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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 한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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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ice Biennale & Korean Pavilion

● 기획 · 진행 정일주 편집장, 김미혜 수석기자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Matteo De Ma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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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개 섬과 운하로 이루어진 ‘물의 도시’ 베니스. 그 별칭만큼이나 아름다운 도시 풍광은 빛과 색채의 회화를 탄생시키며 ‘베니스 양식’이라는 방법론을 확산시켰다. 예부터 미술의 고장이었던 것이다. 이후 1895년 이탈리아 국왕 부처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창설된 데서 연유, ‘비엔날레’의 어원이 ‘베네치아’에서 유래했을 만큼 ‘베니스 비엔날레’는 명실상부 국제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올해로 60회를 맞은 ‘베니스 비엔날레’가 지난달 20일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11월 24일까지 레이스를 이어나간다. 이에 맞춰 착륙한 베니스엔 전 세계 언론과 미술 관계자들의 열기가 들끓었다. 직접 보고 발로 뛰어 취재한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여러분에게 전달한다.

먼저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주제로 펼쳐지는 본전시와 국가관, 총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와의 인터뷰까지 더해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30주년을 맞이한 한국관이 그려온 궤적을 짚으며 건축과 큐레토리얼 요소 면면을 살핀다. 이어 ‘베니스 비엔날레’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사건을 키워드로 꼽아 전지적 「퍼블릭아트」 시점으로 전한다. 끝으로 비엔날레 기간 함께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14개의 전시까지 엮어 소개한다. A부터 Z까지 베니스 비엔날레의 모든 것, 지금 시작한다.



김윤신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설치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 국제갤러리, 
리만머핀 사진: Matteo De Mayda



Special Feature 1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국가관, 총감독 인터뷰:
우리는 너나 없는 나그네_정일주

Special Feature 2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년:
자르디니 국가관 마지막 퍼즐_김미혜

Special Feature 3
키워드 검색: #베니스_비엔날레_문진주

Special Feature 4
베니스에서 만나는 14개의 또 다른 전시_김미혜
- 피에르 위그_리미널
- 유영국_무한 세계로의 여정
- 장 콕토_저글러의 복수
- 크리스토프 뷔헬_몬테 디 피에타
- 이배_달집 태우기
- 이성자_지구 저편으로
- 에르네스트 피뇽-에르네스트_또 다른 나
- 줄리 머레투_앙상블
- 노마딕 파티
- 헬무트 뉴튼_유산
- 박소빈_용에 들어가다
- 광주비엔날레 30주년 특별전: 마당, 우리가 되는 곳
- 프란체스코 베졸리_눈물의 뮤지엄
- 윌렘 드 쿠닝과 이탈리아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설치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Marco Zorzanello



Special Feature No.1
우리는 너나 없는 나그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
● 정일주 편집장


본전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4월 20일부터 오는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Giardini)와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개최된다. 이번 비엔날레의 총 기획은 브라질 태생으로 상파울루미술관(São Paulo Museum of Art) 아티스틱 디렉터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가 맡았는데, 지난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이끈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가 최초의 여성 예술감독이었다면 페드로사는 비엔날레 사상 첫 라틴계 예술감독으로 기록된다.
본전시의 맥락은 분명하다. 바로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우리는 항상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그들/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은 항상 진실로, 마음 깊은 곳에서 외국인인 셈”이라는 것. 페드로사는 자신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문장을 찾아 타이틀로 내걸었다. 파리에서 태어나 팔레르모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 컬렉티브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이 2004년 시작한 온 고잉 작품에서 전체 제목 ‘Foreigners Everywhere’을 따온 것이다. 퐁텐의 작품은 점점 더 많은 언어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란 표현을 다양한 색상의 네온 조각으로 완성되는데, 애초 이 문구는 20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맞서 싸운 토리노 집단의 이름 ‘Stranieri Ovunque’에서 유래되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부터 말하자면 지난 2022년 비엔날레에서 알레마니가 초현실주의를 통해 제1세계, 백인, 남성 위주로 쓰여진 역사를 돌아보는 방향을 제시하며 현재의 인류가 반드시 던져야 할 재앙과 갈등에 관한 질문을 탐구했다면, 페드로사는 각양각색의 문화를 마치 영화의 리버스 샷처럼 재해석하며 현대미술에 대한 개인적 관점을 들추는, 보다 특정적이며 세심한 물음들을 던진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Jacopo Salvi



전시는 아르세날레와 자르디니에 ‘현대의 중심(Nucleo Contempo-raneo)’과 ‘역사적 핵심(Nucleo Storico)’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페드로사가 예술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이미 ‘국제 전시에 참가한 적 없는 예술가를 우선 초대할 거’라 강조했듯 본전시는 낯설고 생소한 작품으로 가득하다. 물론 그들 중 많은 이가 비엔날레 작가 리스트 발표 직후 저마다 기획전과 개인전을 통해 왕성하게 작품을 프레젠테이션하며 인지도를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흰색 외관을 고수했던 자르디니의 센트럴 파빌리온은 브라질 원주민 예술가 그룹 MAHKU(MOVIMENTO DOS ARTISTAS HUNI KUIN)의 총천연색 벽화로 뒤덮였는데 이는 이번 전시의 상징적 존재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대규모 설치와 퀴어 미술이 강도 높게 펼쳐진다. 그간 주류보단 아웃사이더를 자처해 온 작가들이 대부분인 까닭일까, 작품은 한층 더 생동감 넘친다. 차별과 식민주의, 혁신과 자유를 응축해 선보이는 총 331팀의 작가 중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이는 김윤신이다.

최근 국제갤러리 개인전, 리만머핀의 공식 발표를 통해 영역을 확장한 작가는 자르디니에 놓인 1979년에서 1986년 사이에 제작된 4점의 나무 조각과 1991년에서 2001년 사이에 제작된 4점의 돌 조각 <둘 더하기 하나 더하기, 하나 나누기 둘 나누기(Add Two Add One, Divide One Divide Two)>으로 평단과 주요 언론들을 사로잡았다. 세계미술계는 원시적이며 강렬한 그의 작품에 북한 원산에서 태어난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중 한 명인 김윤신의 개인적 서사까지 대입시키며 속절없이 매료되었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호주관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Matteo De Mayda




외신들은 한국전쟁 중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 정착한 작가가 조각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향했는데 이는 당대 여성으로서 굉장히 대담하고 특이한 움직임이었다는 점, 그 후 서울로 돌아와 교육자로서 신흥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조각가협회를 공동 창립했다는 점, 1984년 조카를 만나러 부에노스아이레스 찾았다 그곳의 숲에 반해 40년간 거주하며 작업했다는 점 등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동시에 서로 맞물려 균형을 잡는 조각과 달리 김윤신의 조각은 분할과 분할, 추출을 통해 모델링된 하나의 개체임에 주목한다. 60년 경력 만에 처음으로 상업 갤러리의 지원을 받는 작가 김윤신과 마찬가지로 본전시에 초대된 한 사람 한 팀에 걸쳐 치열한 경쟁 끝에 황금사자상 최고 작가상을 거머쥔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마타아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까지 이번 비엔날레의 주인공은 오래도록 주류 미술계 밖에서 뚜벅뚜벅 자신만의 동선을 걸었던 작가들이다.

2012년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Aotearoa, 마오리어로 뉴질랜드를 가리키는 말)에서 4명의 작가로 결성된 마타아호 컬렉티브는 아르세날레 입구에 대형 직물 설치 작품 <다리(Takapau)>를 선보인다. 우주 같기도 혹은 자궁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은 “벽과 바닥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패턴은 조상들의 기술과 몸짓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러한 기술의 미래 사용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비엔날레의 최고영예를 얻었다.

한편 2021년부터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통합된 원칙을 세우고 모든 활동을 계획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2024년 열리는 모든 행사에 이를 적용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 연극, 음악, 무용 페스티벌을 비롯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지난 2023년 획득한 탄소 중립 인증 달성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 그런 까닭에 전시 전반엔 이를 위한 실질적 프로세스가 현장에서 테스트되는 뉘앙스이며 탈식민지화, 탈탄소화의 주제는 ‘외국인’이란 전시 키워드와 맞물려 선명하게 인식되고 있다.



