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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9, Feb 2024

펜타닐 해독 자판기 옆 루벨뮤지엄

U.S.A.
Singular Views: 25 Artists

2023.11.2-10 워싱턴 D.C., 루벨뮤지엄

● 이한빛 콘텐츠 큐레이터 ● 이미지 Rubell Museum 제공

Installation view of 'Singular Views: 25 Artists' 2022; Tesfaye Urgessa 'Let Go Of Your Claim on Me' Courtesy Rubell Museum Photo: Chi 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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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 콘텐츠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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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는 100년, 짧다고 해도 50년을 자랑하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격전지, 워싱턴 D.C.에 오픈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신생’ 미술관이 있다. 미국 남부 마이애미 기반의 컬렉터인 루벨가(家)의 미술관이다. 허쉬혼미술관(Hirshhorn Museum), 국립아시아미술관(National Museum Asian Art), 국립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국립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등 스미스소니언 재단(Smithsonian Institution) 산하 기관을 비롯 워싱턴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이 위치한 내셔널 몰에서 불과 1마일(1.6km)가량 떨어진 D.C. 남서부지역, 오래된 학교 건물이 리모델링을 거쳐 루벨뮤지엄(Rubell Museum)으로 2022년 재탄생했다.



Installation view of <Singular Views: 25 Artists>
 2022; Alexandre Diop 
<L’Histoire du Monde - Le Temps et L’Espace 
(The History of the World - Time and Space)>
 Courtesy Rubell Museum Photo: Chi Lam



루벨 패밀리는 누구?

루벨 컬렉션은 돈 루벨(Don Rubell)과 메라 루벨(Mera Rubell) 부부가 1965년 시작했다. 의과대 학생과 교사였지만 미술 작품은 좋아하던 젊은 부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다. 첫 컬렉션은 작가 스튜디오에 방문해 할부로 구매했을 정도다. 아들인 제임스 루벨도 13세가 된 1982년부터 컬렉팅에 참여했다. 컬렉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기점은 1989년, 돈 루벨의 형이 남긴 유산으로 플로리다의 호텔업에 투자하면서부터다.

루벨 패밀리가 최근까지 사들인 작품은 약 7,400여 점, 작가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하며 작품을 사들였다는 일화처럼, 루벨은 전통적인 패트론(patron)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미 시장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작품을 사들이기보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작가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을 선호하는 셈이다.



Patricia Ayres <1-7-1-20-8-9-21-19> 
2022 United States Military Elastic, Elastic, Paint, Ink, 
Dye, Anointing Oil, Iodine, Gunk, Metal Hardware, 
Wood, Padding 259×106.7×91.4cm
Courtesy Rubell Museum



차고 넘치는 컬렉터들 사이에서 ‘루벨’이라는 이름이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기획전 <30명의 미국인들(30 Americans)>의 역할이 컸다. 2008년 12월 마이애미 루벨 패밀리 컬렉션이 처음 선보인 이 전시는 루벨 컬렉션이 소장한 흑인작가 31명의 작업으로 미국 사회를 읽어낸다. 참여작가들은 ‘흑인’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다. 남성, 여성, 퀴어, 부자, 노동자 등 다양한 정체성 바탕으로 자신들이 겪은 미국 사회의 인종적, 정치적, 역사적 층위를 조각, 회화, 영상, 설치로 풀어낸다.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2013년이고, 미술시장에서 흑인 작가들의 작업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2018년 이후임을 떠올려보면 루벨은 진정 ‘시대를 앞서가는 안목’의 소유자다.

참여 작가 목록을 보면 더 감탄이 나온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를 비롯 라시드 존슨(Rashid Johnson), 카라 워커(Kara Walker), 로버트 콜스콧(Robert Colescott), 캐리 매 윔스(Carrie Mae Weems), 심지어 (당시엔 신진작가였을) 케리 제임스 마샬(Kerry James Marshall),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까지 포함됐다. 전시는 이후 미국 전역 28개 미술관에서 선보였다.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코코란 갤러리(Corcoran Gallery of Art), 필라델피아의 반스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 디트로이트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Detroit Institute of Arts) 등 대형미술관들이 전시 유치에 앞장섰다.


미술시장을 요동치게 만들다

<30명의 미국인들>전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관람객 반응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술사학자인 그웬돌린 두브아 쇼(Gwendolyn DuBois Shaw)는 반스 파운데이션에서 열린 전시를 기념한 에세이에서 루벨의 영향력을 시장과 학계로 나누어 분석한다. 전시 이후 흑인작가 작업을 미술관이 본격적으로 컬렉션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작품가도 상승세를 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스키아의 경우, 전시 전인 2007년 1,460만 달러(한화 약 195억 8,298만 원)를 기록했던 1982년 작 <무제(Untitled)>가 10년이 지난 2017년 1억 1,050만 달러(한화 약 1,482억 1,365만 원)에 거래됐다.

