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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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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Fair Age

● 기획 · 진행 편집부
다니엘 뷔렌 &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Daniel Buren and Michelangelo Pistoletto) Palais d'Iéna, Paris 2023 Courtesy of Paris+ par Art B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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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바야흐로 아트페어 시대다. 각 나라, 크고 작은 도시에서 신생 아트페어가 생겨나는 가운데 ‘프리즈(Frieze)’와 ‘아트 바젤(Art Basel)’은 점점 더 빵빵하게 몸집을 부풀린다. 매달 열리는 페어 소식에 누군가는 탄성을 지르고, 누군가는 속으로 울고, 누군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페어에 대한 반응은 그 수만큼이나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물음은 던져지지 않았다. 이 모든 초호화 이벤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압도적인 스펙터클 속에서, 우리가 정말로 보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과 예술가를 만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아트페어는 효과적인가? 더 나아가, 기후위기와 생태 문제에 직면한 지금, ‘메가 아트페어’ 형식이 과연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가,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특집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전 세계 아트페어의 현황을 살피고, 아트페어 플랫폼을 통해 예술가와 컬렉터, 갤러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분석한다. 본 기획이 화려한 볼거리 이면의 현실을 직시하고, 예술과 함께하는 보다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SPECIAL FEATURE No.1
지금, 아트페어 세계:
「미술품 구매 연구 2023」을 바탕으로_아트 바젤 & UBS

SPECIAL FEATURE No.2
아트페어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_H.G. 마스터즈

SPECIAL FEATURE No.3
아트페어 시장의 확장과 변화_조소현

SPECIAL FEATURE No.4
아트페어와 윈윈하는 갤러리 브랜드_김찰스장한





‘프리즈 마스터스 2023(Frieze Masters 2023)’ 전경
Courtesy of Frieze and Michael Adair 
Photo: Michael Adair




Special Feature No.1
지금, 아트페어 세계:
「미술품 구매 연구 2023」을 바탕으로
●  아트 바젤(Art Basel) & UBS


「미술품 구매 연구 2023(The Survey of Global Collecting 2023)」은 2023년 중반, 주요 미술시장의 지속된 경제 불확실성이 구매자들의 낙관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고액 자산가(High-Net-Worth, 이하 HNW) 아트 컬렉터들의 활동과 태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HNW 컬렉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2023년 미술시장에 대한 태도, 행동, 전망, 지출 동향, 작가, 갤러리, 기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살펴본다. 설문조사는 11개 시장을 대상으로 2,828명의 컬렉터가 응답한 역대 최대 규모며, 본 기사에서는 아트페어와 관련된 부분에 초점을 맞춰 편집해 소개한다.

미술시장은 팬데믹 이후 반등세를 유지하며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컬렉터들은 여전히 시장에 집중하고 현장 이벤트에 참여하며, 전시, 경매, 아트페어 스케줄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성장하는 미술시장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 미술시장의 강점과 회복력에 신뢰가 가는 이유다. 전 세계 11개 시장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HNW 컬렉터들이 미술품 및 골동품에 지출한 중간값은 2022년에 6만 5,000달러(한화 약 8,466만 원)로 2021년 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2023년 상반기에 해당하는 값으로 지출 동향이 지속될 경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거의 모든 시장에서 중간지출이 증가했으며, 영국과 대만(각 30% 증가)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미국(5%)과 홍콩(2%)에서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에 6% 감소한 20만 2,000달러(한화 약 2억 6,310만 원)를 기록했던 중국 본토의 컬렉터는 2023년 상반기에 24만 1,000달러(한화 약 3억 1,390만 원)로 가장 높은 중간지출을 기록해 팬데믹 봉쇄령 이후 강한 소비 회복세를 보였다.



‘프리즈 뉴욕 2023(Frieze New York 2023)’ 
전경 Courtesy CKA and Frieze 
Photo: Casey Kelbaugh



2023년에도 현장 구매의 회복세가 계속되었다. HNW 컬렉터의 86%는 딜러를 통해 작품을 구매했으며, 이 중 84%는 갤러리나 전시장에서 직접 구매했다(2022년 73%에서 증가). 58%는 아트페어에서 구매했으며, 이는 2022년의 74%보다 감소했지만 2021년(54%)보다는 여전히 높다. 2023년 총 지출의 절반 미만(47%)이 딜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는 2022년에 비해 2% 증가한 수치다. 아트페어를 포함한 모든 시장에서 딜러를 통한 지출 비중이 증가했으며 중국 본토의 경우 경매를 통한 지출이 전체의 35%를 차지한 반면 딜러를 통한 지출은 41%(아트페어 제외 시 28%)로 가장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2023년에는 HNW 컬렉터의 과반수(58%)가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구매했다. 이 역시 전년 대비 응답자의 비율에 유사한 수준이지만 2022년(74%)에 비해 적고, 2021년(54%)에 비해 높다. 이러한 구매 양상에는 이벤트 현장에서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전체 응답자의 50%)와 아트페어 OVR을 통해 구매한 응답자(37%)가 모두 포함됐다.