부슈라 칼릴리(Bouchra Khalili)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설치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Marco Zorzanello



86개의 국가관, 그 들끓는 싸움

자르디니, 아르세날레는 물론 베니스 곳곳 역사적 공간에 마련된 86개의 국가관 전시는 그야말로 행사의 압권이다. 올해 베냉공화국, 에티오피아, 동티모르민주공화국, 탄자니아공화국 등 4개 국가가 처음 참가한 가운데 자르디니에 나란히 자리 잡은 영국, 프랑스, 독일관은 전에 없던 스펙터클로 관람객을 휘어잡았다. 예술을 관람한다는 것이 이토록 전투적일 일인가 싶을 정도로 각 국가관엔 긴 줄이 늘어서고 해당 국가관의 전시를 온전히 본 이들의 후일담 또한 경쟁적으로 이어졌다.

결국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아닌 아치 무어(Archie Moore)를 대표작가로 내세운 호주관에게 돌아갔지만 말이다. 무어는 자신의 직계를 포함해 몇 만 년에 이르는 가계도, 즉 호주 원주민의 역사를 몇 달 동안 분필로 그려 넣은 작품을 선보였는데 어떤 의미에서 전시관은 자신의 땅을 수호하다 목숨을 잃은 원주민을 기념하는 추모관이나 다름없다. 호주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심사위원들은 “6만 5000년의 역사가 어두운 벽뿐 아니라 천장에도 새겨져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내놓았다.

영국관은 존 아콤프라(John Akomfrah)의 신작으로 <밤새도록 빗소리를 들으며(Listening All Night to the Rain)>전을 구성했다. 전주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나기도 했던 아콤프라는 인종차별 문제에 관심을 두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창조적 작업을 해온 작가이자 영화감독. 기억, 인종 차별, 디아스포라 이주민의 경험, 기후 변화에 집중하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듣는 행위와 음향에 새롭게 초점을 맞춰 포스트식민주의, 생태학, 정치적 미학에 대한 스스로의 집착을 확장한다. 8개의 멀티스크린 사운드와 시간 기반의 작품이 서로 맞물리고 겹치는 설치는 여러 층의 시각적, 청각적 내러티브를 하나로 묶는 결합 조직을 형성한다.



마타아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설치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Marco Zorzanello



독일관은 자르디니 파빌리온에 더불어 완전히 낯선 라 세르토사(La Certosa) 섬을 전시장소로 택했다. 우선 야엘 바르타나(Yael Bartana), 에르산 몬드태그(Ersan Mondtag)가 자르디니의 시그니처 전시관에 초현실적이며 비인류적 영상과 퍼포먼스를 뿌려 놓은 것에 이어 마이클 악스탈러(Michael Akstaller), 니콜 루일리에(Nicole L'Huillier), 로버트 리폭(Robert Lippok), 얀 세인트 베르너(Jan St. Werner)는 저 멀리 버려진 섬 세르토사에 시간과 공간 전환의 순간에 의미를 집중한 사운드 공명 작업을 심었다. 짓다 만 건물과 흙 그리고 넝쿨과 나무만 빼곡한 섬 중간 중간 작가들은 웅웅 울리는 소리를 그야말로 심어 놓은 것이다.

“매 순간은 사라져가는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 사이의 문턱”이란 사실에 동의한 작가들은 ‘임계값(Thresholds)’이란 제목 아래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역사와 미래를 탐구한다. 제일 먼저 예술가, 사진작가, 영화제작자인 바르타나가 완전한 멸망의 위기에 처한 세계를 구현한 후 오페라 감독 몬드태그가 파빌리온의 기념비적 성격과 단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내러티브를 대조하는 연출을 전개한다. 거기에 아무도 모르는 섬에 삽입된 악스탈러 등의 장소 특정적 사운드 작업까지가 이 전시의 완성이다.

강대국들이 현실 너머의 세계, 중첩된 시간,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하는 동안 식민이란 치욕의 역사를 쿨하며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는 이집트관은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전 세계 기자, 큐레이터, 작가, 갤러리스트 중에서도 정예 인원에게만 오픈된 4월 16일 프리뷰부터 이집트관은 꼭 봐야할 국가관으로 거론됐다. 영화, 조각, 공연, 그림을 넘나들며 기존의 역사 관점을 재구성해 국가적,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공통 개념을 조사하고 뒤집는 와일 샤키(Wael Shawky)의 <Drama 1882>로 구성된 전시는 시각과 청각을 압도적으로 자극한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Matteo De Mayda



아랍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관계를 엄격하게 연구해 온 그는 역사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묘사된 일련의 기록임을 피력하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정교한 안무와 해석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전시장 한쪽 공간에 역사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단편 영화들이 연이어 상영되는데, 제국 통치에 반대하는 우라비 혁명(Urabi revolution, 1879-1882)을 출발점으로 한 서사적 뮤지컬은 카페 싸움으로 시작해 폭동으로 번진 후 극적으로 마무리되는 내러티브를 지닌다. 아름다운 도시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 대한 영국군의 전면 포격과 역사에 각인된 텔엘케비르 전투(Battle of Tel El Kebir)를 다루면서도 샤키는 영화의 색감은 전적으로 비비드하게 모션은 아기자기하게 재구성한다.

취재기자들 사이에 수상 후보로 거론된 또 다른 국가관은 폴란드이다. 유리 빌레이(Yuriy Biley), 파블로 코바흐(Pavlo Kovach), 안톤 바르가(Anton Varga)로 이뤄진 오픈 그룹(Open Group)을 내세운 전시는 우크라이나 전쟁 목격자들이 릴레이로 등장하는 <Repeat after Me II>를 통해 우리의 현재가 비극적 시대임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노래방 형식을 사용하는데, 히트곡이 아닌 총소리, 미사일, 울부짖음, 폭발음이 반주이며 치명적 무기에 대한 설명이 노래 가사다. 이은 목격자들이 재현하는 전쟁의 사운드트랙인 셈이다.



이강승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설치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작가, 갤러리현대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설치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Marco Zorzanello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본전시와 국가관에 걸쳐 어느 하나 치열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 해수면이 훌쩍 올라와 건물에 찰랑찰랑 물이 들어차는 베니스 안, 빼곡히 놓인 미술들을 보며 『오자병법』에 적힌 ‘반드시 죽으려 하는 자는 살고 요행히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란 뜻의 ‘필사즉생행생즉사(必死則生幸生則死 )’가 떠오른 것은 비단 나뿐일까. 식민과 억압, 자유와 차별을 바탕으로 결코 과거보다 낙관할 수 없는 미래를 재현하는 작품들이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더 서글프다. 언뜻 우리에게 파국만 남은 듯 시사하는 작품은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볼 수록 사랑과 희망을 강조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시간, 주위를 살피며 사랑을 베풀라는 게 그들의 주된 메시지이다. 독일관이 이끈 세르토사 섬 중간에 서서 나는 확신했다. PA




Portrait of Adriano Pedrosa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Andrea Avezzù



Interview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


Q: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임된 소감을 말하며 “원주민뿐 아니라 외국인, 먼 곳, 이방인 그리고 퀴어를 기념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비엔날레가 성대히 개막한 지금 당신이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예술가들은 항상 다양한 상황에서 도시, 국가, 대륙을 통해 여행하고 이동해 왔으며 이는 20세기 후반부터 가속화되었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요 초점은 외국인, 이민자, 국외 거주자, 디아스포라, 망명자 또는 난민인 예술가 특히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를 이동한 예술가들이며 또한 이주와 탈식민지화가 핵심 주제이다. 기획한 바대로 그들이 온전한 주인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전시로 완성돼 기쁘다.

