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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9, Feb 2024

박소빈_용의 신화, 무한한 사랑

2024.1.10 - 2024.3.24 광주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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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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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으로 펼쳐내는 내적 열망; 박소빈의 신화화된 용


박소빈의 작업은 다분히 제의적이면서 이루어진 형상은 몽환적이다. ‘용의 신화, 무한한 사랑’이라는 전시 제목이나 작업의 주된 소재가 현상 너머의 세계다. 설화와 신화를 오가는 작업들이 현실계와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있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4차원의 세계를 탐닉하는 작업은 천지를 비상하는 거대한 용을 화폭에 불러내는 제의 과정 같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주술을 걸어 자기 내면에서 요동치는 용의 기운을 풀어내는 신묘한 의식과도 같다.


그 과정에 기원의 소지를 태워 날리듯 쉼 없이 닳아 사라지는 연필들은 소멸이 아닌 새로운 창조의 신화를 펼쳐내며 흰 종이로부터 점차 용의 형상을 이루어 나간다. 그 스스로 “연필은 나 자신”이라 말하는데, 작업에 몰입하여 형상을 이루어 갈수록 수많은 연필들이 닳아가는 사이 작업의 행위와 형상에 자신을 온전히 녹여내려는 것 같다.

그는 2015년의 <In Love>에 앞서 작가 일기에서 ‘혼열하는 지구=자연의 신, 무속신앙, 창조’라며 “본 작업은 주술적 입장에서 접근하여 수호의 신 용과 여신, 자연의 신, 인간의 신, 절대적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신을 실제화하고 현대문명에서 새로운 변화와 자연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신화창조를…” 상징적 형태로 그려낼 것이라고 적은 바 있다. 초현실적 신비와 몽환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업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소빈 작업의 대부분을 관통하는 기본 서사는 가슴 깊이 사모하는 스님을 본국으로 떠나보내야만 했던 한 여인이 자신을 바쳐 그 바닷길을 지키고자 한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다. 오래전의 설화로부터 출발하지만, 그 순정의 화신인 용은 박소빈의 주술행위와도 같은 작업을 통해 마침내 신화화된 영물로 탈바꿈된다.




<Heaven in love> 2021
종이에 연필, 컬러팬 285×155cm



그러면서 선묘 낭자의 애절한 여성성은 역동적인 남성성의 용으로 변환되고, 그 작업 과정에 부지불식간 박소빈 자신 안에 내재된 열망의 발현으로서 용 형상을 화폭에 드러낸다. <선묘 여인-부석사 설화>(2018), <부석사 설화>(2022)에서 용머리를 한 선묘의 육신이었다가 <Heaven in Love>(2022), <Dreaming>(2023) 등에서는 나신의 여체와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남성성으로, <The Creation of Female Myth>(2011), <The Deep Dreams>(2023)에서는 용이 나인 듯, 내가 용인 듯 묘사되기 때문이다.

한편 박소빈은 비현실적인 회화세계가 주된 만큼 그것이 허망한 것이지 않도록 자기 예술의 뿌리와 정체성을 또렷이 하고자 한다. 재학시절의 <21살, 시대의 자화상>(1991)에서 보듯이 신예 때부터 강렬한 욕구로 나와 시대를 반추해 보던 그 태도는 시간이 흘러 “나는 어디서 태어났는가?”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등을 되새기며 작업의 초점을 명확히 하려고 한다. 2009년 브루클린 스튜디오 활동을 비롯, 2011년 북경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이후 10년 넘게 한국과 중국을 오가고, 홍콩과 런던과 뉴욕 등지 활동으로 세계무대를 접하면서 자신의 중심을 더 분명히 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이번 전시작품 중에도 <용의 부활-무등의 신화>(2023) 연작에서 5‧18민주광장을 휘감으며 솟구쳐 오르는 용의 형상을 통해 그의 고향 광주의 기운을 화면 가득 채워내고 있다. 인터뷰 중에 “지금의 ‘광주정신’에 관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도 향후 작업의 방향을 내비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초대전에는 1990년대 초 유화나 목판화부터 길이 17m에 이르는 <부석사 설화, 새로운 신화창조> (2017)를 비롯한 대작들, 투명필름과 오브제를 곁들인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지난 30여 년의 작업을 고루 엮어놓았다. 이와 함께 두루마리나 드로잉 형식의 빼곡한 글쓰기, 작업의 부산물인 연필 파편들, 전시도록과 평문, 중간중간 비디오 영상자료까지 아카이브를 구성하고, 작품 속 용과 이미지들을 편집한 애니메이션 영상도 함께 구성하고 있다. 얼마 전의 뉴욕 전시에 이어 올봄 베니스 전시가 예정되어 있는 등 한창 활동력을 높여가는, 지천명을 넘긴 시기이자 새롭게 그의 신화를 펼쳐나갈 시점에서 이번 전시는 작가의 내공을 가다듬기에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 <The Deep 3> 2018 비단에 연필 드로잉 판화 135x2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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