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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9, Feb 2024

새 공간에 펼쳐진 얼굴(들)

Zhang Enli. Faces

2024.1.24-2024.3.9 홍콩, 하우저앤워스 홍콩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Hauser & Wirth Hong Kong 제공

Installation View of 'Zhang Enli. Faces' Hauser & Wirth Hong Kong, 24 January - 9 March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JJY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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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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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아이반 워스(Iwan Wirth), 마누엘라 워스(Manuela Wirth) 그리고 어술라 하우저(Ursula Hauser)가 스위스 취리히에 설립한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 글로벌한 시야를 바탕으로 90명 이상의 소속 작가를 둔 하우저앤워스가 기존 상업빌딩 고층에 있던 홍콩 갤러리를 지상 층으로 옮겨 새로운 도약을 모색한다. 홍콩 퀸즈 로드 센트럴에 꾸며진 공간의 첫 전시는 장엔리(Zhang Enli)의 <Faces>.



<A Guest from Afar> 2023 
Oil on canvas 200×400cm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Zhang Enli Photo: JJYPHOTO



전시는 장엔리가 펼치는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과감한 색과 역동적 붓질로 완성된 작품 <A Guest from Afar>(2023), <Melon Farmers>(2023), <Art Museum Director>(2022)는 구체적 제목을 지녔음에도 어떤 이야기와 대상을 물리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그것이 지닌 본질을 드러내는데 보다 초점 맞춘다. 스스로의 기억과 관념 그리고 기억을 투영한 이 미학적 회화들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현실과 상상을 융합한다.

비유적 회화 작품으로 199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장엔리. 그는 지난 2006년 하우저앤워스에 합류한 최초의 아시아 작가이며 중국은 물론 외국에서 획기적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다. 그런 까닭에 장엔리의 신작으로 하우저앤워스 홍콩의 이전 개관전이 구성한 것은, 거의 20년에 걸쳐 작가와 긴밀히 소통하며 다양한 역사를 만들어 온 갤러리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었다. 전시는 무엇보다 아시아 갤러리에 선보이는 장엔리의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희고 높은 하우저앤워스 홍콩은 장엔리의 화려하고 유기적이며 상징적 도상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사실 그의 초기작에는 인물과 사물이 아낌없이 등장했던 터. 1990년대, 작가는 뒤엉켜 싸우거나 사랑을 나누고 물건을 집어 들기도 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포착했었는데, 이를 통해 동시대 삶의 일상적 측면을 자유자재로 재연했다. 그와 더불어 캔버스 안에서, 사물의 형태가 주는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거나 상징적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원근감을 왜곡하기도 했던 장엔리는 2010년대에 들어 그것들을 추상으로 표현하는 것에 꽂혔고 이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이야기를 자아내며 증식시키는 이미지에 매료된 채 자신만의 사고를 감각적으로 그려냄으로써 표현의 방식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Art Museum Director> 2022 
Oil on canvas 250×200cm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Zhang Enli Photo: JJYPHOTO



“사물은 많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으며 많은 이야기를 촉발시킨다(Objects are full of and precipitate many stories)”는 작가는 현대인의 삶과 밀접한 물건들을 주제로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어떤 이에게는 현재의 사고를 다른 이에게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들추게 한 바 있다. 누군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 주변의 사물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그림들이었다. ‘도시 생활의 변화, 개인 생활의 변화, 물질문화의 변화’에 주목했음을 피력하는 그는 스케치, 사진, 추억 등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는 일상 사물의 형태와 표면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채 자신만의 추상적이고 시각적인 언어 또한 개발했다.

그런 그가 지금의 회화를 완성한 것은 2010년대 중반.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된 특성이나 속성을 추출해 파악하는 작품을 완성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가리워진 대상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취를 남기곤 한다. 이는 내가 최근 작업하는 추상 회화의 기원이기도 하다. 나는 벽이나 하늘을 볼 때 흔적이 가득한 모습을 본다. 이 흔적들에 누군가의 이름을 붙이면 눈에 드러나면서도 보이지 않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 된다.” 과묵한 작가는 자신의 창작 활동에 문학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감추지 않는다.

특히 대학 시절인 1985년 처음 접한 셔우드 앤더슨(Sherwood Anderson)의 소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Winesburg, Ohio)』에 크게 매료됐는데 소설에 드러나는 인물 묘사, 세밀한 관찰, 삶의 표면 아래를 보려는 열망이 작가에게 자신의 경험과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장엔리가 ‘보통 사람들’의 운명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의 작품에서 인물의 ‘얼굴’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고, 그들의 얼굴은 작품 제목에 정체성의 흔적과 인생의 이야기를 남기는 상징으로 변했다.



<A Man Reading ‘The Castle’> 2023 
Oil on canvas 200×180cm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Zhang Enli Photo: JJYPHOTO



문학은 변함없이 그의 작업 근간을 이뤄,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A Man Reading “The Castle”>(2023) 역시 집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마지막 소설 『성(城)』을 소재로 완성됐다. 이 책에 담긴 미스터리와 불확실함, 인간에 대한 감정은 장엔리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선사하며 소설을 수없이 다시 읽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설은 아름답고 미스터리한 그림으로 박제된 것이다.

장엔리 신작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작가의 제스처를 담았으며 색감은 화려하되 붓놀림은 느슨하고 보다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최근 자연으로 눈을 돌리며 외부 세계와 도시의 주거지,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을 전개하는 작가는 추상으로도 특정한 장소의 모습과 소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장엔리는 1965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우시공과대학 공예직업기술학원을 졸업했다.