클레어 퐁텐의 작품 제목에서 따온 타이틀 ‘Foreigners Everywhere’라는 표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항상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그들/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둘째,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은 항상 진실로 마음 깊은 곳에서 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끝으로 이 표현은 베니스라는 도시 자체에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베니스야말로 어디에나 외국인이 있는 장소이다. 한편 나는  이 표현을 모토, 슬로건, 행동 촉구, 흥분, 기쁨 그리고 두려움의 외침으로도 간주했다.


Q: 국제 미술행사에 처음 초대되는 작가를 우선 리스트업 했다거나 전시를 이룬 각 섹션에 백인이 아닌 이들이 주를 이룬다는 당신의 설명은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행사가 비주류, 언더그라운드를 지향하는 듯 여겨진다.

A: 개인적 차원에서 나 스스로 이번 전시의 많은 주제, 개념, 모티프, 틀에 연루돼 있다고 느낀다. 나는 해외에서 살았고 평생 동안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그러나 동시에 종종 제3세계 외국인에게 행해지는 대우를 경험했다. 나는 또한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의 공개 퀴어 큐레이터이다. 게다가 토착 예술가와 대중 예술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브라질과 라틴 아메리카의 환경에서 왔다. 역사의 큰 줄기에서는 소외돼 왔지만, 최근 들어 주목을 받는 그 모든 것을 비엔날레에 다루지 않는 것은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Q: 미술뿐 아니라 문학과 역사가 유난히 더 많이 개입됐다고 느낀다. 특히 ‘역사적 핵심(Nucleo Storico)’ 섹션이 그랬다.

A : 글로벌 모더니즘과 남반구의 모더니즘에 관해 많은 글이 쓰여졌으며, 많은 방에서 모더니즘의 경계와 정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에세이, 초안, 사변적 큐레이터 활동 같은 자료를 선보인다. 우리는 유로아메리카의 모더니즘 역사에 대해 너무 잘 알지만, 남반구의 모더니즘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한 지식은 기껏 각 국가나 지역의 전문가에게만 국한돼 있지만, 이들 작품을 함께 연결하고 전시하면 그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날 거라 믿었다. 이러한 역사가 진정으로 현대적 관련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피력하고 싶었다.  


Q: 끝으로 60번째 행사를 리드한 장본인으로서 베니스 비엔날레에 가장 인상적 특징을 꼽는다면 무엇이라 답하겠나.

A: 예술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강력한 보장이야말로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과 철학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때로 엄청난 효과를 이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직접 깨달았다.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는 1965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태생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Universidade Estadual do Rio de Janeiro)에서 법학 학사학위를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예술비평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라틴 아메리카,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출신 예술가들을 향한 관심을 바탕으로 사회, 정치적 문제를 조명해 오는 큐레이터십으로 주목받아 온 그는 ‘상파울루 비엔날레’(1998, 2006), ‘프에르리코 산 후안 트리엔날레’(2009)
등의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MASP) 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관 건립 초기 모습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 만쿠조 및 세레나 건축사무소


Special Feature No.2
자르디니 국가관 마지막 퍼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년

● 김미혜 수석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가 설립 100주년을 맞은 바로 그해, 비엔날레 주무대인 자르디니 공원에 ‘마지막 국가관’이 들어선다. 당시 자르디니에 남은 부지는 거의 없었고, 문화재로 지정된 공원이었기에 함부로 벌목할 수도 없어 많은 국가들은 그저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당해 국가관 설립 가능성이 대두됐다. 대기 중이던 23개 국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신청했고, 중국과 아르헨티나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자르디니 국가관의 마지막 퍼즐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그리고 이 성공은 익히 알려진바 한국미술 세계화에 앞장섰던 백남준의 등장과 활약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개막식 TV 인터뷰에서 우스갯소리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다음에 아무도 못 지어, 앞에 스무 군데가 기다렸는데 우리가 새치기한 거야.” 그렇게 한국관 건립 3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어떤 의미인가. 건축과 큐레토리얼 측면에서 과거와 현재의 맥을 짚으며 이에 관한 인식을 재고해본다.



백남준과 <마르코 폴로>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도록 표지 이미지 1993 
사진: 로만 멘싱, artdoc.de



건축과 건립, 한국관의 시작


1966년 백남준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Charlotte Moorman)과 함께 <곤돌라 해프닝(Gondola Happening)>을 기획한다. 정식으로 초청받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뉴욕에서 베니스로 향했다는 점에서 그가 일찌감치 ‘베니스 비엔날레’의 상징성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1993년 백남준은 한스 하케(Hans Haacke)와 독일관 대표작가로 참여해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거머쥔다.

당시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 한국 순회전, ‘대전 엑스포’ 등 한국미술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었던 터, 백남준은 여세를 몰아 김영삼 대통령에게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을 세우는 것이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역시 이에 동의,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한국관 건립 추진을 지시한다. 기획안을 만들어 베니스 당국과 접촉하기 시작한 정부는 1994년 5월 5일 정식으로 건립 희망 신청서를 제출했고, 각고의 노력으로 1년여 만에 최종 허가를 받는다.



한국관 모형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 만쿠조 및 세레나 건축사무소



한국관 설계는 고(故)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Franco Mancuso)가 맡았다. 새로운 국가관 건립이 금지되어 있어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으나,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 관리사무소와 화장실이 들어서기로 한 자리에 보호수목을 존치하고 경사지의 지면을 변형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임시 건물 건립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1930년대 지어진 기존 벽돌 건물도 한국관 일부로 융합했다. 김석철과 만쿠조는 유리와 금속을 주재료로 사용해 좁은 부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또한 원통형 유리 공간은 외부로의 열린 공간으로 이어지게 했고 옥상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토록 했다.

그렇게 건립된 연면적 249㎡ 규모의 한국관은 트랜스패런트홀, 히스토리컬홀, 실린더홀 3개 전시장으로 구성되며 각각 직육면체, 정육면체, 반원형으로 구조와 형태를 달리해 일반적인 박스형 전시 공간과는 구분되는 특성을 갖는다. 개막 직전까지 이어진 공사는 작품 설치를 위해 내부는 1995년 5월 15일, 준공 검사는 5월 30일에 마무리됐으며, 개막 이후에도 일부 마감공사를 진행, 최종적으로 12월 22일 완성된 모습을 갖췄다.



양혜규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목소리와 바람>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업 설치 전경 2009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Galerie Barbara Wien, Berlin



변화와 확장, 큐레토리얼 지형도


한국관 건립 이전에도 우리나라는 4차례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독립된 국가관이 없어 1986년 고영훈, 하동철(커미셔너: 이일), 1988년 김관수, 박서보(커미셔너: 하종현), 1990년 조성묵, 홍명섭(커미셔너: 이승택), 1993년 하종현(커미셔너: 서승원)은 아르세날레 전시장에 부스형으로 조성된 벽면 길이 20m 남짓한 곳에서 열악하게 전시를 진행해야 했다.

독립된 국가관으로 처음 참여한 1995년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첫 외국인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프랑스 출신 장 클레르(Jean Clair)가 ‘동질성과 이질성, 신체의 형상’을 주제로 내세웠다. 한국관 개관전 커미셔너를 맡은 미술비평가 이일은 참여작가로 곽훈, 김인겸, 윤형근, 전수천을 선정했다. 앞뜰엔 곽훈이 대형 옹기작품을 이용해 비구니들과 참선하는 퍼포먼스를, 계단을 따라 옥상까지 이어지는 곳엔 김인겸이 <프로젝트 21-Nature Net>를 선보였고, 윤형근의 대형 캔버스 작업과 산업폐기물과 TV모니터, 경주에서 구워낸 토우들을 설치한 전수천의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이 전시됐다. 전수천의 작업은 새로운 미술사에 잘 부합되었다는 평을 받으며 첫 파빌리온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1997년 47회는 파빌리온 설립 후 두 번째 전시였던 만큼 많은 작가들이 욕심을 내고 있었다. 커미셔너인 오광수는 고민 끝에 30대와 40대 젊은 작가 강익중과 이형우를 선정했다. 이는 당시 한국 미술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었으나 다른 국가관이나 비엔날레의 전체적인 트렌드를 미리 파악한 결과로, 그 전략이 통해 37세였던 강익중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포스터 1995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자료협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아카이브 북 『마지막 국가관』 2024



이어 뉴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48회는 큐레이터의 전설로 불리는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을 영입, 가장 스펙터클하고 아방가르드한 전시를 선보이고자 했다. 한국관 커미셔너 송미숙은 세기말적 사회상을 반영해 인간의 내면적 가치체계의 양면성과 모순을 표현하는 노상균과 이불을 선정했다. 한국관 개관 이후 첫 여성 커미셔너와 여성 작가로 화제를 모았고, 황금사자상에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가 선정되는 등 ‘우먼 파워’가 두드러졌다. 또한 이불이 특별상을 거머쥐며 한국관은 세 번째 연이어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다.

