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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2, May 2024

김재현_Watering

2024.3.22 - 2024.4.7 413 B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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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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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 ‘지금’으로 가는 길


모든 생명력을 지닌 것들은 영원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비단 실체적 형상뿐 아니라 찰나의 순간이 직조하는 감정이나 기억과 같은 무형의 총체 역시 다르지 않다. 자못 자명한 이 진리 앞에 유한한 계절과 흐르는 시간 속 대상이 변모하는 과정을 목도하는 일은 역설적이게도 끝없는 영원을 갈망하고 갈구하게 만든다.


생명이 움트는 봄, 413 BETA의 올해 두 번째 후원 프로젝트 작가 김재현의 개인전 <Watering>이 열렸다.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에 빗대어진 전시는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이를 읽어내기를 유도하는데, 가장 먼저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단서, 전시명 ‘Watering’이 발견된다. 우리말로 ‘관수’, 즉 생명의 원천인 ‘물’을 제공하는 이 행위는 대상의 생장을 책임지겠다는 약속과 의지의 표상이다. 관수로 주입되는 수분이 줄기 속 물관을 타고 흘러 세포를 채우고, 이렇게 피어나는 식물의 속도와 미시적인 흐름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이 된다.




<두 궤도> 리놀륨 판화 38×20cm



두 개 층으로 나뉜 413 BETA 전시장이 땅에 뿌리 내린 식물이 자라는 터전으로 기능한다. 여기에 두 번째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바로 ‘저면관수’다. 일반적으로 식물을 아래 두고 위에서 물을 뿌리는 것과 달리 화분 바깥 용기에 물을 붓고 뿌리부터 흡수케 하는 방식으로, 이번 전시에선 중력을 거슬러 지표면을 향해 천천히 솟아나는 수분처럼 작가의 추상 언어가 번져나가는 모습을 은유한다. 1층에 설치된 5개의 회화 작업이 양분을 흡수하는 토양이자 전시의 맥락을 구성하는 토대가 된다. 처음 시선이 닿은 4개 작품은 사이즈가 엇비슷하고 마지막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1개 작품이 그것의 반 정도로 크기가 작았는데, 4개 작품의 이름이 자연스레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돼 읽혔다.


<일렁이는 안개> 속 <산란>하는 <초록과 노랑 사이의 빛>을 따라 <물웅덩이들>을 지나오는 길. 작가의 네덜란드 생활 당시 기억과 한국에서의 또 다른 자극을 교가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정체성과 같이 부여된 이름은 감각적인 색채와 유연한 필치만큼이나 시적이고 운율적인 구성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물결치게 만든다. 그것이 그가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말이다.



<상승하는 수증기> 
나무상자에 스프레이, 레진 40×15×5cm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 곳곳에 1층의 작은 사이즈 작품 <어항>과 연결되는 <두 궤도>, <싱크대 얼룩 1 & 2>, <고인 물>, <반대로 올라가기>, <상승하는 수증기>가 보물처럼 발견되고, <계절풍 1 & 2>, <그물 던지기>와 같은 넓은 여운의 추상회화 작업이 한 켠에 자리한다. 층고가 낮아 신발을 벗고 관람해야 했는데, 바닥에 깔린 옅은 민트색 카펫이 초봄 풀 위를 걷는 듯했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기도, 살랑이는 바람 같기도, 흐르는 선율 같기도 한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각기 다른 속도의 삶을 살다 이곳에 도착하는 이들에게 그림의 어떤 부분이 그들이 살고 있는 속도와 유사한 모습을 가지길 바란다.” 오래간 한 작업에 시선이 머물렀고, 마지막 키워드를 마음에 품은 채 전시장을 나섰다.

시간의 성속을 넘어 영원의 불변을 구하고 바라는 일은 고통과 불안에 스스로를 잠식시키고 삶에 대한 감각을 망실하는 행위일지 모른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로 이끄는 김재현의 그림은 생명의 가변성과 그로 인해 실재하는 존재의 존귀함을 일깨우며 ‘지금(현재)’에서 ‘지금(영원)’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영원은 지나간 것도 아직 오지 않은 것도 아님을, 그저 지양된 연속으로 정립되는 오로지 현재적인 것임을 강렬하게 얽어매어진 김재현의 추상의 언어에서 나는 느낀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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