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67, Aug 2020
리 밍웨이
Lee Mingwei
치유와 회복(Care and Repair): 리 밍웨이의 선물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 미술관 스테파니 로젠탈(Stephanie Rosenthal) 관장은 미술관이 재개관 된 후 열린 리 밍웨이의 전시(작품)에 대해 “작가와 관람객, 관람객과 미술관이 마치 삼투압처럼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고 또 환대받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했다. 일상적인 행위와 사람 간의 관계를 주요하게 다뤄온 리 밍웨이는 종종 ‘참여 미술’ 또는 ‘관계 미학’을 대변하는 작가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서로에게 몸도, 마음도 멀어진 지금, 그의 작품은 어떤 미학이나 이론을 떠올리기도 전에 감정적으로 요동치게 했다. 전시장에서 누구나 함께 격의 없이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미술을 우리는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 타이틀인 ‘예, 선물과 의례(Li, Gift and Ritual)’는 지난 30여 년간 진행된 리 밍웨이의 15개 프로젝트를 압축해 전달한다. 여기서 ‘예(禮)’는 예절과 의식, 예물, 예우 등을 의미하는 한자어로, 작가는 ‘선물(礼物)’을 풀이하는 것으로 그 개념을 설명했다. 선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오브제다. 대만 출생의 미국 작가인 그는 여기에 덧붙여 선물은 또한 (조상)신을 모시는 의례에 바쳐진 제물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통상 의례가 끝나고 나면, 이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제물로 올려진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며 일종의 축제를 벌였다. 한 해의 노고를 서로 위로하고, 고단했던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는 이 시간만큼은 성별과 계층,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베풀어졌다.
● 박은지 독일통신원 ● 이미지 Lee Mingwei Studio 제공
‘Guernica in Sand’ 2006- Mixed media interactive installation Sand, wooden island, lighting 1300×643cm Installation view at 'Lee Mingwei and His Relations', Taipei Fine Arts Museum, 2015 © Taipei Fine Arts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