2001년 49회는 커미셔너 박경미가 서도호, 마이클 주와 함께 개인과 사회 시스템, 인간 대 자연의 역학관계와 정체성의 문제를 다뤘고, 2003년 50회는 ‘차이들의 풍경’이라는 주제 하에 커미셔너 김홍희가 한국관의 구조적, 공간적, 장소적 특성과 참여작가 박이소, 정서영, 황인기의 미학적, 이념적 차이에 의거해 타국가관과 차별화되는 복수적 차원의 차이를 만들고 이를 통해 큐레토리얼의 차별성을 성취하고자 했다. 2005년 51회 커미셔너 김선정은 ‘문 뒤의 비밀’을 주제로 소수 작가를 선보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관 역대 최대 규모인 15명의 작가 김범, 김소라, 김홍석, 나키온, 문성식, 박기원, 박세진, 박이소, 성낙희, 배영환, 오형근, 이주요, 정연두, 최정화, 함진을 초청해 한국현대미술의 흐름과 맥락을 제시하고자 했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런가 하면 2007년 52회 이형구를 단독작가로 선정한 커미셔너 안소연은 ‘호모 스페시즈(The Homo Species)’를 제목으로 한국관을 자연사박물관과 실험실처럼 꾸몄고, 2009년 53회는 처음으로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 즉 미국 교포인 주은지가 커미셔너로 임용돼 유럽과 한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양혜규와 함께 ‘응결(凝縮)’을 주제로 비엔날레 스펙터클의 한계 속 예술 생산을 둘러싼 우호적 환경과 새로운 작업 방식을 모색했다.

2011년 54회 커미셔너 윤재갑은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를 제목으로 미디어 작가 이용백의 작품을 공개했고, 2013년 55회는 커미셔너 김승덕과 작가 김수자가 ‘호흡: 보따리’를 주제로 전시를 선보였다. 일찍이 한국을 떠나 미국과 프랑스 등을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던 이들은 “국제 미술계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인류학적이고 문학적인 개념을 한국관이라는 실내 건축 환경에 잘 대입해 성공적으로 연출했다”는 평을 받았다.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진: 박지민



건립 20주년을 맞은 2015년 56회 전시는 커미셔너 이숙경과 작가 듀오 문경원&전준호가 맡아 한국관 내외부를 종말적 재앙 이후의 미래를 그린 ‘축지법과 비행술’이란 제목의 7채널 영상 설치 작업으로 감쌌다. 그리고 이때 임흥순의 <위로공단>이 본전시 은사자상을 수상한다. 2017년 57회 전시를 앞두고 한국관은 커미셔너라는 직함을 예술감독으로, 선정 방식을 공모제로 바꿨다.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던 이대형이 선정됐고 ‘카운터밸런스: 돌과 산’을 주제로 이완, 코디최의 2인전을 선보였다.

2019년 58회 예술감독 김현진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2017)의 첫 문장에서 차용한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를 주제로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을 초청, 역사의 범주로부터 추방되거나, 감춰지거나 잊히고, 버림받거나 비난당했던 이들을 새로운 서사의 주체로 조명했으며, 2022년 59회 예술감독 이영철과 참여작가 김윤철은 ‘나선(螺旋)’을 주제로 작품과 공간이 하나의 호흡을 이루는 장소 특정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진: 박지민



30주년 한국관 그리고 특별전

2024년 60회 한국관 30주년 전시는 첫 공동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와 이설희가 작가 구정아와 함께 구성한 ‘오도라마 시티’다. 향기를 뜻하는 ‘Odor’와 드라마의 ‘rama’를 더한 것으로, 향기를 통해 만남과 우연에 집중하고 공간과 관람자 사이의 에너지 연결을 모티브로 삼았다. 뻥 뚫린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깊은 숲 한가운데 선 듯 고요하면서도 침잠되는 느낌이 몸을 감싼다. 향으로만 채워진 공간이 다소 심심하게 인식될 수 있으나, 해리포터가 찾아 헤맨 호크룩스처럼 곳곳에 향기 메모리를 기저로 한 16개의 단서가 숨겨져 있다.

이어 전시장 한쪽 문으로 들어가면 지금 막 땅에 내려앉은 듯한 검은색 형상 우스(OUSSS)가 눈에 띈다. 2분마다 향기를 내뿜는 이 조각은 작가가 1990년대 창안한 무한 변신 개념으로 그의 세계관의 집합체다. 물질과 비물질의 영역을 뛰어넘어 명확한 경계가 없는 어느 곳으로 ‘감각적 경험의 또 다른 확장’을 제시하는 이 장소 특정적 전시는 사뭇 철학적이고, 개념적이고, 사변적인 한편 향과 기억, 공간이 사유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문경원 & 전준호 <축지법과 비행술>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업 설치 전경 2015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작가 
© 문경원 & 전준호 자료협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아카이브 북 『마지막 국가관』 2024



한국관 전시와 동시에 건립 30주년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도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개최된다.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하며, 섬과 섬이 마치 산맥처럼 해저 지형과 해양 생태계로 연결되듯이 고립된 개인의 삶과 예술이 결국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전시는 과거-현재-미래, 개인과 공동체, 로컬과 글로벌,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예술적 사유와 실천에 주목한다. 지난 30년간 한국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36명(팀)의 작품 82점을 통해 다양한 감각과 서사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예술적 비전으로 연결하며 섬과 산을 넘나드는 상상적 풍경을 펼쳐 보인다.



구정아 <오도라마 시티>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업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PKM 갤러리,
 Pilar Corrias, London 사진: Mark Blower



이상 건립 30주년을 맞은 한국관의 발자취를 간략히 살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다양한 전시 경험을 축적해나갔고 그 가운데 유의미한 시도들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제는 남아있다. 2018년 한국관은 건축물 노후, 전시 공간 확대 요구 등에 따른 증축 계획을 발표했는데, 베니스의 도시 세부계획에 따라 대규모 증축이 불가해 현재로선 부족한 사무 공간과 창고 공간을 확대하고 전시공간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안이 계획되어 있다. 2018년 9월 베니스 도시 시청과에 계획안 승인을 신청했으나, 시의회를 열어 도시법을 개정해야 통과할 수 있고 기존 도시법은 내부 공간에 한해 최소한의 보수만 허용하고 있어 증축안이 현재 시행법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김수자 <호흡: 보따리>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업 설치 전경 2013 
이미지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수자스튜디오 사진: 정재호



또한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대국민공청회를 열고 2025년까지 증축안 승인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며, 재원 확보, 아카이브 구축 및 활성화를 과제로 커미셔너로서 역할을 재정비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관은 하나의 국가관이 아니라, 앞으로의 100년을 시작하는 첫 파빌리온이다.” 1995년 당시 베니스 당국의 마음을 움직였던 김석철의 말처럼, 30년을 지나온 한국관이 단순히 공간 개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다중심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세계 문화정치의 지형을 그려나가고 ‘베니스 비엔날레’의 상징적 의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PA


[참고자료]
-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기념 학술대회 자료집」,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2024
- 「마지막 국가관 -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아카이브 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
-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온라인 플랫폼(venicebiennale.kr)





김인겸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 
모형 1995 혼합재료
 62×80×76cm 이미지 제공: 김인겸 유족 사진: 김산




Special Feature No.3
키워드 검색: #베니스_비엔날레
● 문진주 컨트리뷰터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를 검색했을 때, 으레 따라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미술 올림픽’. 물론 각 국가관이 벌이는 전시와 시상제도만을 따져보았을 때, 행사는 일종의 각축장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비엔날레를 의미하기에 이 단어는 충분치 않은 느낌이 든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비엔날레 관람만을 위해서 격년마다 베니스를 방문하는 미술애호가에게도, 구글 검색창에 ‘비엔날레 뜻’, ‘베니스 비엔날레 언제’라고 타이핑하는 초심자에게도 흥미로울 이야기들이 그 긴 역사만큼이나 쌓여 있다. 비엔날레를 둘러싼 논란, 가끔 일어난 해프닝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주요한 사건을 몇 가지 키워드로 알아보자.



