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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8, Jan 2024

시간의 역사 속 우리의 현재란?

Switzerland
Time. From Dürer to Bonvicini

2023.9.22-2024.1.14 취리히, 취리히미술관

● 김유진 스위스통신원 ● 이미지 Kunsthaus Zürich 제공

On Kawara 'Dec.24,2006 (from the Today series, no. 37, 2006)' 2006 Acrylic on canvas (cardboard box with newspaper) 20.5×26.7cm Private collection, Zurich © Estate of On Kaw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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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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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같은 방대한 철학적 주제는 현대미술관이 자주 다루는 방향이 아니기에 취리히미술관(Kunsthaus Zürich)의 <Time. From Dürer to Bonvicini>는 많은 이의 관심을 사고 있다. 전시는 시간에 대한 여러 학문적 정의보다 인류가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와 연계해 어떤 인문, 사회, 자연과학을 만들어왔는지 그리고 시간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관리해왔는지 등을 르네상스부터 현재까지의 문화사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취리히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카트린 훅(Cathérine Hug)이 3년 넘게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준비한 이번 전시는 시간의 면모를 회화, 비디오, 퍼포먼스, 특히 시계를 통해 다룬다.

전시된 250개의 작품 중 1/5이 라샤드 퐁에 위치한 세계 시계 박물관(Musée international d’horlogerie)과 바이어 시계 박물관(Uhrenmuseum Beyer)에서 대여한 것이며, 시계가 주요 전시물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시간을 주제로 한 다른 미술관 전시와 차별점을 지닌다. 지질학적 시간을 통칭하는 딥타임(deep time), 생물학적 시간, 경제적 개념의 시간, 정치적 시간, 정보의 속도, 고유 시간이란 6가지 소주제는 낮과 밤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초록색과 대조되는 밝은 분홍으로 설계된 전시 공간 속에서 언제나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시간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Patek Philippe & Cie (Geneva, since 1839)
 <Lorgnette with integrated watch> 
1856 Gold, enamel, glass, brass 8.3×2.3×1.15cm 
Musée international d’horlogerie (MIH), La Chaux-de-Fonds



전시장 입구에는 모니카 우지나 예거(Monica Ursina Jäger)의 거대한 몰입형 비디오 작업이 자리 잡고 있다. 수천 년이 지나야 관찰되는 느린 지형의 변화와 무차별적 속도의 도시화의 역사, 그 기록을 통해 지정학과 도시 개발에 따른 지질학적 지구의 변형을 연구하는 예거의 작업은 천연자원과 인간의 관계를 되짚는다.

또한 2015년 제작한 <미래의 고고학>이라는 먹으로 그린 산수화는 인류가 없는 먼 훗날 지구의 모습을 상상케 만든다. 존 맥피(John McPhee)의 저서 『Basin and Range』(1981)에 나온 딥타임의 개념을 인용한 이 섹션은 인류세의 역사를 지질학적 지구의 역사 속에서 살피며 이 거대함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작가 한강도 참여했던, 100년 후에 책이 출판되는 ‘미래 도서관(Future Library)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케이티 패터슨(Katie Paterson)은 딥타임의 인식으로 인류가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의 연상 속에 자신을 돌아보며 환경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개념미술 작업을 한다. 작가는 여러 과학자와 환경운동가, 기업들과 함께하는 퍼블릭 작업을 통해 그동안 미술관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방법과 이슈를 끌어내는데, 전화기를 통해 바트나 얼음산이 움직이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 <Vatnajökull(the sound of)>나 사라진 별들을 기록한 그림이 유명하다.



Monica Ursina Jäger <future archaeologies.04>
 2019 Ink on paper 132×220cm Courtesy the artist 
© Monica Ursina Jäger



이번에 전시된 <Timepieces(Solar System)>는 9개의 시계로 구성된 작품으로, 해와의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낮과 밤의 현저한 시간 흐름을 보여준다. 행성의 움직임과 인간의 시간에 관한 생각은 르네상스에 제작된 시계에도,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인간의 시각으로 인식할 수 없는 별까지 담은 <22h 24m>에도 담겨 있다.

알리시아 크와데(Alicja Kwade)는 1년, 1달 등 시간 측정 단위로 작품을 지칭하며 중력 및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관계를 통해 인식의 우연성을 다각적으로 다루는 작가다. <57 Seconds>는 동으로 만들어진 싱글 와이어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땅에 놓이기까지의 과정을 3개의 비디오로 찍은 뒤 이를 압축해 시각화한 것으로, 굳어버린 시간 속에 순간과 영원 속 오묘한 공간을 보여준다.

생물학적 시간 영역은 인간이 몸의 나이, 세월을 자각함으로써 인식하는 시간을 주제로, 중세부터 시작된 유럽 미술사의 해골, 모래시계, 과일, 생선, 거울 같은 바니타스 회화, 조각, 시계와 함께 현대미술에서 등장한 다양한 모티프 인용을 대비해 보여준다. ‘기술과 의학 혁명이 도래해도 가장 인간적인 것은 언젠가 종말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인간만의 향수일 것’이라는 뤼디거 사프란스키(Rüdiger Safranski)의 전제가 이 부분의 담론을 이룬다.



Vera Lutter <Folding Four in One> 
2009 Delta 100 film positive, Plexiglas,
 four parts 244×244cm Installation view 
of Art Basel Courtesy the artist and Art Basel
 © 2023, ProLitteris, Zurich



크와데의 <CitrusQuantum>은 깎아져 떨어지는 레몬 껍질 형상의 조각으로 죽음과 삶, 아름다움과 부패 사이의 순간을 상징하는 코르넬리스 데 헴(Cornelis de Heem)의 <Breakfast Still Life>의 레몬과 대비를 보여준다. 17세기에 유행했던 메멘토 모리 해골 시계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공업용 물감이 범벅된 <The Immortal Spin Head>도 죽음에 대한 서구의 문화적 시선을 생각해보게 한다.