2023년, HNW 컬렉터는 가장 널리 사용된 채널인 딜러를 통한 지출이 가장 컸고, 이는 2022년 대비 2% 증가한 수치로 총 지출의 47%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딜러로부터 직접 33%(2022년 조사 대비 3% 증가), 갤러리 13%(4% 증가), 딜러의 온라인 플랫폼 10%, 전화 또는 이메일 6%가 포함됐다. 그 외에도 아트페어에서 딜러를 통해 지출된 것이 14%다.

아트페어를 포함한 모든 시장에서 딜러를 통한 지출 비중이 높았으며, 중국 본토에서는 경매를 통한 지출이 전체의 35%, 딜러를 통한 지출이 41%(아트페어 제외 시 28%)로 다른 채널에 비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 홍콩, 브라질 모두 딜러를 통한 직접 지출 비중이 평균 이상이라고 보고한 반면, 미국 및 홍콩 기반 컬렉터들은 아트페어(둘 다 17%)에서 가장 높은 지출을 보고했다.



토니 마텔리(Tony Matelli) <Lion (Bananas)> 
2022 Presented by Andréhn-Schiptjenko, (Paris, Stockholm) 
Courtesy the artist; Andréhn-Schiptjenko, Paris
 © Tony Matelli Studio and Andréhn-Schiptjenko



외부 온라인 플랫폼의 인기는 2022년 17%에서 2023년 8%로 크게 하락했으며, 여기에는 NFT 플랫폼과 인스타그램(각 3%), 기타 온라인 서드파티 플랫폼(2%)이 포함되었다. 젊은 컬렉터들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채널을 선호한다는 클리셰를 엎고 Z세대보다는 베이비 붐(‘부머’) 세대와 고령 컬렉터들에게 훨씬 더 인기가 있었다.

2023년, 모든 지역의 부머 세대와 Z세대 컬렉터가 딜러를 선호했지만, 아트페어를 제외한 경우,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 컬렉터는 경매를 선호했다. 마찬가지로 아트페어 딜러를 통해 구매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컬렉터들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전시 및 구매로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대다수가 아트페어 OVR(29%)보다 라이브 이벤트(2023년 71%, 2022년 대비 5%, 2021년 대비 11% 증가)를 선호함이 나타났다.

한편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앞서 발표된 「아트마켓 2023(The Art Market 2023)」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트페어의 현장 매출 점유율이 2021년 27%에서 35%로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2019년 아트페어 현장 매출 점유율이 42%에 이르며 갤러리 매출을 넘어섰던 팬데믹 이전 수준에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2020년에는 대대적인 행사 취소로 인해 아트페어 매출이 13%로 급감했지만, 아트페어 OVR을 통해 9%가 온라인으로 추가적으로 이루어졌다. 2022년 매출 증가는 2021년 14%였던 해외 아트페어 매출 비중이 2022년 22%로 증가하며 자국의 아트페어 매출 비중은 안정적이었던 결과다.

아트페어 이후에 이어지는 판매와 사업 개발도 중요하다. 일부 판매는 아트페어에서 신규(및 기존) 고객 접촉의 결과로 아트페어 이후 성사되기도 한다. 이는 페어에 출품된 작품이나 작가가 컬렉터에게 소개되어 판매가 이루어진 경우로, 아트페어 참여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판매를 포함한다. 사전 판매와 달리, 아트페어 이후 판매는 전체 매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그 비중이 감소하고 소형 갤러리 비중이 늘어난 양상을 보였다.



스테판 프리드먼 갤러리(Stephen Friedman Gallery)
‘프리즈 런던 2023(Frieze London 2023)’ 부스 전경
 Courtesy of Linda Nylind / Frieze Photo: Linda Nylind



일부 중소 갤러리는 아트페어가 온라인 전략 이상으로 신규 고객 창출에 성공적이었다 알렸지만 일부 대형 갤러리는 다소 중도적 반응과 함께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더했다. “아트페어의 주된 목적은 가시성을 유지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행사를 통해 다른 딜러들과의 비즈니스 관계 구축도 많이 이루어진다.”

최근 아트페어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논평도 이루어졌다. 일부 딜러들은 컬렉터의 수준/질에 대해 언급하며, 방문자가 늘어난다고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일부 페어는 VIP를 너무 많이 허용하는 등 방문객의 질과 고객 경험을 희생하면서까지 숫자를 부풀린다고 지적했다. “일부 아트페어는 자격을 갖춘 컬렉터를 유치하고 판매를 창출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됐다. 주최자는 자격을 갖춘 컬렉터를 유치하기보다는(잠재적 판매 실적을 위해) 참석자 수를 늘리는 데 더 집중하게 됐다”며, 그러한 아트페어는 “미술 고문과 컨설턴트만 현장에 보인다.