Crowds to see King Umberto and Queen Margherita of Italy
 at the 1st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of the City of Venice in 1895
 © Historical Archive of Contemporary Arts, ASAC



#시작 #beginning

1893년 4월 19일, 리카르도 셀바티코(Riccardo Selvatico)가 이끄는 베니스 시의회는 2년마다 열리는 ‘이탈리아 미술 전시회(Esposizione biennale creativea nazionale)’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 국왕 부처의 은혼식을 기리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이후 1895년 4월 30일 그 첫 번째 회차가 <제1회 베니스 국제 미술 전시회(I Esposizione Internazionale d’Arte della Città di Venezia)>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이것이 ‘베니스 비엔날레’의 시작이다. 첫 전시에는 국왕 부처 움베르토 1세(King Umberto I)와 마르게리타 디 사보이아(Margherita of Savoy)가 참석하고, 약 22만 명이 전시를 관람했다. 이후 2년마다 열리는 전시는 그 특성을 따 ‘비엔날레(biennale)’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은 1907년, 벨기에관이 자르디니에 건립되며 그 물꼬를 텄다. 이후 헝가리(1909), 독일(1909), 영국(1909), 프랑스(1912), 러시아(1914) 등 다양한 나라의 국가관이 설립된다. 놀랍게도 현재 영국 파빌리온과 프랑스 파빌리온은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건축 양식에서 당시의 고전적인 취향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카스텔로 공원에는 총 26개의 국가관이 있다. 한국관은 비엔날레 100주년을 기념하는 1995년 가장 마지막으로 건립되었다. 한국은 중국과 아르헨티나 등 23개의 쟁쟁한 후보 국가들을 제치고 선정되었는데, 여기에서는 백남준의 공헌이 크다.

1993년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대표 작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가는 한국관 건립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 베니스 시장에게 서신을 전달하고, 당해 예술감독이었던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Achille Bonito Oliva)에게 적극적으로 한국관 건립을 발의한다. 당시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가주의적인 성격을 축소하는데 앞장서고 젊은 작가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등 진보적인 행보를 펼쳐온 올리바는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로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 현재의 한국관이 자리하게 되었다.



A student demonstration against the Venice Biennale 
in 1968 © Archivio Cameraphoto Epoche/Getty Images



#정치 #politics

미술이 시대와 현 상황을 담듯, ‘베니스 비엔날레’는 그 긴 역사에서 전쟁과 팬데믹 등으로 중단되거나 정치 프로파간다로 활용되었다. 제59회 비엔날레 예술감독인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의 말을 빌리자면 무솔리니(Benito Mussolini)가 이탈리아의 총리였던 당시, 비엔날레는 “파시스트 정권의 정치적 수단”으로 기능했다. 실제로 1930년대부터 비엔날레는 베니스 시의회가 아닌, 국가 파시스트 정부가 통제하기 시작한다.

1934년 베니스에서는 무솔리니와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첫 회동을 하고, 독일 파빌리온 앞에서 그들의 기념 촬영이 있었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는 정부의 사전 검토를 거친 고전적인 작품으로 채워지는 등 그 자율성을 잃고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선전도구로 기능한다. 이후 전 세계적인 미술 운동의 여파 속에서 비엔날레는 정치적 메시지의 장이 된다.

1968년, 유럽 전역에 학생시위가 발발한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학생들은 비엔날레 개막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비엔날레는 끝났다”라고 쓰인 팻말을 든 채로 거리를 행진하고 일부 국가관을 점거한 뒤 예술작품을 벽면으로 돌려놓는다. 무솔리니 통치 이후 정치적 도구로 사용된 비엔날레에 대한 이 저항은 혼란했던 당시 상황을 대변하는 한 예이자,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시위 결과 시상제도가 폐지되고 비엔날레의 일부 기본 법령이 수정된다.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튀르키예관 전경 2015 
이미지 제공: Andre Morin



1974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통째로 칠레에 헌정된다. <칠레를 위한 자유(Libertà al Cile)>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회차는 1973년 집권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의 쿠데타와 독재에 저항한다. 이 배경에는 비엔날레의 회장으로 부임한 사회주의자 카를로 리파 디 메아나(Carlo Ripa di Meana)의 영향이 자리한다. 전시는 그 형식에 있어 전통적인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으로 꾸려지는데 당시 몇몇 작가들은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이 아닌,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엘리트주의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1993년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의 개념예술가 한스 하케(Hans Haacke)는 독일 국가관 바닥을 부순 설치작, <게르마니아(Germania)>를 발표한다. 과거 나치 문화정책을 반영하던 국가관은 일종의 묘지로 변하고, 1934년 촬영된 히틀러 사진을 걸어두며 관람객이 서 있는 바로 그 장소에 히틀러가 다녀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몰입형 설치작이라는 특징을 가지는 이 작업은 더 이상 실체 없이 관람자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매체적 특성과 함께 전직 예술가로 활동했던 한 독재자를 조롱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강조한다.



쉴라 힉스(Sheila Hicks) 
<Escalade Beyond Chromatic Lands>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설치 전경 2017  
이미지 제공: Alison Jacques Gallery, London 
사진: Michael Brzezinski



#논란 #controversy

196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영예의 ‘황금사자상’은 당시 39세였던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당시 미국관에 전시된 그의 작업은 단 한 점뿐이었고 엄밀히 말하자면 그에게는 수상 자격이 없었다. 심사위원단에 대한 불만과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 미국관 커미셔너인 앨런 솔로몬(Alan Solomon)이 그의 작업 몇 점을 미국 영사관에서 미국관으로 급하게 옮기는 등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역대 세계적인 미술 행사에서 미국 작가의 수상은 라우센버그가 처음이었고, 이는 팝아트를 주류 미술계가 인정한다는 단서가 되었다. 그의 수상은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껏 미술계를 선두하던 유럽이 미국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 획기적인 사건이다.

196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수선화 정원(Narcissus Garden)>이 전시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당시 작가는 기모노를 입은 채로 정원에서 행상인처럼 비닐로 만들어진 구체를 개당 2달러에 파는 퍼포먼스를 벌였는데, 이는 작품의 생산과 전시, 유통에 관련한 경제구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작품은 공식적으로 출품된 것이 아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측에서 쿠사마 야요이를 초대한 적도 없었다. 결국 이 퍼포먼스는 관계자에 의해 중단되었지만 <수선화 정원>은 쿠사마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되며 이후 40회 이상 전시된다.



시몬 리(Simone Leigh) <Brick House>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작업 설치 전경 2022  
이미지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사진: Roberto Marossi



1980년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과 보니토 올리바는 아르세날레(Arsenale)에 아페르토(Aperto) 섹션을 설치하는데, 이는 국가관에 속하지 않는 35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아페르토 섹션에 출품된 작업 중 상당 작업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예로 제프 쿤스(Jeff Koons)의 <Made in Heaven>은 그 선정성으로 많은 관람객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널리 알려져 있듯 이 작품은 쿤스와 그의 전 부인 치치올리나(Cicciolina)의 성관계 장면을 표현하는 시리즈 작업 중 하나이다.

