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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6, Nov 2023

2023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 - 호모 미그라티오

2023.9.19 - 2023.11.26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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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휘 파라다이스시티 아트팀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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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거의 유일한 대안: 이주


일제강점기, 4·3, 한국전쟁 등 다양한 역사적 현상 속에서 제주만큼 ‘이주’의 역사를 정통으로 겪은 곳이 또 있을까? 최근까지도 제주살이 열풍으로 연 1만 명 이상씩 늘던 도민이 올해부터 14년 만에 유입보다 유출이 늘어 아우성이다. 이렇듯 섬 제주는 이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9월 19일부터 11월 26일까지 69일간 진행되는 ‘2023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 - 호모 미그라티오’를 시작했다. 9개국 27명(20팀)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 미디어, 키네틱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장르 70여 점을 포괄하고 있는 이번 특별전은 코로나19가 현재진행형이던 2021년 시작된 ‘프로젝트 제주’의 두 번째 전시다. ‘이주하는 인간 - 호모 미그라티오’는 이주와 생존에 관한 이야기이며 전시에서는 이주를 역사적·문화적·생태적·우발적 이주 등 4개의 소주제로 구성해 이를 재해석하고 다채롭게 펼쳐낸다.


개막식에서는 문화적 이주 섹션으로 소개하고 있는 곽선경의 실시간 드로잉 퍼포먼스 <보이지 않는 선들로서의 드로잉>이 진행됐다. 작가는 뉴욕을 기반으로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립미술관 입구로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중앙정원은 안도 밖도 아닌 유리 중정으로 오래전 작가가 뉴욕 유학길에 오른 이후 이방인으로서 자유롭게 공존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삶과 닮아있어 택한 장소다.


마스킹 테이프로 실시간 즉흥적 드로잉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유리벽이자 물리적 공간인 동시에 이방인으로서 선택한 삶의 위치를 상징한다. 또한 역사적 이주 섹션에서 소개하고 있는 오봉준×사라 오-목크(Sarah Oh-Mock)의 다양한 나라의 음식 퍼포먼스 <노이쾰른 파라디스(Neukölln Paradies)>가 선보였다.



최우람 <무한공간> 2022 
거울, 유리, 금속재료, 기계장치, 
전자장치(CUP 보드, 모터, LED) 196×66×96cm 
이미지 제공: 제주도립미술관 사진: 권현정



독일 노이쾰른은 160여 개 나라에 뿌리를 둔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특히 이곳은 어린이 파라다이스, 카펫 파라다이스 등 ‘파라다이스’를 내세운 간판을 자주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부분에 착안해 실제로 있을 법한 <노이쾰른 파라디스> 스낵바를 마련하고 실제 도시 안에 있던 포스터, 스티커, 전단지 등을 뒤섞고 AI를 사용해 만든 음식 메뉴 포스터를 등장시킨다. 재생성한 오브제와 실제 요소들은 맞물리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은 미래의 이주 문화가 현재를 넘어서 더욱 새롭고 다채로울 것으로 예측하며 일종의 가상 미래 융합 문화를 제시한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과 뉴욕에서 유학 후 다시 제주로 돌아온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국가를 옮기는 잦은 이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서 예술감독이기도 한 이나연 관장은 참여 작가를 한 명씩 호명하며, 지난 2년간 참여 작가와 전시를 준비하며 확인할 수 있었던 속 깊은 ‘이주’와 ‘제주’의 관계들을 소개했다.

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제주돌문화공원, 제주국제평화센터,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을 경유하며 총 4개의 전시관에서 펼쳐진다. 관람객 역시 한 공간에 머물러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전시 공간을 찾아다니며 길 위의 여정을 경험하도록 한 설정으로 역사·문화적으로나 생태적으로도 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장소인 제주와 이주의 의미를 다시 보고 새롭게 읽는 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각 전시 공간 입구에 지용호는 폐타이어를 재료로 공상 과학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돌연변이 동물을 만들어 전시장 입구를 지키도록 했다. 최근 기후 온난화에 따른 생태적 이주로 서식지를 이동해 자연 발생하는 혼종 생명체가 발견된다. 현대인에게 신체의 확장과도 같은 자동차 타이어가 피부와 근육으로 변화한 <뮤턴트> 역시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용호가 제작한 이 변종 동물들은 전시 주제관과 위성관의 시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의 역할을 하며, 물리적·개념적 간격을 이어 하나의 이야기로 감싸는 가교로 기능한다.

‘2023 프로젝트 제주’의 주제관인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특히 이주의 개념을 물리적, 한정적인 의미에서 탈피하여 폭넓게 사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박지현, 최우람의 작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박지현은 학업을 위해 뉴욕으로 이주했고,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장소인 뉴욕에서 9·11 테러의 참사를 목격했다. 당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향냄새가 도시 전체를 메웠는데, 그는 스스로 소진하여 누군가를 위로하고 감정적 반응에 호응하는 향의 성질과 역할에 주목했다.



