara Limon, Steven Aalders, Lex ter Braak, Otobong Nkanga, Isaac Julien 등 예술가, 큐레이터, 사진가, 평론가, 작가들이 에세이, 단편 소설, 칼럼, 인터뷰, 테마 섹션 등을 통해  아트 컬렉션이 지닌 힘을 되짚어 본다. 이 잡지가 특별한 이유는 독자들이 마치 지면으로 된 상설 전시를 펼쳐 보듯 재단의 컬렉션을 쉽게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Kummer & Herrman이 디자인을 맡은 이 도서는 이듬해 ‘유러피안 디자인 어워드(European Design Award)’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Interior view of AkzoNobel Center 
and Art Foundation



현재 악조노벨 예술 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EARTH - A collective Landscape>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점차 심화되는 기후위기를 다루고 있는데, 항상 무대의 중앙을 차지하던 인간을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곳에서 인간은 단순한 관찰자일 뿐이며, 다양한 작가들이 포착한 자연환경만이 관람자를 안내한다. 수세기 동안 환경을 초월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전시는 인간에게 모든 시대에서 낙원은 우리의 너머나 위, 뒤가 아니라 우리 발밑에 존재한다는 점을 역설하며, 우리가 디디고 선 땅으로 시선을 주기를 제안한다. 풍경과 생태적 인식, 인간과 자연의 인위적 구별 등에 대한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탐구하는 예술가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따라야 할 새로운 길과 멈춰 설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한다.


Exterior view of AkzoNobel Center 
and Art Foundation





9. 프라다 파운데이션
Fondazione Prada

• 국가: 이탈리아 밀라노, 베니스
• 주소: Fondazione Prada Milan: Largo Isarco, 2, 20139 Milan, Italy
Osservatorio Fondazione Prada: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20121 Milano, Italy
Fondazione Prada Venice: Calle Corner Della Regina, Santa Croce 2215, 30135 Venezia, Italy
• 관람시간: Fondazione Prada Milan: 수요일-월요일 10:00-19:00  
Osservatorio Fondazione Prada: 월요일, 수요일-금요일 14:00-20:00, 토요일-일요일 11:00-20:00 
Fondazione Prada Venice: 수요일-월요일 10:00-18:00
• 홈페이지: fondazioneprada.org


프라다 파운데이션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은 독보적이고 독창적이다. 현대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와 파트리지오 베르텔리(Patrizio Bertelli)는 1993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프라다 밀라노 아르떼(Prada Milano Arte)를 설립했고, 이후 1995년 프라다 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뒤 미술은 물론 사진과 영화, 디자인, 건축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며 다양하고 폭넓은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아트 파운데이션이 많지 않았던 1990년대 초부터 유럽 내 선구적인 역할을 해온 프라다 재단은 패션 사업과는 완전히 분리 운영해 독자적인 미션과 정체성을 구축하며 예술과 문화에 대한 실험적 관행과 참여적 관점을 공유해오고 있다.

재단 설립 전부터 이미 수많은 예술가와 인연을 맺고 수집가이자 후원자의 역할을 해온 프라다와 베르텔리는 2011년 베니스 대운하가 내려다보이는 18세기 궁전 카 코너 델라 레지나(Ca’ Corner della Regina)를 인수해 전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 재단의 정수가 담긴 복합문화 공간이 밀라노에 세워지게 된다.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이끄는 OMA의 손길로 완성된 폰타치오네 프라다 밀라노는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라르고 이사르코에 위치하며, 규모는 1만 9,000㎡에 달한다. 쿨하스는 1910년대 증류소를 리노베이션하고 낡은 공장 7개와 새로운 건물 3개를 결합한 형태로 구성했는데 토레(Torre), 헌티드 하우스(Haunted House), 포디엄(Podium)이 그것이다.

먼저 재단 소장품을 보여주는 토레는 9개 층으로 이루어진 가장 높은 공간으로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완공됐다. 6개 층이 전시를 위한 공간이며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제프 쿤스(Jeff Koons), 모나 하툼(Mona Hatoum), 카르스텐 횔러(Carsten Höller) 등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또한 건물 한쪽 면을 통유리로 구성해 밀라노의 전경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고 감상토록 했다. 그런가 하면 신전을 연상케 하는 금박의 건물 헌티드 하우스는 ‘유령의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는 듯 신비로운 오라를 자아낸다.



Fondazione Prada, Milan Architectural 
project by OMA Courtesy Fondazione Prada 
Photo: Bas Princen



성, 관계, 자연, 정치, 종교 등의 주제를 다뤘던 미국 조각가 로버트 고버(Robert Gober)의 작업 <Untitled>(1993-1994)과 거미 조각 <Maman>으로 유명한 프랑스계 미국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Cell(Clothes)>(1996)을 만날 수 있다. 끝으로 헌티드 하우스와 연결되는 포디엄은 열린 전시 공간으로 어떤 기획이든 구현할 수 있도록 조성했으며, 이외에 아트숍과 영화관, 카페,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 디자인을 맡은 바 루체(Bar Luce)까지 폰타치오네 프라다는 밀라노의 명소이자 그 자체가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2016년 밀라노 갤러리아 엠마누엘레Ⅱ 프라다 매장 건물에 오픈한 사진 매체만을 위한 공간 오세르바토리오(Osservatorio)에선 기술과 문화적 표현 사이, 잠재적인 교차와 충돌에 초점을 맞춰 시각적 실험과 연구에 전념한 사진 작업들이 소개되고 있다.