방문 컬렉터들은 한시적으로 인기 있는 젊은 작품에만 관심을 보이고, 위험을 감수하거나 모험심은 느낄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한 설문 응답 중에는 아트페어에 사교적 요소가 늘었는데, 이는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관련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코로나19 이후 컬렉터들의 구매 패턴이 바뀌었고 아트페어는 구매가 최우선 과제가 아닌 경험, 참여, 관계 형성의 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컬렉터들은 디지털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줄어들었다.”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 ‘프리즈 뉴욕 2023
(Frieze New York 2023)’ 부스 전경 Courtesy CKA 
and Frieze Photo: Casey Kelbaugh



다시 「미술품 구매 연구 2023」으로 돌아오자. HNW 컬렉터들이 작품을 구매하는 대상 갤러리의 범위가 유의미하게 확장됐다는 증거는 거의 없었으며, 46%는 아는 딜러를 통해서만 작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기피가 주요 요인일 수도 있지만, 기존 갤러리를 계속 이용하는 경향은 일부 갤러리가 꾸준한 컬렉터 기반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또한 HNW 컬렉터들은 2023년에는 2019년보다 9개 줄어든 32개의 미술 관련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갤러리 전시, 아트페어, 아티스트 스튜디오 방문은 소폭(1개) 감소하고 비엔날레 및 기타 대형 시각 예술 축제(3개)와 라이브 경매(2개 감소, 주요 옥션의 라이브 경매 판매 건수 감소와 동일)는 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끝으로 2024년에도 대부분의 컬렉터(92%)는 2023년과 같은 수(43%)나 더 많은 수(49%)의 미술 관련 전시 및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금융권의 지속적인 불확실성, 높은 인플레이션,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의 영향,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HNW 컬렉터의 77%는 향후 6개월의 미술시장 성과를 낙관했으며, 이는 주식 시장을 낙관하는 비율(74%)보다 약간 더 높은 수치다. PA

*    Original Source:
- The Survey of Global Collecting 2023, Prepared by Dr. Clare McAndrew & Arts Economics, Published by Art Basel & UBS, theartmarket.artbasel.com/download/The-Art-Basel-and-UBS-Survey-of-Global-Collecting-in-2023.pdf
- The Art Market 2023, Authored by Dr. Clare McAndrew, Published by Art Basel & UBS, theartmarket.artbasel.com/download/The-Art-Basel-and-UBS-Art-Market-Report-2023.pdf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부스 전경 
2023 Courtesy of Hauser & Wirth




Special Feature No.2
아트페어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  H.G. 마스터즈(H.G. Masters), 『아트아시아퍼시픽』 부편집장


아트페어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세상의 종말, 또는 어떤 지역이나 국가적 파멸 상황을 그려보기가 오히려 쉽다. 민족 국가들이 제국 열강의 침략을 받거나 민족 전쟁 또는 내전에 휘말리는 모습을 목도하고 지구의 한 지역이 통째로 거주 불가한 곳으로 변하거나 거대한 폭풍으로 인해 폐허가 되는 와중에도 아트페어라는 상업 행사는 온라인이나 가상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진화해 세계 경제에 제동을 걸었던 팬데믹마저 이겨내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트 바젤(Art Basel)’도, ‘프리즈(Frieze)’도, 도시명을 붙인 여러 아트페어도 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에서 모두 사라져 다시는 개최되지 않을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만약 미래에 우리에게도 후손이 있다면, 그들은 아트페어라는 것이 애초에 왜 존재했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아트페어의 생성과 확산, 구성 그리고 21세기 미술에 대한 복잡하고도 혼란스러운 담론 속에 나타나는 아트페어의 가치와 충돌에 대한 논의가 왜 이루어졌는지 물을 수 있다. 기록이 하나라도 남는다면 말이다. 산꼭대기나 달로 대피해 살아가는 미래의 기후 변화 난민들은 인공지능을 장착한 연구원들을 통해 우리에 대한 어떤 사실을 발견하고자 할까? 우리 문명이 겪은 갈등과 이룬 업적에 대해 그들이 정리한 연대기에 문화적 결과물로서 아트페어가 포함될 수는 있을까?