더하여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 AIDS와 HIV 관련 활동을 전개한 그랜 퓨리(Gran Fury)는 이 전시에서 <Sexism Rears Its Unprotected Head>를 발표했는데 이는 교황 바오로 2세의 사진을 포함하는 작품으로, 성, 피임에 대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정책을 비난하는 작품이었다. 작업을 구성하는 여러 포스터 중 하나는 발기된 성기를 포함하고 있었기에 신성모독 논란이 일어났다. 많은 종교인들이 작품과 그 메시지에 대한 커다란 분노를 표현하며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조반니 카란덴테(Giovanni Carandente)는 이 작품의 전시를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그랜 퓨리는 에이즈와 관련된 선언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한다.


#다양성 #diversity

올해 ‘황금사자상’은 마타아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에게 돌아갔고, 전시 주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are Everywhere)’다. 뿐만 아니라 본전시 참여작가 중 3분의 1은 남미 출신이다. 탈중심주의, 다양성과 반 헤게모니 등 진보적 가치를 중심에 두는 현대미술이 그렇듯, ‘베니스 비엔날레’ 또한 줄곧 이러한 행보를 보였을 것 같지만 다양성과 소수자성에 관련된 움직임은 비교적 최근부터 이루어졌다.

역대 행사 중 가장 호평을 받은 회차 중 하나인 제56회는 나이지리아 출신 기획자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첫 아프리카 출신 예술감독으로 세계화와 탈식민주의를 연구했다.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라는 주제의 전시에는 이에 걸맞게 그레나다, 모리셔스, 몽골, 모잠비크, 세이셸이 처음으로 참가하고, 황금사자상은 아르메니아 공화국이 수상하며 소수민족을 조명하는 효과를 낳았다. 사실 2015년은 오스만투르크가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살해한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100주기였다. 아르메니아 국가관 역시 <Armenity>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었지만 이는 단순한 추모 그 이상이었다. 16명의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 작가가 참가한 전시에서 가장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가는 사르키스(Sarkis)인데, 그가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국가관의 대표작가로 동시 선발된 것이다. 두 국가 간의 충돌이 우려되는 민감한 상황이었지만, 작품은 새로운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여 심사단과 예술감독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한편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은 아서 자파(Arthur Jafa)로, 출품작 <화이트앨범(The White Album)>에서 인종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백인성(Whiteness)’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사회구조적 문제와 아름다움, 삶과 죽음을 모두 다루는 작품은 저화질 영상 속 대중문화적인 요소와 함께 현대 미국의 초상을 이루며,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모순과 합리화, 자가당착으로 이루어진 영상은 백인들이 보았을 때 자칫 분노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작가는 ‘백인성’을 마냥 납작하게만 다루지는 않았다.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전경 1993 
이미지 제공: Andre Morin
이미지 제공: 작가,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 Hans Haacke/VG Bild-Kunst 사진: Roman Mensing


2017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첫 여성 예술감독이 등장한다. 마리아 데 코랄(Maria de Corral)과 로사 마르티네스(Rosa Martinez) 공동감독은 비엔날레 참여작가 중 여성 비율을 5%에서 30%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놀랍게도 창립 100여 년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에는 총 58개국 작가 213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188명, 90%가 여성작가로 꾸려지는 파격적인 수치를 기록한다. 해당 회차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시몬 리(Simone Leigh)와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는 각각 <브릭 하우스(Brick House)>와 <그녀 방식으로 느끼기(Feeling Her Way)>를 통해 흑인 여성의 존재와 주체성을 다루고 소수자를 돌아보게 한다. 이들은 비엔날레 개최 이래 최초의 흑인 여성 수상자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고, 평생공로상 역시 카타리나 프리치(Katharina Fritsch)와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에게 돌아갔다.

역사와 정치의 교차로에서 매회 새로운 이슈와 논쟁거리를 촉발하는 장(場)인 ‘베니스 비엔날레’. 그 시작은 왕실 행사라는 가장 보수적인 이벤트였지만 후에 벌어지는 정치적 격변과 이데올로기의 흥망성쇠, 여러 차례의 전쟁과 셀 수 없는 갈등을 겪으며 이제는 예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동시대를 조망한다. 당시에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사건들이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듯, ‘베니스 비엔날레’는 다가올 변화를 예고하는 무대이다. 행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드라마와 불꽃 튀는 논란, 때로는 침묵까지 각 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9월에 열린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이 승리를 거두며 파시스트당의 후계 정당이 여당이자 최대 정당이 되었다.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를 필두로 강경한 반 이민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총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올해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이민자와 망명자, 난민 예술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PA



<Human Mask> 2014 
Film, colour, sound 19min



Special Feature No.4
베니스에서 만나는 또 다른 전시
● 김미혜 수석기자


1. <Pierre Huyghe_Liminal>
3.17-11.24  
Pinault Collection - Punta della Dogana

지금, 베니스에서 비엔날레 외에 반드시 봐야 할 전시를 꼽으라면 단연 푼타 델라 도가나의 피에르 위그전이라 답하겠다. 매일 오픈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이 이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위그의 주요 신작과 피노 컬렉션 소장품으로 구성된 <Liminal>은 전시장 전체를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어 인간을 찬탈하고 압도하는 인공지능의 잠재력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한편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성을 고찰하고 이를 사변적인 허구로 구상해 온 작가의 오랜 연구를 확장한다.



<Camata> 2024 Robotics driven
 by machine learning,
 self-directed film, edited in real time by 
Artificial Intelligence, sound, sensors 



위그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과 비인간 피조물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해 종국에 혼성화되어 계층적 구분이나 주체성 없이 공존하고 교잡하게 되는 조건을 실시간으로 탐구한다. 시공간을 부유하는 요소들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순환 혹은 발현되는데, 신작 <Idiom>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간도 기계도 아닌, 이 인간-기계 하이브리드는 황금빛 마스크를 쓴 채 전시장 한켠에 자리한다.



<Idiom> 2024 Real time voice gener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golden LED screen masks



부동의 자세로, 마치 조각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나 이들은 곳곳을 배회하며 마스크의 센서를 통해 공간과 관람객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인공지능에게 전달돼 미지의 언어로 변환·축적된다. 위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알 수 없는 언어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인간이 그것을 해석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둠 속 초현실의 공간에서, 우리는 세상의 방정식에서 제외된 인간 존재의 현현을 그저 되새길 뿐이다. 한편 이 전시는 2025년 2월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 pinaultcollection.com/palazzograssi/en/pierre-huyghe-liminal



<작품> 1968 캔버스에 유채 
136×136cm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2. <유영국_무한 세계로의 여정>
4.20-11.24  
Fondazione Querini Stampalia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이자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해외 첫 개인전.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와 카를로 스칼파(Carlo Scarpa)가 리모델링한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회화 29점, 석판화 11점, 주요 아카이브 자료 등을 망라해 그의 삶과 예술을 압축적이고 응집력 있게 소개한다.

가장 먼저 전시의 도입부 역할을 하는 지상층은 기하학적인 구조물에 석판화를 배치해 마치 섬처럼 구현했고, 아카이브와 다큐멘터리 영상, 7점의 회화 작업을 설치한 1층 라이브러리는 20세기 혼란스러운 한국의 시대상황에도 지속됐던 작가의 예술 여정을 보다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게 한다.



