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Issue 208, Jan 2024

이민지_오직 미래만이 과거를 방문한다

2023.11.16 - 2023.11.26 인천아트플랫폼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콘노 유키 미술비평가

Tags

한쪽과 다른 한쪽이 만나는 곳
두 겹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


출력한 인물 사진이 배를 타고 떠난다. 영상 작업 <오직 미래만이 과거를 방문한다>(2023)는 두 개의 창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를 보여주는 사진이라는 창과,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유람선의 창이 그것이다. 바깥 풍경은 빠르게 지나가고, 파도가 일고 덮친 흔적만 창에 남는다. 그것은 지나가는 시간의 흔적이자, 물결이 부딪히는 일의 흔적이다. 이 영상 작품을 보는 사람은 과거가 되거나 미래로 전진하는 두 방향을 보는 현재에 있었다. 그런데 두 개의 창을 통해서 대상은 서로 완전한 하나가 되기도, 소통하기도 어렵다.


파도에 쓸려가거나 물에 젖는 일 없이 사진은 거기에 있고, 사진처럼 움직임을 잃은 과거의 형태로 파도도 풍경도 기록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두 개의 창은 촬영된 시간을 각각 보유한 채 거기에 잘, 그러나 함께 있다. 영상 작업과 동일한 제목을 가진 이민지의 개인전 <오직 미래만이 과거를 방문한다>를 방문한 사람은 무엇을 봤을까. 과거가 된 지 오래인 사진과 금방 과거가 되는 파도의 흔적은 속도를 올려 과거로 떠나 머물지 않는다. 이 속도는 과거를 뒤늦게 다시 만나 현재를 생성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외할머니-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인천의 풍경과 시간을 다시 보는 일에서 출발해 과거를 보는 일에 접근한다. 개인적인 경험(하지 못함)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에서 ‘다시 보기’의 감각은 과거를 그대로 가져온 결과가 아니다. 과거란 오히려 ‘다시 보는’ 현재의 감각으로 성립(成立)된, 바꿔 말해 일으켜 세워진 것이다.


파노라마(Panorama)와 스테레오 뷰(Stereo View)가 작품에 언급되면서, 시차 - 時差이자 視差가 강조된다. 이민지에게 파노라마는 한 장소에 허상을 구축하는 시각 체계가 아니라 시대를 건너가면서 펼쳐 가는 이미지가 되고, 스테레오 뷰는 단일한 상(像)으로 향하는 대신 시대가 다른 시선을 유사성으로 이어준다. 영상 작품에서 작가가 꺼낸, 다소 모호하게 와 닿을 수도 있는 ‘두 겹의 눈’이라는 표현은 펼치는 파노라마와 접히고 시선이 하나가 되는 스테레오 뷰의 보는 방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버 라이닝>
2023 종이에 프로타주 29.7×21cm


영상 작품과 전시에 소개된 사진 작업을 보면 과거에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봤을지도 모르는 풍경이 자리한다. 산, 바다, 동네의 풍경이 등장한다. 그런데 어떤 장면은 뚜렷한 상을 이루지 않는다. 특히 영상 작품 막판에 연기처럼 뿌옇거나 입자처럼 쪼개져 나타난 이미지들이 그렇다. 이를 보고 혹자는 주제를 낭만적으로 미화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과거는 접근 불가능하고 흩어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는 “차창은 흐르는 풍경을 볼 뿐이다”라는 대사만 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대사가 등장하는 바로 그때, 창에는 물보라가 맺힌다. 물보라는 어떤 상을 이루지 않았지만, 거기에 있다. 물보라는 깨진 입자와 시각적으로 중첩되면서 과거를 현재(라는 시점(時點))에 다시 보는 시점(視點)을 만든다. 결국 과거의 기록과 흔적은 뒤늦음과 다시 보기를 통해 현재를 생성한다. 만들어지는 지금이 한쪽에 있고, 분쇄되는 과거가 다른 한쪽에 있다 - 한쪽과 다른 한쪽이 만나는 곳은 바로 현재다.

한 번 접힌, 두 겹의 눈은 내레이션의 중첩된 목소리만큼 다소 늦게, 시차(時差)를 두고 도착한다. 마치 부모의 다음 세대인 자식이 미래에서 와서 과거의 부모를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오직 미래만이 과거를 방문한다고 할 때, 미래라는 뒤늦음은 이미 늦은 것이 아니다. 보게 될 풍경이, 더 나아가 보는 사람이 들어서는 자리로써 여기에 현재가 도착한다. 작가가 이해한 파노라마는 한 공간 안에서 특정 장소를 만들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스테레오 뷰는 모인 시점과 단일한 상에서 다시 분리된다. 영상 작업 주변에 정지된 사진 작업인 <빛의 파노라마>(2023)와 <블루 아카이브>(2023) 그리고 프로타주 작업 <실버 라이닝>(2023)이 걸려 있는 걸 보면, 이번 전시 자체가 영상 작업의 첫 장면과도 같다. 두 창문 사이에 있는 현재에 한 번 접힌, 두 겹의 사진처럼 보는 사람은 서게 된다. 우리는 두 개의 창문을 통해 과거와 생성 중인 현재를 같이 본다. 작가가 만드는 이미지는 형태로 자리 잡거나 역사로 굳어버린 과거에서 현재로 떠나온 것이다.

전시를 보는 이의 한 번 접힌 두 겹의 눈은 다시, 영상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창문에 흐릿하게 비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접힌 사진에서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두 명이다. 한 사람은 바다를 향해, 다른 한 사람은 영상을 보는 사람을 향해 시선을 보낸다. 도래할 타자의 시선과 풍경을, 지나가는 과거와 다가올 미래를 보는 사람을, 우리는 보고 그들 또한 우리를 본다 - 현재는 그런 곳이다.  


* <오직 미래만이 과거를 방문한다> 2023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분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More Articles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