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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미술계는 무엇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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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Kong

What Is Hong Kong’s Art World Dreaming of

● 김남시 이화여자대학교 예술학 전공 ● 이미지 Asia Art Archive, M+, Para Site, Tai Kwun 제공

Installation view of 'signals…here and there' Para Site, Hong Kong, 2023 Photo: South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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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전직 미술관장 등 미술 관계자들과 함께 휴가를 겸해 짧게 홍콩을 방문했다. 홍콩 방문은 처음이었지만 그렇게 낯설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거리에서 수도 없이 마주치는 글자들 덕분이었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말을 빌자면, 자본주의는 “책의 태곳적 정적에 침잠”해 있던 글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광고다. 거리의 광고와 간판들에서 “변화무쌍하고, 다채롭게 서로 다투는 철자들”1)이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고 인상적인 도시가 홍콩이다.

홍콩을 다룬 영화나 소설 등이 거리 간판들에 주목한 데는 이유가 있었던 거다. 날 행복하게 한 건 그 간판과 광고, 게시판과 경고문들에 쓰인 글자들이 중국식 간자가 아닌 나도 읽을 수 있는 한자들이었다는 것이다. 도로 한복판까지 뛰쳐나온 저 간판들이 선전하고, 알리고, 경고하고, 가리키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처음 와본 이 도시의 내부자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뜨렸다. 러시아어를 읽을 수 없던 벤야민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2)와는 달리 내게 홍콩은, 밀림이 아니라 익숙한 꿈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Screening of <Growing Pillars> on the M+ Facade, 
2023 Courtesy of Tromarama Photo: Moving
 Image Studio  Commissioned by M+, 2023
 M+, Hong Kong



홍콩이 다른 외국처럼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근래 이 도시가 겪은 정치적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1997년 반환된 이후 홍콩은 오는 2047년, 유예기간이 끝나고 중국 본토로 완전히 통합될 예정이다. 반환 이후 중국이 조금씩 홍콩의 정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오면서 긴장이 고조되어 가다, 급기야 2019년 범죄인 인도법안을 계기로 2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참가한 홍콩 시위가 발발했다.3)

2020년까지 계속된 홍콩 시위에서 시위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장면은 우리나라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1980년대 나와 같은 세대가 겪었던 정치적 경험과 맞물려 이 모습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현재의 홍콩이 1990년대 대한민국 상황과 유사할 것이라 짐작했다. 패배한 과거의 혁명가들이 하나둘, 그들이 그렇게나 바꾸려 했던 사회의 조직들 속으로 패잔병처럼 흩어져 들어가던. 홍콩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개연성은 높다.

실지로 2021년 6월 홍콩보안법이 통과되고, 정부가 시민의 입출국에 개입할 여지를 준 이민법 개정안이 발표된 후, 시위에 참여했거나 동조했던 많은 수의 홍콩 시민들이 영국,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로 망명했다.4) 그 망명 대열에는 홍콩을 아시아 현대미술의 허브로 만들고자 했던 패기 어린 젊은 작가와 기획자들도 서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현재 홍콩의 미술계는 정치적 희망과 강고한 현실 사이에서 얻은 자괴감을 상처처럼 안고 여기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패배감으로부터 어떤 미술이 자라 나오게 될까?



Mediatheque, M+ Courtesy of Herzog
 & de Meuron © Kevin Mak Photo: Kevin Mak



이 의문들을 확인하기에 2박 3일의 일정은 턱도 없이 짧았다. 내가 본 건 홍콩 미술계의 극히 일부고 만난 사람들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이 글은 편협하고 파편적인 작은 인상일 뿐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비영리 독립 미술 공간 패러 사이트(Para Site)5)였다. 1996년 일군의 작가들이 세운 이 비영리 공간은 전시, 레지던시, 컨퍼런스, 출판 활동을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독립 전시 공간으로 성장했다. 아마도 이곳은 현재 홍콩의 정치적 상황에서 가장 큰 도전을 맞닥뜨려야 할 조직일 것이다. 놀랍게도 현 디렉터 빌리 탱(Billy Tang)은 많은 이들이 올라탄 홍콩 엑소더스(Exodus)의 흐름을 거슬러 온 인물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그는 홍콩에서의 대안적 미술 실천을 위해 이 공간의 디렉터를 맡았다. 현재의 패러 사이트는 미술 전시장이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예상하기 힘든, 1층에서부터 기계들이 즐비한 산업 빌딩 - WING WAH INDUSTRIAL BLDG - 꼭대기 층에 있었다. 기계와 자재를 옮기는 대형 엘리베이터 곁의 좁은 탑승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22층에 내리면 꽤 널찍한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현재 홍콩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 젊은 디렉터는 이 공간이 지속될 수 있게 했던 비결 하나를 알려줬다. 홍콩 정부의 보조도 일부 받기는 하지만 전시 및 공간 운영비의 과반 이상을 파트너 기관이나 개인들의 후원, 작품 경매 등으로 충당하는 것이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시간에도 탱은 홍콩 거주 한국인 후원자와 미팅 중이었다. 스스로 기획한 전시 <signals>의 참여 작가와 작품 하나하나의 디테일에 대해 열의에 차 설명해주는 바람에 우리의 다음 일정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Tai Kwun (Picture of Footbridge Gate)
 Courtesy of Tai Kwun



이후 방문한 곳 역시 비영리 독립 기관인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 이하 AAA)6)였다. 아시아 지역의 미술 자료들을 수집, 연구하고 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00년에 설립됐다. 최근 새로 개장한 라이브러리에는 아시아 전역 미술 현장에서 발간된 전시 도록, 작가 단행본뿐 아니라 통상 전시장에서만 배포되고 보존되기 힘든 전시 리플렛, 엽서 등의 자료는 물론, 관련 신문 기사 스크랩까지 아카이빙해 놓았다. 1만 2,000권의 작가 단행본, 1만 권의 전시 도록을 포함, 총 12만 점이 넘는 자료들을 소장하고 체계화해 온라인으로도 제공한다. AAA 홈페이지만 보아도 이 다양한 미술 자료들을 어떻게 체계화해 놓았는지 알 수 있다.