<Sad> 1992 
Oil on canvas 115×89cm 
Courtesy the artist and Long Museum




현재 상하이에 거주하며 작업 중인 그는 지난해 상하이 웨스트번드 롱 뮤지엄을 비롯해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2019), 상하이 K11 예술 재단(2019), 런던 왕립예술대학교(2018) 등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중 2009년 영국 버밍엄 이콘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은 스위스의 쿤스트할레 베른(2009)으로 순회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테이트 모던, 퐁피두 센터, 왕립예술대학교, 상하이 미술관, M+컬렉션, 롱 뮤지엄, 라 메종 LVMH 컬렉션, UBS 아트 컬렉션, 유즈 재단 등에 소장돼있다.

한편 홍콩의 역사적인 아이스 하우스 스트리트, 더델 스트리트 및 퀸즈 로드가 교차하는 곳에 자리 잡은 하우저앤워스 홍콩의 새 지점은 셀도르프 아키텍츠(Selldorf Architects)에 의해 설계됐다. 천장을 높게 올리고 전면을 유리로 만든 갤러리는 자연 빛을 한껏 받아들이며 동시에 공간 내부의 작품을 고스란히 선보인다. 이는 ‘도시의 일부’로서 ‘대중과 무엇을 함께 하고,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갤러리의 성향을 반영한 것. 하우저앤워스는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이는 것 이외에 홍콩의 문화화 예술에 관심 많은 커뮤니티는 물론 넓은 아시아 지역과 그 너머의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가장 적절한 장소를 물색해 이 공간을 선택했다.    



Exterior view of Hauser & Wirth Hong Kong
G/F, 8 Queen’s Road Central Courtesy 
Hauser & Wirth Photo: JJYPHOTO



도로를 지나며 바로 들어서거나 볼 수 있는 지상 층에 갤러리를 마련함으로써 더 많은 관람객이 이곳을 찾아 미술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하려는 하우저앤워스는 넓고 다양한 이들에게 미술을 알리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라 여긴다. 상업적 성과 외에 예술과 작가, 다양한 청중의 대화를 이끄는 포용적인 학습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하우저앤워스는 분명한 핵심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바로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고, 학문적 담론을 풍부하게 만들며,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다양하게 구축하여 미술계에서의 직업 경력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하는 것.

이쯤에서 각 도시에 하우저앤워스가 공간을 선택해 온 맥락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하우저앤워스는 역사적 건물을 복원해 미술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사명감을 지닌다. 1992년 스위스 취리히 도심에 있는 아르데코 양식의 빌라 1층에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모빌과 과슈 작업을 호안 미로(Joan Miró)의 조각 및 회화와 함께 선보이는 것으로 갤러리 역사를 시작한 하우저앤워스. 1996년에는 뢰벤브로이(Löwenbräu) 양조장 건물로 쓰이던 건물을 영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장소로 개축했으며 이후 기존의 건축물을 주변 환경에 어울리도록 세심하게 개발하고 복원해 건축을 매개로 국제 미술과 지역의 문화를 연결하고자 애썼다.



<Melon Farmers> 2023 
Oil on canvas 200×180cm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Zhang Enli Photo: JJYPHOTO



같은 맥락으로 런던의 첫 번째 하우저앤워스는 2003년에는 에드윈 루티언스(Edwin Lutyens)에게 런던 피카딜리 지역에 있던 은행 건물 개축을 맡겨 완성됐으며, 10년 뒤인 2013년에는 뉴욕의 전설적 록시 디스코텍(Roxy discotheque)과 스케이트장을 개조해 하우저앤워스 뉴욕의 두 번째 갤러리로 바꿨다. 또 2016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시내 밀 제분소로 쓰였던 10만 제곱피트(약 2,800평) 규모의 글로브 밀즈(Globe Mills) 단지 재개발을 이끎으로서 하우저앤워스 로스앤젤레스는 로스앤젤레스 보수위원회로부터 도시의 고유성을 지키고 역사적 장소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체어스 어워드(Chair’s Award)’를 수상했다.

최근에는 서머셋의 시골 지역의 낙후된 건물로 이뤄진 더슬레이드(Durslade) 농가를 개축하여 세계적 수준의 아트센터인 하우저앤워스 서머셋으로 재탄생시켰다. 2020년 봄, 하우저앤워스는 뉴욕 웨스트 첼시 예술지구에 자리한 524 웨스트 22번가에 최초의 갤러리 전용 공간을 열었다. 2021년 7월에는 스페인 메노르카의 이슬라 델 레이(Isla del Rey)에 아트센터를 열었다. 하우저앤워스는 섬에 있던 역사적 건물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발레아레스 제도 정부가 이끄는 사회적 책임 이니셔티브 최고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역사적 공간, 한때 비옥했지만 쓰임을 다한 장소에 주력해 온 하우저앤워스가 교통과 무역을 상징하는 홍콩 상업지구의 한가운데 말끔한 갤러리를 차린 것에 대해 혹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해 갤러리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우리는 각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숙고한다. 그리고 홍콩에서는 가장 홍콩스러운 선택을 한 것이다.” 2021년, 기존 공간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플래그십 갤러리를 열기 위해 메이페어 지역의 사우스 오들리가 19번지에 자리한 토마스 구드(Thomas Goode) 빌딩을 인수한 하우저앤워스 런던이나, 파리 샹젤리제와 인접한 센강 우측의 갤러리 개관 계획처럼 하우저앤워스는 자신이 지향하는 “Parts of a City”로서 경계와 제한 없이 변모하고 있다.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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