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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1, Apr 2024

홍정표_다르게 느끼는 우리

2024.3.6 - 2024.4.6 G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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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나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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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장을 만드는 우리


홍정표의 이번 개인전 <다르게 느끼는 우리>는 사물, 건축적 공간, 좌대, 몰딩과 같은 비전통적인 조각의 범주를 조각적 방법론으로 다루고 있다. 가공되고 기계적인 재료와 제조된 색채를 사용한 일련의 작품은 규칙-불규칙의 패턴을 가지며 작가가 고안한 조각 언어 안에서 교차.충돌되고 한 방향으로 결합되어 흐름을 만들기도 한다. 반복된 수행으로 제작된 작품은 벽에 평면으로 걸리기도 하고 바닥에 세워지거나 평면과 입체의 절충된 형태로 설치되기도 한다. 그의 작업이 조각을 벗어나고자 하나, 조각으로 수렴되는 이유는 조각 매체를 기본 무대로 하면서 이에 대한 재사유를 통해 전개하는 작업 과정 때문일 것이다. 조각/반조각의 과정이 담긴 작품이 전시장에 드러날 때는 날카로운 엣지와 재료의 광택, 원색이 주는 쾌감에 따라 즉물적으로 다가온다. 그 작업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그 형태는 감정이 절제되어 있고, 조각/사물, 평면/입체의 경계를 오가는 조각으로 읽힌다.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는 결구된 창틀을 이루는 몰딩이 역동적으로 해체되고 있는 듯한 동세다. 좌대의 바닥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면이 세워진 채 결합해 있는데, 조각과 좌대의 오랜 친밀성을 생각하면 이 사이의 위상을 재설정하는 시도이자, 뒤바뀌는 위상에 따라 파열음을 일으키는 순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작업에서 발견되는 역동의 성질은 밀리미터 단위로 불규칙하게 교차하는 선적 요소, 서로 다른 두께가 만들어내는 충돌과 정확한 각도로 모아지는 결합으로부터 기인한다. ‘9번 불러오기’는 이러한 조각 언어를 스터디한 시리즈로 보이며, 몰딩의 다른 두께들로 xyz 축의 구조를 구현했다.


이 시리즈는 건축물의 창틀구조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작은 규모의 사이즈로 인해 그의 작업 전반에서 드러나는 조각의 방법론을 정확하게 직관할 수 있는 작업이다. 사물성을 변주하는 <레르베리>, <용도 없음>은 각각 용도가 있는 사물인 이케아 선반, 밴딩 파이프 걸이의 형상을 기본 뼈대로 삼고 그 용도를 변경시켰다. <히든 엣지 #34>는 선의 결구 방식이 공간성을 형성하고 정의하는 텍토닉(tectonic)의 특징을 드러낸다. 조각의 전통에 반하면서 새로운 조각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그의 작업의 단서를 이번 전시 제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용도 없음> 2024 
밴딩 파이프 걸이(강철), 아크릴릭
160×92×100cm



<다르게 느끼는 우리>는 작가가 작업 과정의 단계에서 조각적으로 수렴하고자 했던 의도, 결정, 수행과 보는 이에 의해 이와 다르게 읽히는 상황의 어긋남을 수용하고자 한다. 전시의 제목에서 ‘우리’는 이 어긋난 마음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로서의 작가와 관람객이 미술 생산 시스템 안에 공존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제시하는 듯하다. 달리 말하면 다르게 느끼는 너와 내가 만나는 지점에 작가의 조각이 놓여 있고, 이 조각은 작품 그 자체로서의 완결성이 아닌 외부와의 관계성에 의해 파악되는 위치에 있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하나의 완결된 작품인 조각의 곁에 관람객을 놓아두는 시도는 중요해 보이는데, 관람객이 서로 다른 감상과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열린 변수로서의 관람객은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자로 조각의 장에 등장하며, 완성된 조각, 전통적 조각의 개념에 개입하고 완결된 작품의 결말에 틈을 열어낸다.


이는 그가 언급한 “미완의 여정”이라는 자신의 조각에 대한 수행과도 함께하는 부분이다. 홍정표가 조각의 장에 가상의 관람객을 세우고 창작자와 관람객 사이에 조각을 놓아두는 것은 전통적인 조각 매체의 완결성에 반하며 다른 방식으로 조각 매체를 확장하고자 함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관람객과 창작자 사이에 놓인 가상 조각의 위치는 오히려 스튜디오에서의 제작 과정과 전시장 안에서 작품이 작동되는 상황, 작품의 가치가 매겨지는 시스템 등 미술의 유통과 제도를 떠올리게 하는 버튼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개개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개념 조각의 장을 만들어 내는 개념적인 장치일 수도 있다.

개인전의 제목과 동명의 작품 <다르게 느끼는 우리>는 병풍 형태인 입체의 앞면과 뒷면을 펼쳐 내 완결된 형태의 면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뒷면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이 이항 대립의 구조에서 조각의 뒷면은 작품의 색상 값, 칠해야 하는 부분, 작품이 놓여야 하는 방향을 표기하는 작품의 설계도와 같은 곳이다. “Hidden Edge”, “정면”, “만지면 안 되는 면” 등이 혼재된 뒷면에서 발견한 “너가 보고 있는 곳”이라는 문장은 완결된 앞면에 대한 자기 지시적 농담이면서, 그가 정의하는 조각의 장에 초대하는 작가의 부름인 것이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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