자료는 전시 도록, 작가 인터뷰,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전기, 뉴스레터, 연대기, 프로포절, 저널, 수고, 스크랩, 개인 기록, 사진책, 포토폴리오, 언론 보도, 리뷰, 진 등으로 분류되어 있고 모든 자료에는 예술 인프라 구조, 이벤트, 연구 영역, 조직과 공간, 지역, 스타일, 소재와 콘셉트 등의 키워드가 태깅되어 있다. 놀랍게도 1896년부터 2023년까지 연도별로 분류 검색도 가능하다. 우리가 만난 AAA의 시니어 리서처 앤소니 융(Anthony Yung)은 지적이고 확신에 찬 젊은이였다. 그는 우리에게 한국미술 관련 자료 수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AAA는 아시아 전역의 작가나 기획자들이 기증하는 자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데, 자국의 미술 아카이브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보내오는 자료들에 비해 한국 미술인들이 보내오는 자료의 양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한국의 미술 아카이브들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자료가 국내에만 머무르게 된다는 이 역설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AAA에서 구축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아시아 미술 아카이브에 한국 자료들이 빈곤해진다면 과연 누구의 손해일까? 국내 미술 아카이브가 이 정도로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분류 체계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까?



Block 12 B. Hall,
 Tai Kwun Courtesy of Tai Kwun



2021년 개관한 M+ 미술관은 건물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의 글로벌 팀이 설계한 이곳은 총면적 약 2만 평, 5,200여 평의 전시 공간에 33개의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멀리서 철골 프레임처럼 보이는 건물 외관은 가까이서 보면 광택 나는 기와를 세로로 이어 만든 것인데, 이 기와가 건물 내부에도 이어져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통합체라는 인상을 주었다.

1층 메인홀에 놓인 거대한 미디어 기둥에는 후원 기관과 후원자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건물의 중간부가 지하에서 3층까지 뚫려 있어 대형 설치작업도 가능할 것 같았는데, 마침 지하에서 1층까지 길게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도트가 찍힌 색 줄 작품이 매달려 있었다. 부러운 건 미디어 자료실이었다. 여기에는 M+가 소장하는 250개 영상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개인용 캐빈이 마련되어 있었다.

작가, 시대, 지역, 테마 등에 따라 스마트 TV의 프로그램을 고르듯 영상 작품을 선택, 헤드폰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메인 전시장 건너편에서 본 네온 수집물이다. M+는 2013년부터 홍콩 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두고 다툼을 벌이던 빛을 내는 글자들, 곧 네온사인 간판들을 수집하고 있었고, 그 수집물을 위해 메인 전시장 맞은편에 따로 건물까지 마련해 놓았다.



TZ Chang Lounge, CCG Library,
 Asia Art Archive Photo: Otto Ng



거기에는 다양한 크기의 네온사인 간판들이 네온사인 제작 공정 및 관련 도구, 부품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 작품만이 아니라 네온사인 같은 문화적 인공물도 수집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이 미술관이 미술을 ‘시각문화’라는 넓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는 뮤지엄의 ‘M’에 ‘플러스’가 덧붙여 있는 이 미술관의 명칭 M+7)가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나는 미술관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 M+는 놀랄 만한 속도로 소장품을 늘리는 중이다.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이 1969년부터 수집해온 작품 수가 약 1만 점인 데 비해, 2021년 개관한 M+가 현재까지 소장한 작품 수가 6,000점8)이다.

할리우드 로드에 있는 타이쿤(Tai Kwun)은 영국 식민지 시절 경찰소와 구치소 건물을 전시장으로 바꾼 곳이다. 우리를 안내해준 아티스트 북 담당 큐레이터 잉그리드 츄(Ingrid Chu)는 자신이 기획한 아티스트 북 전시장에 우리를 오래 붙들어 두어, 이 흥미로운 건물과 다른 전시를 찬찬히 둘러볼 우리의 시간을 앗아갔다.

패러 사이트 디렉터 탱처럼 그도 자신이 애정과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해 넘쳐나는 열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미술관에서, 독립 전시 공간에서, 아카이브에서 이런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한, 어쩌면 홍콩의 정치적 상황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예술은 늘, 정치보다 더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다. PA


[각주]
1) Walter Benjamin, Einbahnstraße, Berlin: Ernst Rowohlt Verlag, 1928
2) Walter Benjamin, Moskauer Tagebuch: 김남시 옮김, 『모스크바 일기』, 도서출판 길, 2015
3) “2019년 홍콩민주화운동”, 나무위키
4) “[천자 칼럼] ‘홍콩 엑소더스’”, 『한국경제』, 2022, hankyung.com/article/2022081425031
5) para-site.art
6) aaa.org.hk
7) Message from the Director, mplus.org.hk/en/corporate-governance
8) mplus.org.hk/en/about-the-collection/m-collection


글쓴이 김남시는 한국에서 미학을, 독일 베를린에서 문화학을 전공한 후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서 미학과 문화이론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Kittler), 보리스 그로이스(Boris Groys),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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