우리는 대체 왜 아트페어에 참석하는가?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 첫날 판매된 모든 작품에 대한 보도자료를 스크롤하며 훑어본다. 무려 28쪽에 달하는 자료다. 판매된 작품의 가격은 5,000달러(한화 약 652만 원)부터 300만 달러(한화 약 39억 원)까지 다양하다.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이 갤러리와 작가가 돈을 버는 방법이며, 작품 설치 기사와 목수, 현지 컨벤션 센터 직원들이 급여를 받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들이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당신, 거주 중인 도시와 세계 곳곳을 누비고 이 글을 읽을 만큼 삶의 초점을 미술에 맞춘 바로 당신(!)이 서울, 홍콩, 싱가포르, 타이베이, 요코하마, 마이애미 비치 등의 컨벤션 센터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임시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호화로움으로 대변되는 곳에 있는 것 마냥 많은 돈을 써야만 한다. 물론, 절망이라는 암류도 감지된다.



‘키아프 2023’ 전경 
이미지 제공: 키아프 사진: 키아프 운영위원회



VIP 전용 오프닝을 둘러싼 소동의 밑바닥까지 파고들어 보면 문화 세계가 대체 무엇이 되어버렸는지에 대한 절망과 무력함이라는 기저층에 다다른다. 애초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한 모든 이상과 포부가 어찌 갑자기 순회 로드쇼에 서 있는 상황으로 축소돼버렸는지 이해하려 하며 아트페어를 유랑하는 젊은 작가와 얘기만 해봐도 느낄 수 있다.

무엇이 이 침울한 상황을 초래했을까? 컨벤션 센터 기반의 아트페어는 작품이 창작된 곳, 그 뿌리와 가장 먼 모습으로 보이는 곳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많은 작가에게 있어 마음을 무너지게 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전문 작가는 작품 판매가 이루어지는 곳과 갤러리들이 매출 올리는 방법을 시간이 흐르며 깨닫고 받아들이게 되지만 많은 작가, 특히 젊은 작가들에게 아트페어라는 작품 전시 방식은 이상을 깨트리고 심지어는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게 하는 원인이 된다.

우리가 계속 추구해야 하는 행사인 동시에 병폐이기도 한 아트페어를 바로잡을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순위는 주로 작가와 작품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작품 판매 방식을 개발하고 장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현실과 상황을 이해할 목적으로 기존의 구조들을 예술적으로 해체하고 비평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가 스펙터클인 아트페어의 대안으로 작품 창작의 현장과 가까운 곳으로 행사 개최지를 옮기는 생산적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럴 경우 대중은 문화적 실천에 대한 이해를 단순한 상품과 이벤트의 논리로 이해하기보다 장소와 지역에 연결하는 사고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런 접근이 미술관이나 비영리단체 입장에서는 비교적 쉬운 반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상업 공간으로는 화랑을 꼽을 수 있다. 문화적 차원에서 볼 때 화랑은 도로변의 소매점이나 아파트 상층이든, 또는 공장을 개조한 공간이든 다수의 작업실과 마찬가지로 부르주아의 생활공간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정연두 <Here and Elsewhere - Seile>
 2016 멀티 레이어드 사진 콜라주, 사운드
 62 ×98×13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안천호



현대미술은 젠트리피케이션, 제도화, 강탈, 공동체적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 포스트 부르주아, 갈등적 도시 풍경을 근간으로 한다. 미술이 공유돼야 할 곳들은 컨벤션 센터와는 다르게 현대미술이 우리의 현재에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곳이며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변화를 교란하거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곳들이다.

아트페어는 큰손들이 모이기 편리한 곳에서 개최될 때 최고로 기능한다. ‘아트 바젤’과 마스트리흐트의 ‘TEFAF’는 유럽 내 프랑스 영향권과 독일 영향권을 역사적으로 연결하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는 라인강 골짜기의 작은 소도시들에 형성됐다.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이란 그리고 주변 아랍권 국가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아트 두바이(Art Dubai)’도 바람직한 행사다. ‘아트 두바이’가 아니고서는 해당 지역의 다양한 문화가 각국에서 조우할 수 없을 테니. 홍콩도 요충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아트페어가 열리기 적합한 도시이므로 ‘아트 바젤 홍콩’은 의미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접점이고, 두바이와 마찬가지로 식민 지배를 받았던 영향으로 영국과 유럽 세계와의 연결고리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급한 도시들은 문화 교류와 상업을 위한 단기 행사인 아트페어가 호황을 누릴 수 있는 곳들이다. 그런데 모든 도시가 바젤, 마스트리흐트, 두바이, 홍콩의 역할을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다.

작품 판매 플랫폼을 컨벤션 센터에 국한된 아트페어로 발전시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흥미롭게도 ‘아트 두바이’는 2008년부터 아라비아 요새처럼 디자인된 호텔 볼룸에서 열려왔다. 전시장을 나서면 거대한 인공 운하가 흐르고 레스토랑을 찾아볼 수 있으며 멀지 않은 곳에 해변도 있다.



