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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9, Feb 2024

2023 서울라이트 광화문

2023.12.15 - 2024.1.21 서울 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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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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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맞이 하는 곳(月臺)에 뜬
빛의 이야기, <광화산수도>



2023년을 보름 정도 남겨놓은 겨울 밤, 해가 지고, 달이 떠 오른 겨울 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광화문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마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광화문의 변신이 시작된다. 형형색색의 현란한 빛(光)의 옷을 갈아입으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광화문. 경복궁을 들어가는 남쪽의 정문에서 <2023 서울라이트 광화문>이 시작되었다.


광화문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이어지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2023 서울라이트 광화문>은 ‘세상에 없던 빛, 서울을 물들인다’를 주제로 프로젝션 맵핑을 비롯해 라이트 쇼, 미디어 갤러리(세종문화회관 외벽), K-컬쳐 스크린(대한민국역사박물관), 빛 조형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고, 20개국 53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축제기간 동안 LED 스크린에서 프로젝션, 라이트 조형물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불켜진 광화문은 밤에도 잠들지 않았다. 빛은 빛과 대결할 때보다 어둠에 홀로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잊었던 것일까. 800m가 되는 거리의 도심 광장이 서로 다른 빛으로 가득 찼을 때, 빛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정리되지 않은 빛들은 모여 소음을 만든다. 광장의 거대한 빛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듣기가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다.

왠지 눈이 시끄럽다 싶었을 즈음, 사람들이 하나둘 몸을 돌려 한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광화문이었다. <서울라이트 광화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프로젝션 맵핑의 미디어 파사드쇼 <시공의 문, 디지털 광화>가 시작됐다. <시공의 문, 디지털 광화>에는 우리나라 작가 이이남을 비롯해 호주 닉 아지디스(Nick Azidis), 프랑스 제레미 우리(Jeremy Oury), 에콰도르 펠릭스 프랭크(Felix Frank), 헝가리 에퍼 디지털(Eper DIgital)까지 총 다섯 명의 작가가 초대되었다. 해외 작가들의 작업이 시간, 우주, 빛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광화문에 입혔다. 그것은 마치 광화문의 세 개의 ‘문’을 통한 우주적 시공으로의 확산과 같았다.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광활한 우주에 던지는 메시지를 닮은 듯했다.




이이남 <광화산수도> 2023
멀티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유일한 한국 작가인 이이남은 해외 작가들과 다르게 접근한 작품을 선보였다. ‘광화산수도’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작품은 광화문을 산수(山水)의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해외 작품들과는 달리 이미지 서사를 가진 작품 속 영상 이미지는 작가 이이남과 인공지능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의 틀에 한정되지 않고, 이미지의 다양성, 개연성을 확보하고, 서울, 조선, 과거, 현재, 기술, 그리고 광화문이 만들어내는 좀 더 복합적인 혼종의 시공간을 만들려 한 듯 보인다.


광화문, ‘임금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라는 뜻의 광화문은 이름이 주는 평온함과는 달리 순탄치 않은 시간을 견뎌왔다. 임진왜란으로 경복궁 전체가 소실되면서 함께 폐허로 남았다가 고종에 이르러 흥선대원군에 의해 복원되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경복궁과 광화문 사이에 조선총독부가 지어지고, 간신히 철거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건춘문쪽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목조부분이 소실되었고, 1968년 재건되었으나 목조부분을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었고, 그나마 위치도 원래의 위치가 아니었다. 우여곡절의 역사를 거쳐 2023년 100년 만에 월대와 해태상, 현판이 복원되어 공개되어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광화문의 역사를 돌아보다 보니, <광화산수도>에서 만나는 일월오봉도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봉우리를 가진 오봉산이 그려진 <일월오봉도>는 왕의 어진이었다. 그것은 조선의 왕권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이남은 <일월오봉도>에서 <십장생도>로, 그리고 조선의 고전회화, 광화문의 눈이 된 <맹호도>로 연결시켰고, 그 사이, 혹은 그 끝에 지금의 서울, 도시의 모습을 끼워 넣었다. 무한 반복인 듯 유기적인 듯 변화되는 이미지를 보며 다시 월대(月臺)에 올라섰다. 달을 감상하던 그곳에 서서 빛으로 쓴 광화문과 조선의 역사를, 첨단기술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빛의 이야기, <광화산수도>는 해와 달이 하나로 합쳐지는 영상으로 끝을 맺었다.


* 이이남 <광화산수도>(부분) 2023 멀티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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