세 번째 전시 공간 ‘경제적 시간’은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명언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에서 착안해 시간과 돈이 맞물린 자본주의 체제 속 시간의 감시, 관리에 대한 작업으로 구성된다. 스위스 시계 산업 역사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함께 1872년 시계 산업의 중심인 유라 지역을 배경으로 한 씨릴 쇼이블린(Cyril Schäublin)의 <Unrest>라는 영화를 선보이는데, 조용하고 아름다운 알프스 산골 동네를 둘러싼 자본주의적 압력과 일상의 폭력을 다루면서 이 동네가 유럽의 비정부운동의 중심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Installation view of
<TIME. From Dürer to Bonvicini> 
2023 -2024 Kunsthaus Zürich



모니카 본비치니(Monica Bonvicini)의 <Time of My Life>는 도금되거나 강철 합금된, 이제는 거의 시대적 유물이 된 전자시계 더미를 공처럼 묶어 거울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폭탄 같기도 한 이 괴이한 형태는, 휴대폰의 확산으로 더 이상 시간을 재는 기기로 사용되지 않고 사회적 지위의 과시나 컬렉터들의 관심 대상이 된 시계라는 오브젝트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어윈 웜(Erwin Wurm)의 <One Minute Sculptures>라는 두 개의 양동이 설치 작업은 시간, 행위 그리고 미술 전시의 맞물린 관계와 그 부조리함을 지적한다.

시간을 노동의 양과 돈으로 환산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시간의 정치적 이용과 연결된다. 그리니치 천문대의 세계 표준시, 24개 시간 구역의 설정과 그 뒤에 숨어 있던 식민주의적 사고, 19세기 이후 증폭된 원료와 인구 이동으로 가속화된 세계화는 시간의 합리적 이용이라는 정치적 논제의 내면이다. 압도적인 크기와 그래픽 구성이 놀라운, 안드레아 거스키(Andreas Gursky)가 2020년 제작한 <Politik Ⅱ>라는 사진 작업은 거대한 시계 앞에 메르켈과 슈판을 중심으로 쇼이블레, 호프라이터 등 독일의 정치가들의 모습이 담겼다.



Natasza Niedziółka <Zero1592> 2020 
Wax, Indian ink, cotton yarn on cotton 
164×147cm© Natasza Niedziółka 
Photo: Markus Wörgötter Decker Collection, Berlin



언뜻 보면 다큐멘터리 사진 같지만, 사실 여러 군데서 따온 합성사진으로 에드 루샤(Ed Rusha)의 <Five Past Eleven>(1989)의 그림을 배경으로 인용하고 있으며, 구도에서도 연상되듯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나오는 제자들 같은 다양한 양상의 캐릭터들을 보여준다. 긴박한 상황 속 권력 구조에서 누구의 말이 더 중요할까? 권력 구조와 시간의 연계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은 본비치니의 <You to Me>다.

전시장의 두 곳, 천장으로부터 연결된 두 개의 사슬로 연결된 수갑이 바닥에 드리워져 있고 이와 함께 수갑의 사용을 권유하는 텍스트가 제시돼 있다. 관람객은 30분 동안 전시의 일부분으로 참여할 수 있고, 정해진 시간에 전시장 도슨트가 수갑을 풀어준다는 보장이 쓰여 있다.



Monica Bonvicini <Time of My Life> 2020
 Digital watches, stainless steel, mirror on MDF
 105×90×90cm © 2023, ProLitteris, Zurich 
Photo: Jens Ziehe Wemhöner Collection



실시간 뉴스와 전 세계의 동시적 체험, 정보의 가속화, 권력과 언론, 현실의 편의적 조작은 알프레도 쟈(Alfredo Jaar)의 <Newsweek, 1994>, 조세프 코수트(Joseph Kosuth)의 <Word, Sentence, Paragraph (Z.&N.)>로 대표된다. 마지막으로 고유 시간은 사회학자 헬가 노보트니(Helga Nowotny)의 책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사회적 의미의 시간과 근대화에서 나온 속도의 개념, 고도화된 정보사회에서 무한대로 확장되는 현재의 시간과 줄어드는 휴식, 또 현재로 대체되는 과거의 시간을 다룬다.

개개인의 상대적 시간 경험과 사회적 구조의 연관성은 코로나19 시절의 경험으로 많이 다뤄지는 주제인데, 전시에서는 잠과 휴식, 명상을 모티프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이디 부허(Heidi Bucher)의 <Kanapee>(1967)는 라텍스로 스키닝한 것을 자개로 붙인 작업으로, 여성이 누워서 쉬는 상징적 공간의 콘텍스트로부터 오브제를 해방함으로써 남성 우위의 질서 체계를 비판하는 작가의 시각을 담고 있다.

250개의 작품을 통해 길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전시는 결국 슬로우 라이프, 느림의 미학이 행복으로 이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과속화에 이끌리지 않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PA



Natalia Goncharova <The Clock> 1910 
Oil on canvas 105×79cm Staatliche Museen zu Berlin, 
National galerie © 2023, ProLitteris, Zurich 
Photo: bpk / Nationalgalerie, SMB / Jörg P. Anders



글쓴이 김유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취리히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Remake in the tension between the global and local art scene」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스위스 한 재단에서 예술 소장품 관리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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