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8, May 2017
근대로의 리와인드
Rewind to Modern
빼앗긴 들에 봄은 올 것인가를 고뇌하던 한국, 아니 조선은 끝내 해빙의 계절을 맞이했다. 어쩔 수 없이 식민지배와 맞물려 있는 근대 시기는 ‘근대화=서구화’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거리를 누비며 낯선 삶의 양식을 퍼트리던 신세계에서 ‘신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계 역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엄밀한 의미의 근대는 없다는 주장부터 ‘근대’라는 시기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봐야할지를 가르자는 목소리는 많다. 전통회화의 맥을 이어받은 작품과 서양 미술의 영향을 받아 한국적으로 재탄생시킨 분파를 양축으로 삼고, 19세기와 20세기를 잇는 터널을 건넜던 이들을 다시 떠올리는 5월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정리되지 않은 과거는 미심쩍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에드워드 카(E.H.Carr)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역사적 공과는 보는 시각,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를 디디고 재점검하는 한국 근대미술부터 ‘거장’의 왕관을 쓰지 못하고 쉽게 잊혀버린 이름, 근대미술의 흔적과 마주치게 되는 공간까지, 지난 줄 알았으나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시절의 조각을 여러 각도에서 맞춰보자. 이제 낡은 필름을 조심스레 과거로 돌려볼 시간이다.
● 기획·진행 이가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사진 ⓒ 김용관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