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40, May 2018
강요배
Kang Yobae
코끼리를 끌어내고 새긴다
코끼리를 본 적 없는 이에게 코끼리를 설명하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코가 2m는 되고, 귀가 장정의 등짝보다 크고, 다리는 늙은 가로수 둥치 같다고 했을까? 지금처럼 사진으로 코끼리를 볼 수 없던 시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괴생물체를 그림으로 설명해야 했던 데서 한자어 ‘코끼리 상(象)’의 어원을 찾는다. ‘상’이란 글자는 형상, 인상, 추상, 표상, 대상, 상징 등 다양한 단어들과 결합해 변주되며 코끼리 외의 상들을 표현해 왔다. 인상은 상을 각인하는 일, 추상은 상을 끌어내는 일, 심상은 상을 마음에 새기는 일이다. 강요배식 미술사전에 따르면 그렇다. “어?”하고 인상을 받아, “아하!”하고 깨달은 상을, “이야~!”라는 감탄이 나올 때까지 끌어당긴다. 화가는 이렇게 깨달은 상을 관람객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야 한다. 타인에게 작가가 포착한 상이 전해지고, 그 상이 또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감응이 오래간 새겨질 정도의 완성을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붓을 움직인다. 그 표현과정에는 붓 대신 돌과 빗자루, 칡뿌리가 동원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에는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정공법만이 유일한 길이다.
● 이나연 객원기자 ● 사진 작가 제공
'깊고 깊은 바다 밑' 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 197×333.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