‘문화는 관점과 잠재적 에너지의 자원’을 기조로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사고 영역을 구축해 생각지 못한 해석을 제공하도록 장을 마련해온 프라다 파운데이션은 미술과 문학, 영화, 음악, 철학, 과학 등 각 분야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목표, 즉 지식의 범위를 확장하고 그것이 서로 문화의 교차점에 이르러 공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에게 예술은 배우는 것이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있다(For me, art is about learning and about living with people. It’s alive)”라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말처럼, 프라다 파운데이션은 모든 세대, 모든 계층의 참여를 강조하며 현대 아트 신의 최전선에서 대중과 함께 호흡해나가고 있다.



View of the permanent installation by Robert Gober
<Corner Door and Doorframe> 2014-2015 Fondazione Prada
Milano Courtesy Fondazione Prada Photo: Attilio Maranzano






10. 피노 컬렉션
Pinault Collection

• 국가: 이탈리아 베니스, 프랑스 파리
• 주소: 베니스: Palazzo Grassi: Campo San Samuele 3231, Venice, Italy 
Punta della Dogana: Dorsoduro 2, Venice, Italy     
파리:  Bourse de Commerce: 2 rue de Viarmes, 75001 Paris, France
• 관람시간: 베니스: 수요일-일요일 10:00-19:00   
파리: 월요일-일요일 11:00-19:00, 금요일 11:00-21:00
• 홈페이지: pinaultcollection.com

현대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라면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구찌(Gucci), 생 로랑(Saint Laurent),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발렌시아가(Balenciaga),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등 20여 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Kering) 그룹 회장이자 약 1만 개의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인물.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동시에 슈퍼 컬렉터인 그의 방대한 컬렉션은 이탈리아 베니스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와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 프랑스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 미술관에 전시되고, 또 세계 곳곳을 순회하며 하나의 신드롬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현재 미술 애호가를 포함한 모두의 관심이 파리 피노 컬렉션 - 부르스 드 코메르스로 향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테지만, 피노 회장의 꿈이 처음 실현된 곳은 베니스다. 당초 파리에 미술관 건립을 시도했으나 시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좌절되었고 2006년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 베니스에 각각 2006년과 2009년 피노 컬렉션 - 팔라조 그라시와 푼타 델라 도가나를 오픈한다. 현대미술에 대한 사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컬렉션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던 그의 강한 열망을 구현한 상징적인 장소들이다.



Pinault Collection - Punta della Dogana 
© Palazzo Grassi Photo: ORCH orsenigo_chemollo



“나의 진정한 바람은 팔라조 그라시와 푼타 델라 도가나로 구성된 이 현대미술관이 언제나 동시대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추진력은 나에게도 그리고 항상 최고의 창의력을 불러일으켜 온 도시 베니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My sincere wish is that the contemporary art center, consisting of Palazzo Grassi and Punta della Dogana, shall remain truly contemporary. This impetus is a matter of great importance for me but also for Venice, a city, which has always inspired the best of creativity).” 이러한 피노 회장의 애정 어린 말을 방증이라도 하듯, 베니스 피노 컬렉션은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로니 혼(Roni Horn),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신디 셔먼(Cindy Sherman) 등 동시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선보이며 대중에게 컬렉션을 공유하고 미술관을 하나의 브랜드이자 베니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도날드 저드(Donald Judd) <Untitled> 
1991 Pinault Collection Donald Judd Art 
 © Judd Foundation, by SIAE 2023 Installation view of 
<Icônes> 2023 Punta della Dogana, Venezia 
Ph. Marco Cappelletti e Filippo Rossi 
© Palazzo Grassi, Pinault Collection



이후 2021년, 드디어 피노 회장은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그토록 바라던 파리에 미술관을 세우게 된다. 피노 회장의 문화 프로젝트 동반자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Tadao Ando)가 설계를 맡아 옛 상업거래소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피노 컬렉션 -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3개 층, 총 10개 전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는 물론 포럼과 토론,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다채로운 예술이 공존하는 파리의 피노 컬렉션 역시 개관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예술의 성지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

피노 컬렉션은 엄밀히 말하면 파운데이션의 명칭을 사용하진 않는다. 그러나 “예술이 제기하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 - 이것이 바로 내가 시작한 문화 프로젝트의 의미(Sharing with the public the questions that art raises and asks us- this is the very sense of the cultural project I have initiated)”라는 피노 회장의 말에서 우리는 피노 컬렉션이 대중과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시하는 재단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유수 기관과 협력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맥락의 전시를 기획하고, 랑스시에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마련해 작가들을 지원하고, ‘피에르 데 상(Herre Daix Prize)’을 제정해 후원하는 등 대담하고 역동적인 피노 회장의 행보는 오늘도 많은 이들을 자신의 드림랜드로 초대하고 있다.