신기운 <리얼리티 테스트_의자가 없다> 2022



STPI에서 운영하는 싱가포르의 ‘SEA Focus’는 아트페어라기보다는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로 열리는데, 일괄 전시 설치를 위해 갤러리에서 작품을 발송한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개최되는 ‘아트족(Art Jog)’은 개인 작가들의 작품 발표에 초점을 맞춘다.

호텔에서 개최되던 이전 세대의 아트페어는 이제 아시아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펠릭스 아트페어(Felix Art Fair)’는 할리우드 루스벨트호텔의 풀장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뉴욕 ‘인디펜던트(Independent)’는 원래 첼시에 있던 (구)Dia 건물을 사용했으나 이제는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창조 이벤트 공간인 스프링 스튜디오스(Spring Studios)를 대여한다.

‘리스트(Liste)’는 바젤에 위치한 옛 양조장 건물에서 최근까지 페어를 개최했는데, 어색하면서도 매력적이었던 양조장 건물에서 ‘아트 바젤’ 바로 옆에 위치한 컨벤션 홀 규모의 메세 홀(Messe Hall)로 전시 장소를 옮기면서 고유의 매력을 많이 잃었다.

세계의 여러 대형 이벤트가 우리 생각을 가득 채우지만, 더 나은 아트페어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도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예술을 더 즐기고 자신이 구매하는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 또한 마련될 수 있다. 물론, 예술 후원자들과 갤러리들은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가 비공식적으로나마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라고 하지만 이는 별도로 논의되어야 할 내용이다. PA



강서현 <The Paradox of Coldness and Hotness>
 2022 종이에 색연필 29.7×84cm



글쓴이 H.G. 마스터즈는 2007년 에디터로 입사해 『아트아시아퍼시픽』과 연을 맺은 후 2009년부터 아시아 전역 미술의 1년을 돌아보는 간행물 『아트아시아퍼시픽 연감(ArtAsiaPacific Almanac)』 편집도 맡고 있다. 또한 아시아 작가에 대해 데이비드 엘리엇(David Elliott)이 집필한 에세이 모음집과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매년 공동 출간하는 『Korea Artists Today』 등 『아트아시아퍼시픽』에서 발행하는 책의 공동편집자로도 활동 중이다. 파시타 아바드(Pacita Abad), 하종현, 양혜규, 신로 오타케(Shinro Ohtake), 하즈라 와히드(Hajra Waheed), 모니르 샤루디 파르만파르마이안(Monir Shahroudy Farmanfarmaian), 할릴 알틴데레(Halil Altindere) 등 여러 작가의 도록 에세이도 저술했다.



최욱경 <Untitled> 1968
하드보드에 아크릴릭 페인트 42×76.3cm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안천호




Special Feature No.3
아트페어 시장의 확장과 변화
●  조소현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정보팀 팀장


팬데믹 이후 아트페어의 춘추전국시대인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아트페어들이 문을 열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트페어는 1975년 개최된 ‘화랑미술제’로 당시 한국화랑협회 회원 화랑이 모여 개최됐다. 이후 1990년대에 ‘목우구상아트페어’를 비롯한 2개의 아트페어가 개최됐으며, 본격적으로 그 수가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이후로 집계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미술시장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에 개최된 아트페어 수는 29개인데, 팬데믹 기간 잠깐 그 수가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 지난 15년간 아트페어의 수는 점차 증가해왔다. 미술시장 조사에 따르면 2008-2014년까지는 35개 내외의 아트페어가 개최됐고, 2016년 40개를 넘어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49개까지 확대됐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밀집도 완화 정책으로 인해 35개로 줄어들었던 아트페어는 2021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2년에는 2배 이상인 71개까지 증가했다.

미술시장 조사에서는 아트페어의 부스 참가 형태에 따라 화랑참가형과 작가참가형으로 나누고 있다. 아트페어 유형별로 증감을 살펴보면 화랑참가형 아트페어는 2008년 11개에서 2022년 27개로 증가했고, 작가참가형 아트페어는 18개에서 44개로 확대됐다. 비중으로 보면 어느 유형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아트페어의 개수가 확대되면서 개최 지역도 점차 늘어났다. 2008년 개최된 아트페어는 서울에 15개, 경기·인천에 6개, 대구·부산 6개, 기타 지방 2개 등 한정된 지역에서 개최되는 미술 행사였다.



