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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2, May 2024

양화선_플립턴

2024.4.13 - 2024.5.2 페이지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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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경 큐레이터 · 예술에삶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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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봄의 따스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4월은 미술관을 벗어나 거리 곳곳에 있는 갤러리를 둘러보기 좋은 시기다. 작가 양화선의 개인전으로 북촌에 방문한 날은 가벼운 옷차림만으로도 충분한, 때로는 더위를 느낄 정도의 초여름과 같은 날씨가 온종일 이어졌고, 덕분에 차를 세워둔 금융연수원부터 갤러리까지 걸어가는 길과 계단 그리고 주변의 낮은 건물 풍경들 모두가 설렘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니 ‘풍덩!’ 하는 소리가 곧 들릴 것만 같은 작가의 푸른 수영장 그림들이 전시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양화선의 개인전 타이틀인 ‘플립턴(Flip Turn)’은 수영 관련 용어로 수영장 끝에 다다랐을 때 반대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턴을 의미한다. 4월 13일 오프닝과 함께 5월 2일까지 약 3주간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페이지룸8에서 전시를 가지며, 수영장을 그린 18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전시 타이틀부터 작품까지 ‘수영장’이라는 대상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반복하는 만큼 작가 개인의 삶에서의 수영장의 의미 그리고 이를 외부로 꺼내어 관람객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한 조형 언어를 탐구해 온 그의 작업 여정 전반을 주목하게 한다.




<Flip Turn 202423> 
2024 리넨에 아크릴릭 37.9×45.5cm



수영장은 작가가 고향인 제주를 떠나 서울과 런던의 낯선 타지 생활로 인해 예민해진 감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안정감이 반영된 장소로, 그는 안전지대(safe zone)라 정의한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의 수영장을 재현한 것이 아닌, 직사각형의 풀장과 사다리 등 수영장을 떠올릴 수 있는 보편적인 시각 요소들에 제주의 바다와 식물을 함께 위치함으로써 그만의 안온한 공간이 화폭을 통해 창조된다. 그리고 ‘풍덩!’, 방금 작가가 수영장으로 들어가 발길질을 만들어 낸 듯한 흔적이 정적인 풍경과 대비되며 과감하게 그려져 있다. 함께 작품을 둘러봐 주던 그는 수영장에서 경험한 안정감이 어느 순간 수영장을 그리는 행위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형태에 익숙해진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대상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기하학적 요소들을 땅과 하늘의 경계를 없앤 빈 화면에 이리저리 배치하는 시도를 선보인다. 페이지룸8의 ‘이 작품 시리즈’의 기획으로 추진된 이번 개인전은 양화선의 2015년 ‘세이프존’ 시리즈를 다중 관점으로 세분화하여 시각예술로서 접근해 보았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그리고 익숙해진 작가의 수영장 풍경이 이번 전시를 통해 기하학적인 추상화면으로 시도되었는데, 그는 구도적 통제를 벗어나고 자유로움을 즐기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음을 얘기하였다. 요소들을 화폭 어디에 위치해야 할지, 또는 얼마나 채우거나 비워야 할지 등 순수한 시각적 유희를 탐구한 그의 신작 시리즈는 마치 ‘플립턴’과 같은 터닝 포인트처럼 작가의 오랜 안전지대인 수영장이 이제는 해체되고 끄집어내지며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Medley 202416> 
2024 리넨에 아크릴릭 31.8×40.9cm



대화를 마칠 때쯤 필자는 작가가 사유적이면서도 소통을 추구하는 예술가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영장 풍경에서 기하학적인 요소로 작업세계를 확장하는 시도에는 기획자와의 작품 연구가 있었고, 화면 위에 요소들을 배치하는 과정에는 주변 작가들과 교차 검토하는 노력으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결과물을 완성하였다.


이 글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순간에는 해당 전시가 이미 종료되었거나 마지막 날을 목전에 두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쉬움을 느낀다면 작가의 홈페이지(yanghwaseon.com)을 방문해 작가가 지금까지 그려 온 회화 작품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이 차곡차곡 아카이브되어 있어 작가의 창작 여정을 살펴볼 수 있고, 다음 전시를 기대하게 할 것이다.  


* <Flip Turn 202425> 2024 리넨에 아크릴릭 31.8×40.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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