미라 쇼르(Mira Schor) <Moon Room> 2023
View of Mira Schor’s exhibition <Moon Room>
in the frame of the season <Mythologies américaines>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3
Photo: Aurélien Mole / Pinault Collection







11. 도이치뱅크 아트
Deutsche Bank Art

• 국가: 독일 베를린
• 주소: Unter den Linden 5, 10117 Berlin, Germany
• 관람시간: 매일 11:00-18:00, 목요일 11:00-21:00
• 홈페이지: art.db.com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팔레포퓰레어(PalaisPopulaire)는 1870년 설립된, 독일의 주요 상업은행이자 세계적 투자은행인 도이치뱅크(Deutsche Bank)가 만든 예술 공간이다. 훔볼트대학교(Humboldt University of Berlin) 맞은편에 세워진 이곳은 아픈 역사의 흔적과 유럽 예술의 트렌드가 공존하는 베를린의 한중간에 설립된 데다 세련된 현대적 외관으로 그 주변 고전 양식의 건축들과 완벽히 대조되며 관심을 모은다.

정갈한 모습만으론 70여 국가에 10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 시장에서 극렬하게 이윤을 창출하는 은행이 주인일 것이라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잘 짜인 프로그램과 탄탄한 공간 구성을 경험하다보면 어느새 충실한 자본이 훌륭한 예술도 이끈다는 공감을 자아낸다.

한 지붕 아래 학제 간 방식으로 대중으로 하여금 예술과 문화를 경험케 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팔레포퓰레어는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현대미술에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도이치뱅크 컬렉션전과 국제 협력전을 비롯해 ‘올해의 예술가(Artist of the Year)’를 정규 프레젠테이션 하는데, 현재 2023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된 라 촐라 포블레테(La Chola Poblete)의 개인전 <Guaymallén>을 선보이고 있다.



에르빈 부름(Erwin Wurm) <Tor (Skins)> 
2021 Bronze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Thaddaeus Ropac,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 VG Bild-Kunst, Bonn 2023 Photo: Mathias Schormann



아르헨티나 멘도사주에 있는 한 지역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전시는 1989년 마우리치오 포브레테(Mauricio Poblete)란 이름으로 태어나 성장했던 작가 자신의 서사를 다룬 것이다. “올리브 나무와 포도밭의 풍경, 숨 막힐 듯한 가을날이 있는 이곳에서 자랐다”는 독백으로 시작하는 전시는 작가가 작고 평화로운 지역에서 논바이너리 10대로 성장했던 시기를 비롯해 그림을 그리고 예술과 대중문화를 탐구하며 스스로의 퀴어 정체성을 실험하기 시작한 때를 응축한다.

그런가 하면 다음 해 3월 11일까지 도이치뱅크 컬렉션 <The Struggle of Memory>도 개최된다. 독립큐레이터 케린 그린버그(Kerryn Greenberg)가 기획한 전시는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가 1980년 발표한 『The Book of Laughter and Forgetting』의 문장을 인용한다. “한 민족을 청산하는 첫 번째 단계는… 그 기억을 지우는 것이다. 책과 문화, 역사를 파괴해라. 그런 다음 누군가에게 새로운 책을 쓰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게 해라. 머지않아 그 나라는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기 시작할 것이다.



Exterior view of PalaisPopulaire
Photo: Mathias Schormann




주변 세상은 훨씬 더 빨리 잊힐 것이다.” 텍스트에서 감지할 수 있듯 전시는 잘못된 과거를 되짚으며 올바른 미래를 모색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다. 이 젊고 창의적인 큐레이터는 노예무역, 유럽 식민주의 등을 들여다보며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동시에 예술가들이 아카이브를 발굴하고, 개인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회복하고, 다양한 권력 역학을 상상하고, 대안적인 서사를 구축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처럼 팔레포퓰레어의 컬렉션전은 여타 미술관의 고급스러운 소장품으로 우아하게 꾸며지는 전시와 사뭇 다르다. 진취적이며 미래 지향적이다.

한편 팔레포퓰레어의 건축엔 ‘프로이센 공주들의 방부터 예술과 문화를 위한 혁신적인 플랫폼까지’라는 부제가 붙는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유명 건축 사무소 쿤 말베찌(Kuehn Malvezzi)가 재설계한 공간은 앞서 설명했듯 최첨단 기술과 명확하고 현대적인 건축으로 전쟁부터 동독 현대미술까지 베를린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반영한다. 한때 시장 점유율 21%를 차지하며 세계 최대 외환 딜러 직위를 차지했던 도이치뱅크가 운영하는 이 개념적인 공간을 알게 됐으니 이제 당신은 예술 지식 상류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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