양숙현×캇 오스틴(Kat Austen) 
<식생, 이동(When plants migrate)> 2023 
3D 그래픽 영상 프로젝션, 4채널 사운드 설치 5분
600×2,100×330cm 이미지 제공: 제주도립미술관 
사진: 권현정



향을 재료로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여 미지의 공간을 시각화한 <업타운, 업타운(Uptown, Uptown)>은 작가가 꿈꾸는 예술적 이상이 구현된 공간으로 황금색을 칠한 수십만 개의 향으로 구성된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공중도시 라퓨타, 존재한다고 하지만 절대 찾을 수 없는 황금도시 엘도라도에서 영감을 받아 신비하고 기이한 장소이자 현실이 뒤집힌 풍경으로 구체화한다. 신작인 <아일랜드(I’ll-Land)>는 향으로 제주도를 형상화한 작업이다.

작가는 제주라는 섬을 여러 가지 오고 감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바라보며 만남과 떠남이 일상화된 장소, 부유하는 삶의 도착지로 해석한다. 최우람은 이주의 개념을 물리적 이동으로만 제한하지 않으며 매체, 경계, 관념 등 현대인의 삶 속에서 오고 가는 모든 현상을 통해 이주와 이동의 의미를 사유하도록 이끈다. 특히 <작은 방주>는 이번 전시에서 매체의 이동을 시도했다.

실재하는 작품을 3D모델과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며 MR(Mixed Reality) 체험 형식으로 소개한다. MR 장비를 통해 관람객은 전시장 안 어딘가를 유영하는 방주를 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이렇듯 예술이 매체를 이동시키며 탄생한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의미의 이동으로 변형되는 예술적 생명체를 이야기한다. 매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양한 영역과 연관 지으면서 이동의 범위를 확장한다. 예술의 상상력으로 진화하고 변화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은 예술적 생존을 위한 이주로 해석할 수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는 공간이 추구하는 환경적 가치에 맞춰 작품을 구성했다. 양숙현과 캇 오스틴(Kat Austen)은 돌문화공원 속 전시 공간인 오백장군갤러리에 한라산의 식생을 영상과 소리를 통해서 생경하게 구현한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조금은 낯선 제주의 자연이 소재로 쓰였다.



백남준 <거북(Turtle)>
1993 3채널 비디오, TV 모니터 166대, 
재생 장치 3대, 영상 분배기 1대, 철 구조물, 영상
 150×600×10,000cm 울산시립미술관 소장 
이미지 제공: 제주도립미술관 사진: 권현정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생중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획한 백남준의 작품이 소개된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예술의 재료로 적극 활용한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이자, 예술의 차원에서 우주로 도약한 선구자다. 그는 기술로 상징되는 서구의 합리적 세계관 속에서도 동양의 정신적 가치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거북(Turtle)>(1993)으로, 제주에서 백남준의 대형 작품을 관람하는 흔치 않은 기회다.


청영과 클라라 청은 국제평화센터 기획전시실에 혼란스러운 홍콩의 정치적 상황 속 자신들의 처지를 반영한 작품을 소개한다. 새미 리와 엠제이 하딩(Sammy Lee×M. J. Harding)은 제주의 오름과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동적인 파형을 탐구해 기획전시실에 영상설치를 선보인다. 자유와 평화를 향한 바람,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과 문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혼돈이 이곳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조화롭게 펼쳐진다.


이 전시를 기획하는 데 길라잡이 역할을 한 소니아 샤(Sonia Shah)의 『인류, 이주, 생존』이라는 책은 이동과 이주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본능임을 강조한다.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의 이주 사례를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들려준다. 이주는 불편함도 위기도 아니고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며, 위기의 시대에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더불어 모든 생명체는 항상 움직였고 움직일 것이기에 혐오와 배제 없이 자연스럽게 모든 이주를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2023 프로젝트 제주’는 학업이나 이민,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 현대 사회에서 잦은 이주를 경험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온갖 위기로 넘치는 시대에 인류 생존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와 더불어 2021년 전시부터 이어온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섬의 안팎을 아우르며 동시대의 흐름을 파악해보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조건을 이해하며 기술과 예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며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의 가치를 확장해 나가는 데 일조한다. 또한 육지가 아닌 섬 제주에서 펼쳐지는 전시이기에 이야기하는 ‘이주’의 주제가 범박하지 않고 더 선명하게 전달된다.  


* 오봉준×사라 오-목크(Sarah Oh-Mock) <노이쾰른 파라디스(Neukölln Paradies)> 2023 혼합재료 400×250×300cm 이미지 제공: 제주도립미술관 사진: 권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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