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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5, Oct 2023

융 마(Yung Ma) 헤이워드 갤러리 시니어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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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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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 이해, 더 이상 단일하지 않아 중요한 건 자기 세대 예술가와 함께 일하는 것


마치 폭발하듯, 서울의 미술 행사가 집약됐던 지난달 초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 시니어 큐레이터 융 마(Yung Ma)를 만났다. 아트 위크 기간, 스튜디오 방문과 컨퍼런스 발표를 위해 그가 14시간을 날아 인천에 상륙한 바로 같은 날 오후였다. 유독 큰 키 덕분에 무척 고단한 비행이었을 텐데도 그는 시종일관 다정하고 예의 발랐다.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제11회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예술 감독을 역임했으며, 2019년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큐레이터, 2015년 홍콩 M+ 부큐레이터로 재직하며 탄탄한 역량을 선보였던 그에게, 지금 한국 미술에 대한 인사이트를 요목조목 물었다.



Courtesy of Yung Ma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Q: 우리나라 비엔날레 감독을 경험했고 몇몇 한국 작가와도 유대관계가 있다. 이제 또 새로운 작가들을 여럿 만날 텐데, 먼저 당신이 느끼는 한국 작가들의 특징을 얘기한다면?

A: 교육과 훈련은 작가가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내 경우 비단 한국 작가들뿐만 아니라 아시아 작가들이 뉴욕에서 교육을 받은 작가들에 비해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 준비가 덜 된 경우를 종종 보았다. 오늘날 미국의 교육은 스스로를 상대방에게 아주 잘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아시아는 아직 그것에 못 미친다. 그렇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여긴다. 특히 최근 한국 아트신이 많이 확립돼 눈에 띠게 적극적 방향으로 바꼈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가 좋든 싫든, 공용어 또는 지배 언어가 여전히 영어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작가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더 어렵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국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이 영어를 구사하지 않는 이상 통역이 필요하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간극이 항상 존재하는데, 그게 꽤 흥미롭다. 한국 작가들과 만날 때 통역이 없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추측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더러 소통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특별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Q: 지금 대답도 그렇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언어로 표현(소통)하는 걸 작가의 중요한 역량으로 꼽는 것 같다. 한데 작가들 입장에서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작품으로 드러내는 것이 우선’이라 여길 수도 있다. 당신이 그 지점을 강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우선 그것이 큐레이터에겐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큐레이터는 대중을 위해 작품과 작업을 해석하는 매개체니까. 그래서 우리가 대중에게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일이 매우 어려워지므로 내가 언어적 소통에 대해 강조하지만, 물론 이것이 전부라 여기진 않는다. 나는 관람객이 무엇을 보는지,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항상 작업 내에서 보편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작가들은 종종 매우 지엽적인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관람객들을 위해 그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큐레이터의 일이며 언어적 소통 없이는 이 일이 가능하지 않다. 



아이사 혹슨(Eisa Jocson) <슈퍼우먼: 돌봄의 제국>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 
 전시 전경 2021 서울시립미술관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사진: 홍철기



Q: 무엇을 표현할 때 어떤 단어를 쓸지 어떠한 문장을 쓸지에 대해 당신은 유독 섬세한 것 같다. 그런 맥락으로 2021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제시한 타이틀도 어떤 개념을 복합해 정한 것일 테고.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때 내놓은 주제는 지나고 보니 유독 시기와 잘 맞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지금 당신이 관심 있어 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A: 명확히 말하자면, 나는 ‘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발생하기 이전에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비엔날레가 코로나19에 응답하려는 시도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무관했다. 몇몇 작품은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을 수 있지만 그것이 내 의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인내심이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답변을 원하고,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 일에 대한 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코로나19 같은 글로벌 팬데믹은 우리가 이해하는데 몇 년이 넘게 걸릴 문제였기 때문에 나는 가능한 다루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반응도 굉장히 달랐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진즉부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끔 뉴스에 그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지만 사람들끼리 실제로 얘기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부정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정(Denial)’이 새로운 키워드일 수 있다고 여긴다.


Q: 사회에서 일어난 문제들, 그게 전염병이 됐든 혹은 기후위기가 됐든 이것이 예술가들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어느 경우 작품의 주제가 너무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대형 전시를 보다보면 특정한 주제에 함몰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의견에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A: 내 생각에 그건 당연한 것이다. 항상 트렌드와 영향력이 더 큰 주제가 매력적이기 마련이니까.



홍진훤 <DESTROY THE CODES>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
전시 전경 2021  서울시립미술관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사진: 홍철기



Q: 자연스러운 경향이지. 그렇지만 제3자의 입장에선 그 미술들이 너무 하나의 비슷한 테마로 가고 있는 게 강압적일 때도 있으므로 질문하는 것이다.

A: 아마도 약간 다른 관점에서 이 질문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영화감독들은 평생을 계속해서 같은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홍상수 감독도 실제로 자신이 연출한 이십 몇 편 안에서 같은 영화를 만들고 있다. 나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런 반복이 꽤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관점이나 다른 각도에서 동일한 주제로 돌아가서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것을 다루려고 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나는 미술도 이와 비슷하길 바란다. 작가를 대신해서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내 생각에 큐레이팅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다른 관점에서 동일한 주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트렌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일정한 지속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제도적인 문제는 고심해서 다뤄져야 하고, 대중의 관심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의 결합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관심사로 돌아가면서 더 흥미로운 것을 찾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이 질문엔 매우 외교적으로 답하려 노력하고 있다.


