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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0, Mar 2024

박대성_소산비경

2024.2.2 - 2024.3.24 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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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문화정책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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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설경의 미감


소산 박대성은 한국 수묵화의 지평을 확장한 작가로 평가된다. 지난 2년간 그의 작품들이 독일,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미국 등 총 여덟 개 국외기관을 순회했는데, 가나아트센터는 순회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과 최근 완성된 신작을 한자리에 모음으로써 소산의 작품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전시 제목 중 비경(祕境)이란 신비로운 경지 또는 남이 모르는 경치가 빼어난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가의 경지에 이른 작가의 대표작을 모은 전시인 만큼 우선은 전자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전시를 둘러보면 작가의 시선을 빌려 감추어진 풍경을 찾아내는 느낌을 받게 되므로 이 경우 두 가지 뜻이 모두 통한다고 하겠다.


첫 공간에 마련된 글과 순회 전시 도록을 살펴보면 소산의 작품세계와 전시 기획 의도를 유념하며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우측 벽면에는 앞선 순회처에서 전시가 거둔 성과를 충실하게 요약한 자료가 있어 일종의 아카이브로 기능한다.
들어가며 처음 마주하는 작품은 신작 <현율>로, 둥근 원을 닮은 구도 안에 진한 먹으로 겹겹이 둘러싼 절벽이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여 압도적인 인상을 주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집이며 물이 정겹게 비친다. 시선을 돌리면 안쪽 벽면을 <금강설경>(2019)이 가득 채우고 있다.


폭 10m가 넘는 대작으로, 동선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화폭 앞을 지나면 눈 내린 금강산을 산책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화면 가운데에 진한 농도로 묘사가 집중되었으나 양옆으로 점차 엷어지며 아득한 설경을 표현하였고, ‘금강에 살어리랏다’는 노래로 왼쪽 아래 여백을 장식하였다. <현율>이 과감하게 재구성한 구도로 역동성을 드러낸다면 <금강설경>에서는 농담의 조절로 깊어지는 공간감이 돋보인다. 두 대작 사이 진열장에는 병풍처럼 세워둔 작은 절첩(折帖)이나 권자(卷子) 형태의 작품을 모았는데, 이는 관람객들에게 작가의 주요 매체를 소개하는 한편, 작가가 즐겨 활용하는 산수나 친숙한 유물 등의 도상을 선보이는 역할을 한다.



<불밝힘굴> 2024 종이에 수묵 100×80cm



이렇듯 1층에서 소산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는 뼈대를 만나보았다면 2층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작품에서 나타나는 세부 표현과 색채의 섬세함에 집중할 수 있다. 수묵화 특유의 농담은 물론, 세밀화에 견줄 법한 패턴의 밀도에서도 능숙한 힘 조절이 돋보였다. 특히 소산은 서(書)와 화(畵) 모두에 능통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데, 두 요소를 함께 배치한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조형적인 조화에 주목할 만하다. 전시장은 한적하였으나 관람객은 주의 깊게 각 작품을 살폈으며, 특히 작가의 이야기와 작품세계의 변화를 기록한 영상자료 앞에서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2층 안쪽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소산이 주목한 경주를 조명한다. 세계 각지의 풍경을 화폭에 옮기며 연구를 계속해 온 작가가 가장 ‘한국적’인 것을 현대화하려는 결심 후에 돌아온 곳이 바로 경주였기 때문이다. 천년 고도에 대한 소산의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서,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첫 전시실 대작으로 <금강설경>을 꼽았다면 마지막 전시실에는 새로운 작품 <불국설경>이 있다. 폭 11m가 넘는 비슷한 규모의 대작으로 <금강설경>과 달리 화면 양 끝에 조밀한 묘사와 글을 배치하는 한편, 가운데는 설경을 나타내는 여백으로 채워 묵직한 균형감이 느껴진다. 안쪽 벽을 장식한 <삼릉비경>(2017)은 화폭 일부를 받침대 바닥에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설치해 그림에 공간감을 더했다. 달빛에 젖은 화폭 왼편에서는 전시실 통유리창으로 자연광이 비쳐 전시 마지막을 환하게 밝힌다.


우리 사회는 많은 분야에서 서구적 가치의 보편화를 향해 이행하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문화가 급속히 부상하면서 한국적인 것이 화두로 떠올랐고 미술계도 이 논의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맥락에 비춰 전통적인 필법으로 독창적인 시각을 표현하는 소산의 작업은 ‘우리다움’의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는 노력의 결실로 동시대 수묵화의 변모를 대표한다.


* <신라몽유도> 2022 종이에 수묵 197.4×295.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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