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39, Apr 2018
김지섭
Kim Jiseop
‘헛 지음’의 업(業)
“헛 지은 생각이라도 나라는 주체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법칙의 제한을 피해, 솟아나는 자유의 영역을 확보하고, 누구나 스스로의 업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이것이, 만들어진 것에만 과잉의미를 부여하고 만든 사람의 삶은 배제하고 아름다움의 본질이 그 만들어 진 것의 속성인 양 왜곡하여, 마침내 그것을 소유권의 대상으로 삼는 미학적인 태도와 매개자 지배형태를 허물 수 있다.”(현대미술 기획 『그음공간』 ‘지금 여기 나는 업을 만든다’ 중에서)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밀어내고 눈발이 날리던 3월 어느 날 아침 차갑고 비릿한 공기와 함께 그를 만났다. 나는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을 뒤로하고 오랜 시간 칩거하였던 김지섭을 불러내 미술잡지 한 면에 들어갈 글을 제안했다. 수많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표피성의 세계의 탐닉으로 얼룩진 이미지들이 뒤덮고 있는 도시는 그가 견디기 힘들어 하는 곳이다. 그는 5남매 중에 막내로 태어나 늘 모든 선택권이 박탈된 유교식 가정에서 자랐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법대에 진학하고 졸업하여 직장에 취직했지만 이유 없이 돈을 받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는 사회적 질서를 통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보편적 세계인 ‘법학’에서 나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주체를 형성시키는 ‘미술’을 선택했다.
●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 사진 서지연
'북위37도 52분 26초' 2015 아시바, 클램프, 텐트, 페 목재, 끈, 텍스트, 사진 2015 빈집프로젝트