<양> 1966 캔버스에 유채 
129×80.5cm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앞선 공간들과 달리 화이트 큐브 형태의 정돈된 3층 전시공간에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자 정수라 할 수 있는 1960년대와 1970년대 회화 작품들이 자리한다. 또한 그는 전통적인 한국 미학에 구성주의나 색채추상 등 서구 현대미술의 흐름을 접목했고,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현대작가 초대전, 신상회 등의 단체를 이끌며 한국의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추상화는 말이 없어 좋아한다”는 스스로의 말처럼, 유영국은 말 대신 미묘하고 풍부한 감정의 변주를 선사하며 우아한 순수 추상으로의 무한한 여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 querinistampalia.org/en/exhibitions-events/a-journey-to-the-infinite-yoo-youngkuk



장 콕토(Jean Cocteau), New York, USA. 1949
© Philippe Halsman / Magnum Photos



3. <Jean Cocteau_The Juggler’s Revenge>  
4.13-9.16
Peggy Guggenheim Collection

프랑스 예술계 거장 장 콕토의 회고전. 스스로를 시인이라 칭했지만 그는 예술과 음악, 여행 등을 주제로 글을 쓰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비평가였고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시각예술가이기도 했으며, 그래픽 예술가, 벽화가, 패션-보석 직물 디자이너 그리고 영화 제작자이기도 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타원형 안에 종려나무 잎이 새겨진 칸 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의 로고 역시 그가 디자인한 것이다.

이처럼 ‘만능 예술가’였던 콕토의 회화, 그래픽, 보석, 태피스트리, 역사 기록, 책, 잡지, 사진, 다큐멘터리 등 150여 점을 페기 구겐하임이 망라해 소개한다. 필립 할스먼(Philippe Halsman)이 1949년 찍은 초상화이자 이번 전시 메인 이미지로도 사용, 저글링하듯 여러 개의 손이 그려진 콕토의 모습은 이러한 면모를 잘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The Great God Pan (Did I Love a Dream?)
 (Le Grand dieu Pan (Aimai-je un rêve?))> 
1958 Pastel, ink, and gouache on wove paper 149.8×91cm
 © Adagp/Comité Cocteau, Paris, by SIAE 2024
 Collection Nouveau Musée National de Monaco



한편 콕토와 페기의 인연도 흥미롭다. 40대에 본격적으로 미술 사업을 시작한 페기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으로부터 현대미술의 초현실주의, 모더니즘 미술의 형태를 배웠고 1938년 영국 런던에 구겐하임 준느(Guggenheim Jeune)를 오픈한다. 그리고 이때 개관전으로 선보인 것이 바로 장 콕토의 개인전이었다. 전시는 크게 성공했고 페기는 이후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둘의 관계성은 물론 다방면으로 폭넓은 주제를 다뤘던 콕토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인다. “나는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이라고 말했듯, 신화를 차용한 콕토의 작업에는 여러 단서들이 코드처럼 숨겨져 있다. 숨바꼭질을 하듯 그 실마리를 찾아볼 것.  

· guggenheim-venice.it/en/whats-on/exhibitions/jean-cocteau-the-jugglers-revenge



Installation view of <Monte di Pietà> 
A project by Christoph Büchel Fondazione Prada, Venice 
Courtesy Fondazione Prada Photo: Marco Cappelletti



4. <Christoph Büchel_Monte di Pietà>  
4.20-11.24  
Fondazione Prada

스위스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크리스토프 뷔헬. 지난 2019년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던 그는 <바르카 노스트라>라는 작품을 내보여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탈리아어로 ‘우리의 배’를 뜻하는 이 작업은 2015년 5월, 1,000여 명의 난민을 태운 배가 침몰해 오직 28명이 생존한 비극적 사건에 기인한다. 뷔헬은 바다 밑에서 인양한 그 배를 아르세날레 부두에 정박시켰다.

이민을 둘러싼 집단적 정치 싸움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설명이 더해졌으나, 미디어에서 본 것과 달리 실물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들은 아픔이 담긴 잔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인 처사라는 비난을 가했다.



Installation view of <Monte di Pietà>
 A project by Christoph Büchel Fondazione Prada, Venice 
Courtesy Fondazione Prada Photo: Marco Cappelletti



그리고 5년이 지난 2024년, 뷔헬이 다시 베니스에 돌아왔다. 이번엔 프라다 파운데이션과 함께다. 전시명 ‘몬테 디 피에타’는 정부나 개인으로부터 돈을 기탁 받아 빈자들에게 5% 내외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 형식의 대부 기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1462년 페루자에 처음 등장한 뒤 전역으로 확산됐다.

중세 기독교 사회에선 이자를 죄악시하던 교회가 1500년대부터 이를 구체화하고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아이러니함에 주목하며 뷔헬은 인간 사회의 근원이자 정치적, 문화적 권력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부채의 개념과 현대 사회와의 역학 관계를 탐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설치된 <다이아몬드 메이커>는 어린 시절 작업부터 미완의 것까지 작품 전체를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로 변형시켜 부의 본질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과정을 시사한다.  

· fondazioneprada.org/project/monte-di-pieta/?lang=en



<이배_달집 태우기> 전시 전경 2024
이미지 제공: 작가, 조현화랑
사진: Alessandra Chemollo



5. <이배_달집 태우기>  
4.20-11.24  
Wilmotte Foundation

자연과 분리된 정체성과 모호한 복잡성에 시달리는 오늘날, 작가 이배가 민속 의례와 전통을 기념하고 자연의 호흡을 되짚는다. <달집 태우기>는 정월대보름 밤하늘 아래 송액영복과 풍년을 빌던 풍습을 현대미술과 연결한 전시로, 사람의 문화와 자연의 화합, 거함과 비움의 순환, 자연의 호흡과 리듬 등 풍부한 서술을 바탕으로 만물의 조화를 다룬다.

대형 평면작 <불로부터>가 입구에서 눈길을 사로잡고, 바닥과 벽면에 굽이치는 설치작 <붓질> 3점은 환원의 희망과 여백을 상징한다. 이어 공간 안쪽 짐바브웨의 검은 화강암을 깎아 세운 높이 4.6m에 달하는 <먹>이 명상과 성찰, 비움과 채움의 공간으로 자리하는 한편, 베니스 운하로 이어지는 야외 뜰에 설치된 임시 구조물 <달>이 관람객을 배웅하며 안녕을 기원한다.  

· johyungallery.com/ko/exhibitions/158/overview



<오작교> 1965 캔버스에 유채 146×114cm 
이미지 제공: 갤러리현대 © 이성자 기념사업회



6. <이성자_지구 저편으로>  
4.20-11.24  
ArteNova

1세대 여성 추상화가 이성자의 개인전. 60년 화업 전반에 걸쳐 동양의 철학적 세계관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뿌리로 삼았던 그는 1951년 프랑스로 이주, 그곳에서 익힌 서양화 형식에 고유의 정신을 녹여내며 동서양의 예술적, 문화적 배경을 혼합한 추상화를 탐구했다.

이번 전시는 이성자가 작고한 2009년 이후 한국과 제2의 고향 프랑스가 아닌 해외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으로, 1959년도 초기부터 2008년도 후기까지 대표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탄생 100주년이 지난 지금, 70년 전부터 동서양을 초월해 구축한 독창적인 회화 언어와 당대 시대성을 담은 작업을 통해 이성자의 밀도 있는 화업 연대기를 감상하며 관람객은 형식적인 실험을 끊임없이 지속했던 작가의 예술성과 미적 여정을 고스란히 살필 수 있다. 회화라는 매체가 표현과 공유의 서사에서 어떤 역할을 차지하는지 확인할 기회다.  

· galleryhyundai.com/story/view/20000000359



<Pasolini assassine - Si je reviens. Roma>
 2015  Courtesy Galerie Lelong
 © Ernest Pignon-Ernest-Adagp, Paris 2024



7. <Ernest Pignon-Ernest_Je Est Un Autre>  
4.20-11.24
Espace Louis Vuitton Venezia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어떤 모습일까. 프랑스 작가 에르네스트 피뇽-에르네스트가 에스파스 루이 비통 베네치아에서 ‘이방인’을 주제로 한 전시 <또 다른 나>를 개최한다. 이방인은 그가 활동을 시작한 1960년대 이래 줄곧 작품에 내재돼 있던 요소다.

