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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2, Jul 2023

또 다른 얼굴들: 한국과 아세안의 가면

2023.4.26 - 2023.7.23 아세안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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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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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페소아: 갈망과 꿈 그리고 환상


포르투갈의 시인이자 작가, 문학평론가, 번역가, 철학가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는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문학적 업적뿐 아니라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벗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본명 외에 알베르투 카에이루(Alberto Caeiro), 리카르두 레이스(Ricardo Reis), 알바루 드 캄푸스(Álvaro de Campos) 등 집계된 이름만 120개에 이르는 이명(異名)을 사용해 다작을 남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포르투갈어 페소아(pessoa)가 일반명사로 ‘사람’을 뜻하며, 영어의 ‘person’이나 프랑스어의 ‘personne’와 같이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서 기원했다는 점이다. 즉, 페소아는 이름 그 자체에 수많은 자아를 감추고 있는 동시에 스스로 사람이자 가면으로 인식했던 그의 의식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페소아가 그토록 많은 이명을 만들고 삶 전체를 분화시킨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크게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진실, 바로 단 한 순간도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작용했을 것이다.1) 예술이 저마다의 갈망과 꿈, 환상이 혼란스레 엉킨 자아를 발견하고 그 사슬을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페소아는 그것을 나와 가장 멀어지는 형태, 즉 나를 두고 타자가 됨으로써 다른 페소아(이명)를 소환하는 ‘타자되기’를 통해 이루고자 했다.



전시 전경



아세안문화원과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공동주최한 협력 전시 <또 다른 얼굴들: 한국과 아세안의 가면>은 수많은 페소아를 불러 모은다. 아주 먼 옛날 수렵과 채집 시대, 사냥이나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적 목적으로 동물을 모방했던 것에서부터 과장된 표정이나 분장으로 사회적 불의와 부패를 폭로·풍자하며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우리의 탈춤이나 베트남의 뚜엉(핫보이)에 쓰인 것들까지 아세안 10개국의 가면이 전시장에 놓여 있다.

1부 ‘가면의 유래’에서는 재앙과 질병을 퇴치하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한 주술적 목적의 가면과 놀이와 오락적 욕구에서 비롯된 공연용 가면을, 2부 ‘신화적 재현’에서는 고대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 설화를 극화한 아세안의 가면극과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태국의 ‘콘’, 같은 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긴급보호목록에 등재된 캄보디아의 ‘르콘콜’과 같은 가면극을 소개하고, 3부 ‘대안의 현실’에서는 권선징악과 같은 도덕적 메시지가 담긴 전통 가극으로 가면에 버금가는 독특한 분장술을 활용한 베트남의 뚜엉(핫보이)을, 4부 ‘개성의 표현’에서는 필리핀 시민들이 참여하는 지역 축제에 활용된 것들과 가면의 현대적 의미를 고찰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끝으로 특별 섹션에는 지난 2022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한국 탈춤이 등재된 것을 기념해 실제 등재 심사 기간 중 전시됐던 가면 13종도 함께 배치돼 있다.

전시장의 가면은 저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 고찰의 산물이자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의 산물로 자리한다. 각기 다른 가면을 마주하며 나 자신을 자각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지, 또 나의 이명은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 안에 내재한 갈망과 꿈, 환상을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와 가장 멀어지는 한편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페소아는 이야기했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까지, 가짜로라도 스핑크스가 되어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사실 가짜 스핑크스에 불과하며 우리가 정말로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삶에 동의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과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2)  

[각주]
1) 김호영, 「타부키와 페소아 문학에서의 환상, 꿈, 복수성 연구」, 서울 대학교인문학연구원, 2015
2) Fernando Pessoa, Livro do Desassossego: 오진영 옮김, 『불안의 책』, 문학동네, 2015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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