2018년 3월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2007년 작 <헬터 스켈터 I(Helter Skelter I)>은 필립스(Phillips) 옥션에서 1,200만 달러(한화 약 160억 9,560만 원)를 기록하며 당시 생존 흑인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작품을 구매한 곳은 미국 LA의 브로드 뮤지엄(The Broad)이었다.) 이 기록은 같은 해 5월에 깨지고 만다. 마샬의 1997년작 <지나간 시간들(Past Times)>이 2,110만 달러(한화 약 281억 6,730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2차 시장에서 각광은 새로운 컬렉터 층을 만들었다. R&B 가수인 알리샤 키스(Alicia Keys)와 그의 남편인 프로듀서 스위즈 비츠(Swizz Beatz)는 와일리, 니나 샤넬 애브니(Nina Chanel Abney), 미칼렌 토마스(Mickalene Thomas) 등 <30명의 미국인들>전에 참여한 작가 작품을 컬렉션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흑인 가수나 연예인들이 현대미술작가와 함께하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Allison Zuckerman <Leda and the Swans> 
2016-2017 Acrylic and inkjet on aluminum 
and polyethylene 180×104×22.8cm 
Courtesy Rubell Museum



조용한 트렌드세터

루벨 컬렉션이 만들어진 과정을 더듬다 보면 ‘컬렉터의 정석’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싹이 보이는)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 작가가 성장해 작품의 가치가 올라가며 컬렉션 전체가 같이 성장하는 방식이다. 마크 포터(Marc Porter) 크리스티(Christie’s) 아메리카 회장은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 루벨 부부에 대해 “예술가의 명성이 쌓인 지 15년 후에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신진작가일 때 작품을 사들인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마이크 켈리(Mike Kelley), 폴 매카시(Paul McCarthy), 신디 셔먼(Cindy Sherman), 엘리자베스 페이튼(Elizabeth Peyton)의 커리어에도 루벨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루벨 재단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2011년부터는 레지던시도 운영하고 있다. 첫해 선정된 작가는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였다. 이렇다 보니 루벨의 눈을 사로잡은 작가가 누구인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지금 워싱턴 D.C. 루벨뮤지엄에서는 가장 최근의 컬렉션, 그것도 젊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Otis Kwame Kye Quaicoe <David Theodore>
 2021 Oil on canvas 365.8×274.3cm
 Courtesy Rubell Museum



학교에서 하는 전시, 예술가가 선생님이라면

25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워싱턴 D.C.의 전시는 ‘특별한 견해(Singular Views)’라는 주제로 묶인다.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 행크 윌리스 토마스(Hank Willis Thomas) 등 동시대 작가의 개인전으로 구성되며, 출품작 120점 모두 루벨 소장품이다. 교실, 사무실, 강당, 로비를 갤러리로 개조한 미술관은 교사이자 스토리텔러로 작가를 상정한다. 메라 루벨은 전시 소개 글에서 “우리의 목표는 오늘날 가장 시급한 아이디어와 이슈를 다루는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워싱턴 D.C.에서 접하지 못했던 작가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John Waters <Shoulda!> 2014
 C-print, ed. 1/5 10 1/2×60 1/2in
Courtesy Rubell Museum




때문에 워싱턴과 메릴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작가 패브루어리 제임스(February James), 무르조니 메리웨더(Murjoni Merriweather), 존 워터스(John Waters) 등의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작가들은 ‘세계 정치 중심지’ 워싱턴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목적 지향적이나 모호한 성격을 인물화로 그려내며 지역성을 강조하기도 하고(페브루어리 제임스), 소셜미디어와 한 몸이 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실제 사람 사이즈와 비슷한 마네킹 조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카이사 폰 제이펠(Cajsa von Zeipel)).

지하층과 지상 2층까지 3개 층을 가득 채운 전시엔 극도의 번아웃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클레이톤 쉬프(Clayton Schiff)), 백남준·댄 플래빈(Dan Flavin) 같은 앞선 세대 대가들의 차용(매튜 데이 잭슨(Matthew Day Jackson)), 소수인종인 흑인으로 이민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담담한 고백(테스파예 우르게사(Tesfaye Urgessa))이 이어진다. 작가들 목소리 하나하나가 교실에서, 복도에서 울려 퍼진다. 흥미로운 건 작품의 제목과 연도 등 간단한 설명이 적힌 텍스트에 구매연도도 병기됐다는 점이다. 무엇을 하든 최전선선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전시는 올해 10월까지 이어진다.PA



Raymond Pettibon <No Title (Man is free)>
 1999 Pen and ink on paper 56.5×27.9cm
Courtesy Rubell Museum




글쓴이 이한빛은 『헤럴드경제』 신문에서 시각예술 분야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수 천 건에 달하는 기사를 썼지만, 엄연히 미술계 머글(비전공자)이다. 일반인의 눈으로 미술계 소식을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학부에선 언론정보학을 전공했으며 뒤늦게 MBA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감정평가사협회(Appraisers Association of America, AAA)의 미술품시가감정과정을 수료했고 AAA의 준회원 후보다. 시장을 맹신해서도 안 되지만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시장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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