Q: 지금까지 완성한 전시 덕분에, 당신은 다중의 예술을 융합해 뭔가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큐레이터라는 인상이 강하다. 지금 당신이 이끌고 있는 전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보여줬던 기획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A: 현재 준비 중인 전시들은 모두 개인전이이다. 그 중 가장 주요한 것은 양혜규와 함께하는 것으로, 그의 작업에 대한 매우 포괄적인 연구다. 물론 그가 너무 다양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완전히 포괄하는 것이 쉽지 않고, 최근 유럽에서 열린 양혜규 전시에 비해 규모도 작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면밀히 선택된 작품들로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될 거라 믿고 있다. 개인전은 작가의 작업이 어떤 공간 안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실천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에게 있어 공간과의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공간과 작업하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한편 사람들은 내가 미디어아트와 많이 작업한다고 여기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영상(moving images)과의 작업은 많이 했지만 그것은 미디어아트라고 불리는 분야의 한 가닥일 뿐이다. 사람들은 매체가 강조된 미디어아트에 대해 내가 이야기하길 원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공간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이 대중의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잘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내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Installation view of 
<Amol K Patil_The Politics of Skin and Movement> 
2022  Photo: Biennale Foundation / Joseph Rahul



Q: 당신이 생각하는 미디어아트는 훨씬 더 확장된 채 구조나 공간, 사람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양혜규를 다시 말해 볼까. 양혜규의 경우 개념은 당신의 그것과 닿아 있지만 보이는 형식은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다. 그 지점을 당신이 갖고 있는 줄거리나 개념하고 어떻게 연관 지어 전시를 만들 계획인가?

A: 그동안 양혜규의 많은 전시들은 작업의 매우 형식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왔고, 모더니즘 요소와 그 유산 그리고 현대와 관련된 미술학적 관점에서 바라봐 왔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하는 전시에서는 그의 작업이 지닌 다른 측면 중 일부를 강조하려한다. 그 중 하나는 특히 초기 작업에서 많이 보이는 매우 개인적인 측면이다. 많은 부분이 사적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다루는 동시에 사회적인 측면도 포함하고 싶다. 그의 작업은 타인과의 연결을 많이 담고 있다. 아직 논의 중이지만, 이를 통해 양혜규가 대중과 예술 전문가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인식되길 기대한다.


Q: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전시에 대한 관람객들의 기대치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배로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혹 체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A: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이 들고, 더 많은 경험을 쌓는 동안 기관들 또한 변화했다. 기관들은 훨씬 포용적으로 변했고 열렸기 때문에 큐레이터들도 그와 함께 바뀌었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 것 같다. 하지만 직무 자체는 그렇게 크게 바뀌진 않았다. 여전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본질적으로 관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일들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흥미롭게 느끼는 것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특정한 종류의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게임엔진 같은 것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젊은 작가들에게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젊은 큐레이터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석사대학원 첫날, 누군가가 나에게 내 세대의 예술가와 협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라고 조언했다. 스스로의 세대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명성 있는 작가들만 고집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나는 이 말에 대해 여전히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시에서 내 세대의 작가들과 작업하려는 선택을 한다. 젊은 작가들에게는 젊은 큐레이터가 있다는 말은 그와 같은 맥락이다. 그들이 함께 일하고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괜찮으며, 나는 그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 생각한다. 젊은 작가들의 스타일과 시각 언어를 내가 이해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 모두 해결책을 알기에 문제될 것은 전혀없다.



Installation view of 
<Mike Nelson, I, IMPOSTOR (the darkroom)> 
2011 Courtesy the artist and the Hayward Gallery
 Photo: Matt Greenwood.



Q: 당신이 하는 말과 글에 제일 많이 관심 가질 이는 젊은 큐레이터들일 것 같다. 그들한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조언을 나 역시 그들에게 하고 싶다. 자기 세대의 예술가와 함께 일하라고 말이다. 그게 매우 중요하다. 종교처럼 나는 늘 이 부분을 생각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 여긴다. 


Q: 인터뷰를 하다보면 유럽 기자든 한국 기자든 비슷한 질문을 하지 않나?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뚜렷하고, 갖고 있는 철학이 분명하기 때문에 질문들이 오히려 한정적일 듯한데, 만약 당신이 자기 자신을 인터뷰하는 기자라면 무슨 질문을 던질 것 같나?

A: 내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아마 왜 큐레이팅을 하는지 그리고 그 일이 무엇인지 물어볼 것 같다. 심지어 부모조차도 자식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를 만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큐레이터의 역할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이전 질문에 나는 더 포용적이고 열린 방향으로 기관이 변화했다고 말했는데, 또 다른 변화는 예술사의 이해가 더 이상 단일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예술사는 단순히 서양적인 것만이 아니다. 요즘은 모든 사람이 적어도 다중 역사에 대해 더 열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다양한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이유다.  


Q: 끝으로. 스스로 단 한 문장으로 자기를 표현한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나?     
A: “I can be a little bit weird.”



Installation view of
<Mike Nelson, I, IMPOSTOR (the darkroom)> 
2011 Courtesy the artist and the Hayward Gallery 
Photo: Matt Green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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