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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4, Sep 2023

Hey Siri, How's the Weather Today?

2023.8.4 - 2023.8.26 얼터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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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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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날씨 상품


큐레이터 주예린은 뉴욕에서의 한 달간 체류를 마치고 도하를 거쳐 14시간 비행, 30시간 경유로 서울에 돌아온다. 약 44시간 동안 날씨도 시간도 사라진 진공 상태를 통과하며, 날씨와 미술의 관계를 생각한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같은 초대형 미술관은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해 예술작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상태를 유지하는 곳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미술관은 시간 개념과 날씨, 심지어 계절감까지 삭제한 기후-진공적 공간으로, 현실 감각 대신 시각적 스펙터클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팬데믹을 겪으며 기후위기에 관한 많은 미술관 전시가 있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 담론에서 삭제된 것은 매일의 날씨,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의 날씨가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전시 <Hey Siri, How’s the Weather Today?>는 출발한다. 미술관에서 기후위기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날씨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삭제했다면, 이 전시는 날씨를 예측하려는 욕망과 좋은 날씨에 대한 환상을 하나의 사회적 코드로서 질문한다.


매스 미디어는 파란색, 청량함으로 대표되는 ‘맑은 날씨’를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어떤 것으로 가공하고, 맑은 날씨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하는 사회적 작동 기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가상의 언덕’을 상징하던 구 윈도우 OS 바탕화면이었던 파란색, 대부분의 일기예보나 날씨 위젯 인터페이스에서 사용하는 채도 높은 파랑 계열 색을 전시의 주요 색상으로 가져온다.



박민하 <A Story of Elusive Snow> 2013 
싱글채널 비디오, FHD 스테레오 사운드, 
흑백/컬러 15분 사진: 성의석



전시는 작가 김박현정, 김수연, 박민하, 허연화의 작업과 함께 2022-2023년 큐레이터의 일기 일부를 QR코드로 제공한다. 김박현정은 ‘구름’을 주제로 직접 촬영한 사진과 SNS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혼합하고 침대에 프린트해 클리셰적인 하늘을 표현한 설치 작업 <클라우드(Cloud)>를 새롭게 만들었다. 구름을 베고 자는 환상을 담은, 관람객이 직접 누워 볼 수 있는 인공 침실이다. 침대 위 놓인 핸드폰에서는 저장 드라이브 클라우드, 야외촬영 시 강한 햇빛을 완충하는 소프트 박스 역할의 구름, 동명의 맥주 거품을 소재로 하는 영상 작업을 플레이한다.


김수연은 1년 동안 바람의 움직임을 수집해 전시장 벽과 창문에 긁힌 흔적으로 표현했다. 창문 밖 날씨와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림자와 색깔이 바뀌는 현장 설치 작업이다. 바람 기록은 작가의 치밀한 아카이브이자, 시간과 계절이라는 거대 체계를 시각화한 회화적 그리드가 된다. 허연화는 여름을 상품화하는 사회 현상을 물이라는 매체의 유동적 속성으로 표현한다. 여름과 관련한 키워드를 AI에게 제공한 결과를 담은 <Shake>와 아쿠아리움의 파란 인공조명을 담은 평면 작업 <Jellyfish>(2020)를 위아래로 붙여 설치한다.




허연화 <파도의 크기>(위, 아래)
 2023 도자에 아크릴릭 가변 크기
<물의 뼈>(가운데) 2020 석고, 철사
 17×26×22cm 사진: 성의석



서퍼의 신체를 휘감은 파도의 모양을 도자로 만든 새로운 작업 <파도의 크기>, 바다 오염으로 백화한 산호를 모티프로 하는 <물의 뼈>(2020) 같은 오브제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박민하의 <A Story of Elusive Snow>(2013)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과 할리우드 영화 제작 시스템의 관계를 포착한 영상작업이다. 눈이 오지 않는 LA에서 겨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매직스노우나 아이스유니온 같은 회사에서 인공 눈(artificial snow)을 제작하는 장면과 할리우드 영화 속 겨울 장면 푸티지를 병치한다.

예술 작업과 함께 큐레이터가 쓴 <맑고 좋은 날씨에 관한 다섯 가지 노트>(2022-2023)가 전시 공간에 있다. 날씨 서비스가 보여주는 지표, 날씨 검색과 연계한 광고 팝업, 지도와 기상 레이더에 사용되는 색상, ‘채도 높은 파란색 = 맑은 날씨’라는 인식을 주제로 남긴 글 그리고 2022-2023년 기획자의 일기를 편집한 것이다. 이 글들을 다시 읽어보며 파란 하늘로 상징되는 좋은 날씨와 ‘날씨 상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 주예린 ‘맑고 좋은 날씨에 관한 다섯 가지 노트’ 2022-2023  카드 10장에 QR코드, 구글 문서 5개 각 20×20cm 가변설치 사진: 성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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