공동환 <습해>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97cm



그러나 2022년에는 서울에 33개, 경기·인천·강원에 9개, 대구·부산을 비롯한 경상권에 20개, 충청·전라·제주에 9개의 아트페어가 개최돼 지역적 분포가 확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1년에 지역에서 새로 개최된 아트페어들이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 성과를 보이며 눈길을 끌었고, MZ세대 컬렉터를 타깃으로 한 독특한 장르 혹은 신규 화랑들의 부스로 구성된 아트페어들이 속속 등장해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여기에 ‘프리즈(Frieze)’라는 대형 국제 아트페어의 서울 개최는 컬렉터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의 관심을 아트페어에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로 충분히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개최 수의 증가만큼이나 아트페어에서 거래된 미술 작품 판매액 또한 가파르게 확대됐다. 2010년 484억 원에 불과하던 아트페어를 통한 판매액은 10년간 803억 원 규모로 성장했는데, 2021년 미술시장 성장기에 1,890억 원으로 껑충 올라섰고, 2022년에는 3,000억 원*을 돌파했다. 2022년 화랑의 작품 판매 규모가 4,506억 원임을 감안한다면, 아트페어가 미술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 판매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아트페어를 찾은 관람객 수 또한 2010년에 48만 9,367명, 2019년 62만 7,256명, 2022년 100만 1,795명으로 확대돼, 작품 거래뿐만 아니라 국민의 미술 향유에도 아트페어가 적잖이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술시장의 성장세를 타고 유입된 새로운 컬렉터들에게 아트페어는 손쉽게 미술품에 다가갈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오픈 첫날부터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고,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나면 SNS에 인증샷이 쏟아지는 모습은 이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최근에 개최되는 아트페어들은 과거와 다르게 더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김지아나 <Iceberg blue inside skyblue 22-50> 
2022 자기, 초산비닐수지, 염색액 162×130×18.5cm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아트부산’은 규모를 키워 한국의 다양한 갤러리와 미술 신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키아프’에는 20여 개국 210개 화랑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를 개최했으며, ‘아트부산’도 축구장 4배 크기 전시장에서 22개국 145개 화랑이 참여한 것으로 보도했다. 새로운 콘셉트의 아트페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1년 문을 연 ‘더프리뷰 성수’는 초보 컬렉터를 대상으로 중저가 작품 위주의 페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참여 갤러리도 기존 화랑보다는 신규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해 시장의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스트릿 아트를 주제로 한 ‘어반브레이크’를 비롯해 ‘빈칸 아트페어’, ‘더보이드’ 등은 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콘셉트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외에도 울산, 인천, 세종, 청주, 구미 등 더 다양한 지역에서 지역의 화랑과 작가를 선보이는 아트페어들이 늘어났다. 개별 페어들의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이 미술품을 관람할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2023년 아트페어 시장은 2021년과 2022년의 연장선상에서 양적 성장과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되었던 한 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2024년 아트페어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먼저, 시기상에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23년에는 3월에 개최됐던 ‘화랑미술제’와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가 4월로 개최 시기를 늦추고, 11월에 열렸던 ‘대구국제아트페어’가 3월로 앞당겨 막을 올릴 예정이다. 5월에 열릴 ‘아트부산’과 ‘조형아트서울’, 11월에서 6월로 시기를 옮긴 ‘울산국제아트페어’까지 감안한다면 3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전년보다 더 다양한 페어들을 만나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대구국제아트페어’ 전경 2023



‘키아프×프리즈’가 열리는 가을을 제외하더라도 전통적인 미술 행사 비수기인 여름과 겨울에도 관람객들은 계속해서 아트페어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2023년 5월에 개최되었던 ‘더프리뷰 성수’가 여름으로 시기를 옮긴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고, 2024년 일정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7월과 12월에 ‘어반브레이크’가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바 있다. 11월에는 ‘디파인 서울’과 ‘대구아트페스타’가 서울과 대구에서 각각 개최될 예정이다. 새로운 아트페어의 론칭도 이미 한차례 보도된 바가 있고, 언급한 아트페어 이외에도 다양한 아트페어들이 이미 선보인 바가 있으니 계속해서 관람객들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이제는 많이 보편적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미술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일반 관람객들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문을 여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트페어는 대중에게 미술이라는 어쩌면 조금은 어려운 분야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나아가 잠재적 컬렉터 층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양한 지역에서 넓은 소비층과 주제로 열리는 아트페어들은 미술시장 저변을 넓히는 데 분명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 팽창이 반드시 질적 성장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조금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미술품을 구매하지 않은 소비자는 있어도 한 번 구매한 소비자는 없다’는 미술계의 정설에도 불구하고, 예술성과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들이 시장에 실망하고 떠나는 광경을 우리는 2000년대 초반 미술시장에서 한번 겪어보았다. 2020년대 미술시장은 또 한 번의 폭발적 성장과 조정기를 겪고 있다. 지금이 그때와 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때다. PA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 
<Shaina McCoy, Duane Gone Fishing> 
2023 캔버스에 유채 76.2×60.96cm