오늘날 ‘거리 예술’이라고 통용되는 형식이 등장하기 수십 년 전인 1960년대부터 작가는 이미 남다른 개방성에 기반해 기술적 숙련과 존재론적 확신, ‘세상에 시적으로 거주’하는 능력을 결합한 모험적인 행보를 개척하며 현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엄선된 장소에서 실물 크기의 이미지를 제작하고, 이미지와 장소의 전략적 조합을 통해 살아있는 인간의 존재를 유의미한 방식으로 일상 환경에 투사하는 그의 작품은 장소의 역사적, 신화적, 정치적 울림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 eu.louisvuitton.com/eng-e1/point-of-sale/italy/espace-louis-vuitton-venezia



<Among the Multitude XIII> (detail)
 2021-2022 Courtesy the artist
 and Marian Goodman Gallery  
© Julie Mehretu Photo: Tom Powel
 Imaging Private Collection



8. <Julie Mehretu_Ensemble>  
3.17-2025.1.6  
Pinault Collection - Palazzo Grassi

줄리 머레투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근작을 포함해 25년 동안 제작한 회화와 판화 50여 점을 모아 선뵌다. 팔라초 그라시 2개 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나이리 바그라미안(Nairy Baghramian), 후마 바바(Huma Bhabha) 등 머레투의 절친한 예술가 동료 7명이 함께 참여해 ‘앙상블’을 이룬다.

머레투는 대형 캔버스나 벽화에 잉크나 연필, 아크릴 물감을 겹치고 지우는 반복하는 방식을 취한다. 추상에 깊이 뿌리를 둔 그의 작업에는 중첩된 레이어의 층위만큼이나 예술과 지리, 역사, 식민정책, 폭동, 집단이주, 기후변화 등 사회문제에 대한 주관이 다각도로 반영돼 있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머레투의 작업은 물론 형식적인 차이를 넘어 공통의 관심사와 추진력으로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가들의 울림을 느껴보자.  

· pinaultcollection.com/palazzograssi/en/julie-mehretu-ensemble



황란 <호흡파>
2024 실, 천, 비닐, 원형그물 400×550cm



9. <노마딕 파티>  
4.19-11.24  
Spazio Punch

정치, 경제, 재난 등의 이유로 이주와 이동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된 오늘날, 다국적 작가예술공동체 나인드래곤헤즈(Nine Dragon Heads)가 지리적, 문화적, 개념적 경계를 넘어 다국적 작가들과 함께 이주와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이동과 교류, 탈주가 융합된 일상을 탐색한다.

총 16개국, 작가 35명(8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다채로운 매체와 소재를 통해 개성을 살리면서도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융합된 실험적 공간으로 조성한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대구현대미술제’의 주역 김영진을 비롯 실험적 현대 서예가 황석봉, 실과 바늘을 사용해 대형 설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섬유작가 황란, 자신을 두루미로 의인화하는 신진작가 바이나 오 등이 참여해 기성화단이나 제도적 공간과는 차별화된 작업을 선보인다.  

· spaziopunch.com/projects/nomadic-party



<Karl Lagerfeld for Chloé Stern>
Poggibonsi, 1977  
© Helmut Newton Foundation



10. <Helmut Newton_Legacy>  
3.28-11.24  
Le Stanze della Fotografia

패션사진의 거장 헬무트 뉴튼의 전시가 로마, 밀라노를 거쳐 베니스에 당도했다. 뉴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전시는 ‘유산(Legacy)’을 전시명으로 내걸고 250여 점의 사진과 잡지, 아카이브, 영상 등을 종합해 선보인다. 1970년대 프랑스 『보그(Vogue)』에서 일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뉴튼은 이브 생 로랑, 칼 라거펠트 등과 작업하며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갔다.

전통적인 서사적 접근법에서 탈피해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그의 작업은 고급스러운 우아함과 미묘한 유혹을 자아낸다는 평을 받는다. 전시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 중 한 명인 뉴튼의 족적을 좇으며, 오늘날 시각예술에까지 미치는 그의 영향력을 확인한다.  

· lestanzedellafotografia.it/en/exhibitions/ongoing/helmut-newton-legacy-2024-venice



<박소빈_용에 들어가다>
전시 전경 2024 Spazio SV



11. <박소빈_용에 들어가다>  
4.16-11.24  
Spazio SV

‘용과 여인’, ‘부석사 설화’ 등을 작업 모티브로 연필 드로잉을 통해 독창적 화폭을 구현해 온 작가 박소빈이 베니스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이탈리아와 수교 140주년을 맞아 ‘용에 들어가다’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는 1층은 연필박스를 포함한 소품을 배치했고, 2층은 10m 규모의 <새로운 신화 창조>와 6m 규모의 <용의 부활-무등의 신화>, 4m 규모의 <부석사설화-선묘여인> 등의 대작으로 꾸렸다.

중국 북경과 미국 뉴욕, 유럽 및 서울과 광주 등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박소빈은 이번 전시에 대해 “베니스 전시에서 제 작품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 국내외를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제 작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spaziosv.com/enterthedragon



백남준 <고인돌> 설치 전경



12. <광주비엔날레 30주년 특별전: 마당, 우리가 되는 곳> 
4.18-11.24  
Il Giardino Bianco Art Space

동시대 예술현장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를 조망하고 민주, 인권, 공동체 정신의 열린 담론을 제안하는 창설 30주년 기념 특별전. 아카이브 자료와 소장품,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품들의 공명을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마당’으로서의 광주비엔날레 의미를 되새긴다.

첫 번째 섹션은 14번의 전시 ‘마당’에 대한 소개와 그간 참여했던 기획자와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비엔날레’ 연대기를 한눈에 조망한다. 두 번째 섹션은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를 비롯 세 명의 한국 여성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끝으로 아카이브 섹션에선 ‘광주비엔날레’의 행보를 담은 소장 자료를 통해 역사적 실물 자료와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 artspacevenice.it



<Le Gant d’amour 
(After de Chirico and Jean Genet)> 
(detail) 2010



13. <Francesco Vezzoli_Museums of Tears>  
4.17-11.24  
Museo Correr

산마르코 광장 한가운데 위치한 코레르 뮤지엄은 베니스 귀족 코레르가 컬렉션으로부터 시작됐다. 나폴레옹이 베니스를 점령했을 당시 황궁으로 선언하며 실제 사용했던 건물로도 유명하다. 베니스의 유구한 역사적 유물과 미술품이 숨 쉬고 있는 이 곳에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예술가 프란체스코 베졸리가 상륙했다.

베졸리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현대미디어의 문화와 권력에 대한 불안정성, 진실의 근본적인 모호성, 인간 페르소나에 대한 인식을 다뤄왔다. 누구나 알 법한 명작이나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 포스터 혹은 스타들의 사진에 눈물을 덧입힌 자수 작업이 특징인데 이는 서로 다른 미디어를 병합해 과거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예술적인 성찰을 촉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다.  

· correr.visitmuve.it/en/mostre-en/mostre-in-corso-en/exhibition-francesco-vezzoli-musei-delle-lacrime



<Red Man with Moustache> (detail) 1971
 Oil on paper mounted on canvas
186×91.5cm Museo Nacional 
Thyssen-Bornemisza, Madrid © 2024
 The Willem de Kooning Foundation, SIAE



14. <Willem de Kooning e l'Italia>
4.17-9.15  
Gallerie dell'Accademia di Venezia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이자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윌렘 드 쿠닝. 끊임없이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온 그를 수식하는 문장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번 전시는 ‘윌렘 드 쿠닝과 이탈리아’라는 전시명 그대로 이탈리아와 그의 관계성을 다루며 195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의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드 쿠닝은 1959년과 1969년 두 차례 이탈리아에 방문했다. 그리고 이는 그의 작업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첫 방문 당시 그린 <흑백 로마> 드로잉을 포함해 목가적인 풍경화로 가장 잘 알려진 3점 <강으로 가는 문>, <나폴리의 나무>, <보르게세 저택>이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 또한 1970년대 그가 천착한 조각 작업의 전조 역할을 했던 13개의 작은 청동 조각도 공개된다.  

· gallerieaccademia.it/en/willem-de-kooning-e-litalia-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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