* 2022년 아트페어 작품 판매액에 ‘프리즈 서울’의 성과는 포함되지 않았음

글쓴이 조소현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정보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술시장의 규모를 추정하는 미술시장 조사와 미술품 경매시장 자료 수집 및 시장 주요 이슈를 분석해 제공하는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k-artmarket.kr) 사업과 아트페어의 기획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아트페어 육성 지원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키아프 2023’ 전경
이미지 제공: 키아프 사진: 키아프 운영위원회




Special Feature No.4
아트페어와 윈윈하는 갤러리 브랜드
●  김찰스장한 국제갤러리 대표


판매와 홍보,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스위스 ‘아트 바젤(Art Basel)’에 한국 갤러리로는 처음 참가했던 1998년부터 지금까지, 국제갤러리는 꾸준히 크고 작은 아트페어와 함께했다. 2023년에 총 14개의 국내외 페어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1월 ‘아트 SG(ART SG)’를 시작으로 ‘프리즈(Frieze)’ LA·뉴욕·서울·런던, ‘아트 바젤’ 홍콩·바젤·파리+·마이애미 비치, ‘화랑미술제’, ‘아트 부산’, ‘키아프’ 등에서 국제갤러리 부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페어에서든, 어떤 갤러리든 실질적인 판매와 갤러리 브랜드의 홍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국제갤러리는 1년 동안 참가하는 모든 페어를 리스트 업 하고, 어떤 페어에서 무엇에 주력할 것인지 면밀하게 계산하고 조율한다. 즉 판매가 되었든, 갤러리를 알리는 쪽이 되었든, 우리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최선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페어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트페어는 갤러리에 매우 중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필수적으로 드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 문제로 인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페어 관련 비용 중에서는 부스비, 운송비, 설치비, 관련 출장비, 디너 같은 행사 비용이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지출이 발생한다. 또한 작가마다 갤러리와의 수익 배분 비율이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페어 종료 시 총 판매액과 더불어 실수익을 계산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페어 리스트와 비용을 조금씩 조율한다.

국제갤러리는 거대 기업이 아니라 한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다. 페어에서도, 전시에서도 회사 식구들이 탄탄한 관계를 쌓으며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국제갤러리만의 완성도와 색을 만들어 가는 방향을 추구한다. 그 많은 페어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완성도를 지켜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각의 아트페어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보다 명확하게 판단하고 취사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과 비용의 균형을 맞춘 ‘선택과 집중’이 관건이자 숙제다.


아트페어와 갤러리의 이상적인 관계

갤러리는 아트페어라는 플랫폼을 통해 작가를 소개하고 새로운 고객을 만나며 관계를 확장한다. 아트페어의 브랜드 가치는 참여 갤러리는 물론 그 갤러리가 선보이는 최고의 작업들로 인해 동반 상승한다. 물론 이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부상조, 상호협력의 관계는 결국 양쪽 모두 수익을 얻는 구조여야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텐데, 이를 위해서는 그 힘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갤러리가 아트페어에 참가할 때 지출과 수익, 홍보와 커넥션 등 전략의 균형을 맞춰야 하듯, 갤러리와 아트페어 사이에도 팽팽한 긴장과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한편, 일종의 견제가 생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상태가 건강한 관계라고 본다. 또한 갤러리가 많은 아트페어를 소화하면서도 나름의 완성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듯, 아트페어 역시 스스로 완성도를 개선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제갤러리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3
(Art Basel Miami Beach 2023)’ 부스 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Sebastiano Pellion di Persano


국제갤러리만의 차별화 전략

국내 페어에서든 해외 페어에서든, 국제갤러리를 대표하는 이른바 ‘마스터급’ 작가들을 반드시 소개하고, 일종의 ‘하이라이트’ 작품을 꼭 선보이고자 한다. 예를 들어 단색화 작가들의 대작을 비롯해 김환기,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제니 홀저(Jenny Holzer),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등의 작품이 그런 역할을 해왔지만, 작가의 유명세와 직결되지는 않으며 그 구성은 페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국내 페어에 참가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절대적인 부스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뿐만 아니라 갤러리의 비전까지 폭넓게 소개할 수 있다. 반면 해외 페어의 경우에는 현장으로 배송된, 정해진 리스트의 작품들만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엄청난 참여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해외 아트페어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구축한 엄청난 인프라는 갤러리를 전 세계에 홍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동반 상승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된다.

국제갤러리가 참여한 페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연 2014년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다. 당시 국제갤러리는 거의 처음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다양한 단색화 작업을 선보였다. 지금과는 달리 ‘한국’ 하면 해외 고객들이 백남준과 삼성 갤럭시만 떠올리는 시절이었다. 그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준비해 간 작품들이 모두 좋은 손님들에게 판매되었고, 이것이 한국 근현대미술을 세계 미술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해외 아트페어에서 한국 미술작가들을 소개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말하자면 여러 해를 거치며 잘 알려진 단색화와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양혜규 사이에 얼마나 많은 한국 작가들이 있는지, 이들의 존재에 관심을 갖게끔 해야 한다. 단색화 이후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존재감, 작업 세계, 활동, 미술사적 의미 등을 끊임없이 알리는 것이 국제갤러리가 매번 큰 지출을 감수하면서도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양혜규: 지속 재연> 
전시 전경 2023 헬싱키미술관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Kirsi Halkola



최근 국내 아트페어의 동향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미술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컬렉터 및 미술애호가의 저변이 확대됐다. 또한 업계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다양한 규모와 콘셉트의 아트페어가 생겨났다. 아트페어가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만큼 시장에 다양한 요구들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것이 진정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아직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은 신인 작가들을 위한 개성 있는 페어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리를 통해 메이저급 아트페어에 바로 뛰어들기 어려운 신진 갤러리는 존재감을 알리고, 젊은 작가들은 시장성과 작품성을 제대로 평가받으며 근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더프리뷰 성수’ 같은 아트페어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이유다.

또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리는 페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사실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팬데믹 기간에는 미술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 형태가 국내로 한정돼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국제갤러리도 이 시기를 거치며 지방의 안목 있는 고객들과 본격적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이 중에는 기존 컬렉터 층도 있고 새로 진입한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들도 있는데, 특히 이 새로운 고객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팬데믹 기간 동안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미술계 전반이 온라인 영역으로 확장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이동의 제한이 생겨버린 상황에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국제갤러리 역시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을 갤러리에서 자체 개발하는 방향도 고려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지금도 각 아트페어가 마련한 온라인 뷰잉룸에 참여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 많은 고객과 컬렉터들이 미술 작품을 구입할 때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실물로 접하고자 한다는 것,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직접 보고 느끼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전시를 보러 국경 없이 여행을 다니던 고객들이 예전만큼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지만 이들 역시 작금에 가장 주목 받는 문제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트페어에는 꼭 참여한다. 오프라인 아트페어의 중요성이 그만큼 더 강력해졌다는 얘기다.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Untitled> 
2021 캔버스에 유채 213×274cm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Anish Kapoor All rights reserved DACS/SACK,
 2023 사진: Dave Morgan



한국 미술시장과 아트페어의 전망

‘프리즈 서울’이 한국미술을 한 단계 더 공식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한국 미술시장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해보면 여전히 쉽게 단정 짓기 힘들다. 이것은, 서울이 국제적인 아트 시티로 부상했다는 사실이 과연 한국의 미술시장 자체에 득이 될 일인가의 문제와도 비슷하다.

가까운 홍콩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홍콩이 좋은 미술시장으로 여겨지지만, 홍콩 자체의 미술 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을까? 메가 갤러리들은 이미 수년 전에 홍콩에 지점을 냈고 훌륭한 미술관도 있지만, 그에 비해 인상적인 홍콩 작가나 영향력 있는 지역 갤러리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분명한 건 한국미술이 이런 상황을 맞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갤러리는 근시안적으로 트렌디하거나 ‘핫한’ 작가만 판매하는 것을 지양하고,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작가들의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함께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프리즈 서울’이 우리 홈그라운드에서 열린다는 사실에는 장단점이 있다. 갤러리 입장에서 다른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할 때 드는 수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건 이견의 여지 없이 큰 메리트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벌어지는 경쟁인 만큼 더욱 내실 있고 견고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해외 페어에 나갈 때처럼 일시적으로 부스만 잘 꾸며서 되는 일이 아니며, 갤러리 본연의 모습과 활약이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해외의 흐름을 잘 읽는, 안목 있는 젊은 갤러리스트들이 운영하는 갤러리가 많이 생겨났고, 이런 실력파 갤러리들이 ‘프리즈 서울’ 기간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건 매우 긍정적인 신호인 것 같다. 페어의 발전만큼이나 이런 페어를 통해 기존 갤러리와 신생 갤러리들이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적이다.

불과 몇 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해외 미술계가 이름 난 작가 개개인이 아니라 한국미술 전체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고, 이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미술 전반에 대한 관심과 호평은 곧 한국 미술시장을 주목하게 하는 또 다른 가능성이다. 우리가 할 일은 현 상황을 자축하고 도취해 있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그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PA

글쓴이 김찰스장한은 2009년 국제갤러리에 입사한 후 2015년부터 이현숙 회장과 함께 국제갤러리 공동대표로 활동해왔다. 캘리포니아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회계법인 PwC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총괄 경영을 맡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거장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한편 젊고 새로운 작가들을 활발히 소개하는 데 힘써왔다. 국제 카페 및 레스토랑 경영을 도맡아온 그는 서울 삼청동 본관의 리모델링을 추진하며 갤러리 공간을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허브로 변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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